한·중·일 ‘동북아 경제 공동체’ 창설 제안

2006-04-04     조경호 
“마치 한국의 국가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장이 지난 2월 28일 손학규 지사를 만난 뒤 찬사에 가까운 말을 했다.이날 손학규 지사와 왕자루이 부장은 한중간의 우호협력 및 동북아 평화, 그리고 북한의 핵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 손 지사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반도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고 북한 경제를 도와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국제 사회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6자 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지난번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 후진타오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변함없는 공약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4차 6자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의 기본원칙은 불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역할 ‘급부상’ 인정

현재 6자 회담이 개최되지 못한 이유는 북·미간 신뢰부족 때문이라는 것. 한국과 중국은 6자 회담에 대한 희망을 갖고 공동 노력하자는데 합의를 했다.왕자루이 부장은 경기도의 대북 협력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면서 “손 지사는 한국의 경기도를 관리하고 있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 한반도 문제를 포함하여 동북아 전 세계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그 식견에 놀랍다”며 “국가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격찬했다. 왕자루이 부장은 지난 2005년 2월까지 북한을 모두 5차례나 방문하였으며, 2002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반도 전문가이다. 특히 지난 2005년 북한이 6자회담 불참과 핵보유를 선언한 후에 바로 평양으로 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면담을 통해 6자회담 복귀를 성사시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번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을 수행하는 등 김정일 위원장과는 특별한 친분이 있다. 중국과의 상호 협력 증진과 투자유치, 공산당 간부 면담 등을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손학규 지사는 중국의 차세대 정치 경제계 지도자들과 릴레이 회담을 진행 중이다.손지사는 지난 3월 27일과 28일에는 리커창 랴오닝성 당서기장, 왕자루이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장, 장가오리 산둥성 당서기 등을 면담했다. 지난 27일 만난 리커창 랴오닝성 당서기장은 2007년 11월 개최되는 제17기 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서 차기 공산당 총서기로 유력시되는 인물로 알려진다.리커창 당서기는 랴오닝성 제2위 교역 대상국가로 지난해 경기도를 방문해 양 지역 교류분야 및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상무부장과도 면담

손학규 지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양 지역의 교류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손 지사는 ‘다르면서 닮은 꼴’로 화제가 되고 있는 보시라이 상무부장과 면담을 이어나갔다. 보시라이 상무부장은 덩샤오핑 시절 중국을 이끌던 8대 원로 중 유일한 생존자인 보이보의 차남으로, 소위 태자당 출신이다. 그는 유력한 차기 총리후보이며 차세대 핵심 권력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알려진다. 보시라이 부장과 손학규 지사는 오랜 친구로서 서로에게 친밀감과 호의를 늘 보여주는 사이로 알려진다. 손 지사는 방중기간 동안 중국의 차세대 핵심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 한중 협력관계의 발전 방향, 중국의 최근 현안 문제와 한·중 간 경험 공유, 북핵문제와 평화경영정책, 동북아 공동 번영을 위한 중국 측과의 협력 방안 등에 관해 폭 넓은 대화를 가지며 국제적 인사의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성장모델 전파 약속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동북아와 한·중·일 3국이 주축이 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창설을 제안했다. 손 지사는 지난 3월 29일 베이징의 중국 사회과학원 초청강연회에서 “한·중·일 3국을 기초로 미국, 러시아 그리고 아세안 국가 등이 참여하는 경제공동체가 실현되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 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중간단계로 먼저 한·중·일간 양자·3자 투자협정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손 지사는 또 “한·중·일 3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 세계 소비량의 20.7%에 달하고 중국의 지속 성장과 북한 경제의 재건을 위해서도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의 추가 개발과 확보가 절실하다”며 러시아와 미국까지 포함하는 에너지 협력기구의 창설도 제안했다.

손 지사는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중국의 사회, 경제에 대해서는 “과거 한국의 경험을 모델로 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70~80년대 새마을 운동과 90년대 이후 금융 구조조정 경험을 거울 삼아 도농간 격차 심화와 국유기업 구조개혁 등의 문제를 더 쉽고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것.북한 문제와 관련해 손 지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북한의 변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만큼 국제 사회가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평화를 전제로 경제발전과 상생발전을 이루어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