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대우·SK·미래에셋 증권‘M&A 의혹’
2006-09-10 이범희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가운데 대우증권(사장 손복조), SK증권(사장 김우평), 미래에셋증권(회장 박현주), 서울증권(대표 강찬수) 등이 M&A 대상 업체라는 루머가 증권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사실 무근이라는 해명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증폭되고 있는 루머를 입체 추적해 본다.
고개 드는 증권가 루머
유진그룹과 한주흥산의 M&A분쟁을 불러일으킨 서울증권 사태가 진정되기도 전에 여의도 증권가에는 증권사들의 M&A설이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상 업체는 대우증권, SK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3사. 이번 루머가 증권가와 재계에 퍼지면서 진위여부 논란도 더욱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기업은행은 SK증권을 인수,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매각,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증권 매각’ 등의 구체적인 언급이 나돌 정도로 루머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해당 증권사의 관계자들은 “어이없다. 단지 또 한 번의 루머이다. 대주주들도 매각할 뜻이 없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손사래 쳤다. 하지만, 대우증권과 SK증권은 IMF이후 매각과 관련한 결정권이 자신들이 아닌 채권단에 넘겨진 상태라서 그들의 결정에 따라 경영권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때문에 M&A설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SK증권, IMF위기 때부터 M&A단골 메뉴
대우증권과 SK증권은 사실상 M&A 루머의 단골메뉴. IMF이후 매번 루머의 대상이었다. 1997년 당시 대우증권의 모 기업은 대우그룹이었다. 대우그룹은 재계TOP이라 할 만큼 승승장구했었다. 하지만 유동성위기 등으로 그룹의 몰락위기를 맞았다. 급기야는 증권업계 1위를 고수했던 대우증권도 퇴출위기를 맞았다. 당시는 모기업의 운명이 계열사는 물론 나라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던 시기였다. 다급해진 금융당국은 대우증권의 지분을 채권은행들이 인수토록 했다. 얼떨결에 지분을 떠안은 채권은행들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재차 떠넘겼다. 하지만 산업은행도 외환위기 당시 산업증권을 정리하던 터라 국책은행이기에 떠맡았다는 비난을 들어야만했다. 이때부터 금융가와 증권가에서는 재편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대우증권은 뜨거운 감자로 거론된 것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증권의 지분 36.39%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떠도는 루머의 근원지가 IMF당시 모기업의 몰락으로 산업은행, 즉 국책은행이 인수한 것과, 산업증권을 매각했던 전례를 들어 이러한 루머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과 마찬가지로 SK증권의 매각꼬리표도 IMF외환위기 당시로 알려진다. 외환위기 당시 SK증권도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대주주인 SK글로벌(현 SK네트윅스)의 분식회계비리가 드러났기 때문. 당시는 모든 기업들이 구조조정은 물론 기업투명성을 부르짖던 시기라 ‘분식회계’의 악재는 그룹전체를 흔들었다. 급기야는 그룹을 퇴출직전까지 몰았고, 하나은행 채권단과 공동관리라는 운명을 맡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이후 SK증권은 한 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2003년 SK네트웍스와 하나은행 채권단이 맺은 ‘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으로 인해 매각설의 단골메뉴로 떠올랐다. 이 약정서 내용을 살펴보면 화학, 에너지, 정보통신을 제외한 계열사를 구조조정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2004년 서울증권과 협상을 벌였던 전례가 있어 증권가에선 언젠가는 SK네트웍스가 SK증권을 매각할 것이란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된 것이다. SK증권의 한 관계자도 “대주주가 SK네트웍스이고, 지난번 하나은행과 워크아웃단계에서 맺은 ‘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 때문에 매번 화두가 되는 것 같다”고 밝히며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으로 인해 해당업계의 규모문제가 거론되면서 매번 매각설이 불거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네트웍스는 SK증권의 지분 22.43%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간 박 회장이 피델리티와 같은 투자전문운용사를 만들겠다는 언급을 자주 함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루머가 지속됐다.
미래에셋그룹, 증권포기하고 투자전문 운용사 길 가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증권의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자산운용 3사의 지분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크게 올려 루머의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처음부터 자산운용 중심의 그룹을 꿈꿔왔던것 같다”며 “증권사는 향후 매각할 수 있다고 종종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할 정도다. 이에 이 같은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어 미래에셋증권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한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낭설이다. 투자·운용부문은 그룹의 성장 엔진으로, 증권·보험업을 키우려는 의도에서 매입한 것이고, 올해 상장을 통해 승승장구하는데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증권사, 시장 이해 못한 루머
대우증권, SK증권, 미래에셋 증권 등 증권사의 M&A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의 경우 산업은행이 시너지 창출을 위해 증권과 은행주요부서의 연계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산업은행이 은행업무와 증권업의 결합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증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SK네트웍스의 정상화계획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증권의 한 관계자는 “증권가 및 재계에서 기업은행의 인수설의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행 측에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고, 또 하나의 루머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대주주인 SK네트웍스의 워크아웃 졸업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그룹 차원에서도 매각 의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증권사들의 M&A설이 증폭되고 있는 것에 대해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매번 재편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화두가 됐던 이야기지만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눈앞에 둔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대우증권이나 SK증권의 경우 M&A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