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중소기업’ 인수설 왜?

2007-02-14     박혁진 
정의선 기아차 사장 행보

기아자동차 정의선 사장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우량 중소기업을 인수한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이같은 소문은 정의선 사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안정적 현금확보나 계열사 주식 매입이 어려워진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기아차나 영화금속 측은 ‘루머’일 뿐이라며 부인하고 있으나 증권가에서는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매출액 821억의 중견기업

영화금속은 경남 진해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

2003년에는 580억, 2004년에는 759억, 2005년에는 823억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8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에서는 2003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2004년에 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으며 지난해에는 41억 9,000
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대비 31%나 순이익이 늘었다. 시가총액은 164억원이다.

특이한 점은 건실한 이 회사의 주가가 565원(2월 9일 오후 2시기준)으로 액면가에 가깝다는 것. 때문에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1억원이라는 흑자를 올렸는데 주가는 왜 이 모양이냐”며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영화금속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 물론 아직까지 증권가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고 ‘소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수설 나도는 이유는?

그렇다면 왜 갑자기 영화금속 인수설이 나돌기 시작했을까.

가장 유력한 설은 현대기아차 그룹 승계를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 현재 현대기아차 그룹의 최대 현안은 정몽구 체제에서
정의선 체제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 장악에 필요한 현금마련 등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정몽구 회장에 대한 재판이 계속 진행중인데다 그동안 실탄마련을 위한 열쇠고리였던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기아차 등이 증권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비스, 기아차, 현대오토넷 등 현대차 그룹의 기대주 3인방은 지난달 22일과 23일 연이어 신저가를 경신했다. 특히 한 때 황제주 대접을 받다가 22일 신저가를 경신한 글로비스의 주가 흐름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절망적이다.

글로비스는 당초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후계 구도를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 2005년 12월26일 상장 이후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며 2006년 1월6일 종가기준으로 8만3,1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액면가가 5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황제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글로비스의 주가는 정몽구 현대차회장 등 오너일가 의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면서 하락 조정을 거듭했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2만1,600원까지 떨어져 신고가를 다시 경신한 뒤 23일에도 장 중 한 때 2만1,300원까지 떨어져 신저가를 경신했다. 결국 글로비스 주식매각으로 지분확보를 위한 실탄마련을 하려했던 계획은 물건너간 것.

때문에 다른 방법을 통해 실탄확보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영화금속 인수설은 이런 가운데서 나온 소문일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영화금속 인수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라면 영화금속의 시가총액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봤을 때 정의선 사장이 주식을 사들여서 최대 2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의선 개인보다는 현대기아차를 업고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지탄받을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가능성은 액면가에 가까운 영화금속 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기 위해 시장에 흘린 정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전형적인 증권가 루머로 해프닝에 그치는 것.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그런 소문을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고, 영화금속 자금팀 관계자는 “시장에서 도는 루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주주 지분이 19%를 약간 넘는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비중이 높다보니 그런 루머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영화금속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관계자들이 있는 반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노사문제나 정몽구 회장 재판 등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의선 사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만한 일들을 또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게 그 이유다. 만약 이번 인수설이 루머에 그치더라도 궁지에 몰린 현대기아차의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
로 보여주는 해프닝이다.



효성 경영권 승계 가속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이번 임원 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했다. 효성그룹은 지난 8일 조현준 부사장, 조현문 전
무, 조현상 상무가 각각 사장, 부사장, 전무로 한단계씩 승진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3형제들은 그동안 저마다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서 후계자 후보들로서 손색없는 경영활동을 보여왔다. 조석래 회장도 그동안 계열사 주식 등을 3사람 모두 거의 비슷하게 나눠주는 등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이들은 특히 2003년 승진한 이후 만 4년이 경과한 터라 이번에 승진이 유력했었다.

맏형인 조현준 사장은 무역PG장을 맡아 매출규모를 크게 증가시키고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해 무역부문의 사업 확대를 이끌
어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부문의 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중국 남통우방변압기를 인수해 해외진출을 가속화했다는 점이 인사에 반영됐다.

3남인 조현상 전무는 사내 컨설턴트 역할을 해 오면서 지난해 9월 미국 굿이어와 32억불 규모의 타이어코드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생산기지를 인수하면서 ‘형만한 아우’임을 입증했다. 특히 조상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2007년 세계를 이끌 젊은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r 2007)’에 꼽히는 등 세계적으로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효성의 3세 3형제가 모두 승진대열에 합류한 것은 앞으로 후계자 선발의 과정에서 모두 선의의 경쟁을 벌일 기회를 지속적으로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