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놓칠 위기에 한화 속앓이

2007-02-15     박지영 
한화 VS 예보 분쟁 골머리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와 한화그룹의 공방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교보생명과 더불어 ‘빅3’로 평가받는 대한생명이 생보사 상장을 앞두고 그들의 이권다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예보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계약 무효 또는 취소를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한 상태며, 한화그룹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킨 예보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두 권력집단의 ‘돈싸움’에 휘말린 대한생명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예보가 2002년 한화그룹과 체결한 대한생명 매각 계약 무효 여부에 대한 국제중재를 신청하기로 했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기업의 매각을 담당해온 예보가 인수·합병 계약의 무효여부를 국제중재기구에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중재 결과에 따라 대한생명 매각은 원천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이 경우 한화그룹은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을 담당해온 예보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예보, 대생 인수 공방
현재 예보가 주장하는 논란의 핵심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 호주계 생보사인 맥쿼리를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면서 맺은 이면계약의 위법성 여부다.

예보에 따르면 한화는 ‘보험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우대한다’는 매각공고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맥쿼리사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켜 2002년 12월 대한생명 지분 51%를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책임자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 및 법원 1·2심 결과, 한화는 맥쿼리사가 인수하는 대한생명 주식(3.5%)을 1년 안에 되사는 이면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예보 자산회수부 관계자는 “한화와 맺은 이면계약을 보면 맥쿼리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한화와 체결한 대생 매각계약을 무효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제중재 결과 계약내용 무효로 판정이 난다면 한화는 대한생명을 예보에 넘겨주고, 예보는 인수대금을 한화에 다시 환불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반면 한화그룹은 예보가 대한생명 인수 자격을 문제 삼아 국제중재를 신청한데 대해 콜옵션을 조기에 행사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대한생명, 두 권력 이권다툼에 ‘갈팡질팡’
그러나 예보측은 ‘한화측에서 콜옵션 행사를 한다고 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한 한화와 예보의 갈등은 콜옵션 행사로 귀착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대한생명 인수 계약의 효력을 다투기 위한 상사중재를 요청하기로 한 것은 상도덕에 크게 어긋난 것”이라면서도 이번 분쟁도 반드시 이길 것으로 확신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이미 이번 사안과 관련, 한화 측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보 측에서도 국제분쟁소송에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보는 대법원의 판례와 이번 사례는 전혀 별개라며 무효 소송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권력 집단의 이권다툼 사이에서 대한생명은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수십년간 염원해 왔던 상장을 앞두고 두 대주주간의 분쟁에 휩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생명 관계자는 “동종업계 서열 2위로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장을 위해선 유보율 25% 이상이어야 하며, 소송도 걸려있어선 안 된다”면서 “상장 조건이야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맞춰 보겠지만 대주주간의 국제분쟁이 걸려 있어 지금으로서는 생각지 않고 있다”고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한화그룹은 지난 2002년 12월 12일 예보와 매각협상을 통해 대한생명 지분 51%를 인수하고,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대한생명 지분 49% 가운데 16%는 올해 말까지 주당 2,275원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교보생명이 상장 1호 후보
상장 의사가 없는 외국계 생보사를 제외하고 국내 생보사 가운데 현재 내부 유보율과 경영 실적 등 계량적 상장 요건을 충족하고 있거나 오는 3월 결산 때 충족할 수 있는 곳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동부생명, 신한생명이다.

이중 교보생명과 동부생명은 상장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교보생명은 자본금이 925억원에 불과해 적극적으로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교보생명은 시장상황을 봐가며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험업계는 교보생명을 가장 유력한 상장 1호 후보로 꼽고 있다.

동부생명은 3월 결산 때 유보율이 28%로 상장 기준인 25%를 넘겨 상장요건을 모두 충족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초 사이에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자금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현재 상장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삼성생명도 그룹 지배구조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상장 일정이 불투명하다.

대한생명의 경우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더 많이 회수하기 위해 상장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누적 결손과 유보율 등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생명 매각을 두고 현재 예보와 한화그룹 간의 국제 중재가 진행되고 있어 상장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