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몸집불리기’ 제동 걸렸다
2007-03-02 정하성
이재현 CJ 회장이 ‘방만 경영’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최근 몇 차례 M&A과정에서의 잡음 및 실적저조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우리크레디트, 마이다스에셋 등 CJ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이 회장의 경영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다. 또 본업인 식음료부문에서는 무난한 실적을 냈지만,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의 주력분야에서 실적이 부진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행보에 불안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95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계속 영토확장에 몰두해 왔다.
종합식품회사로 출발한 CJ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유통, 생명공학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며 몸집 불리기를 해왔다.
특히 이 회장이 M&A를 주도하며, CJ의 외형은 급속도로 커졌다. CJ시스템즈, CJ엔터테인먼트, CJ CGV, CJ GLS, CJ푸드시스템, CJ홈쇼핑 등을 설립하거나 인수했다. 최근 이 회장의 아들 선호군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CJ미디어도 케이블방송 m.net, XTM 등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식품과 생명공학에서도 M&A에 활발하게 나서 해찬들, 신동방, 한일약품, 하선정종합식품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비효율적인 자회사 운영”
지난 2002년 23개사에 불과하던 계열사수가 현재는 무려 126개에 이른다. 계열사수로만 따지면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130개와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이같이 CJ의 몸집이 커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실적부진 및 확장경영에 따른 재경부담 등으로 이 회장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터진 학교급식사태와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영화의 흥행 실패 등으로 자회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다.
CJ는 지난해 매출 2조6,504억원, 영업이익 1,917억원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액은 7.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0.4% 감소하는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만 따지면, CJ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4분기 매출이 5,9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3%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15억원으로 18.7% 감소하면서, 실망스러운 수치를 보였다. 이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비효율적인 ‘자회사 운영’이 꼽히고 있다.
이 회장이 차세대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영화 ‘중천’ 등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무려 269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기록했다.
또 학교급식사태로 흔들렸던 CJ푸드는 123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입혔다. 이와 같이 주요 자회사의 지분법 손실 증가로 CJ의 영업외비용은 무려 1,2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계열사 정리해야”
이와 관련, 대신증권측은 “올해 역시 ‘CJ푸드시스템의 실적 부진’,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의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지분법 이익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역시 영업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자회사 등의 실적부진이 CJ그룹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의 공격적인 확장경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익성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두면서, CJ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CJ가 계열사의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CJ미디어, 엠넷미디어 등 계열사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재정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과 CJ가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CJ는 공격적인 M&A에 따른 이자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CJ(주)가 지불한 이자비용은 총 620억원으로 지난 2005년 327억원에 비해 90%가까이 증가했다.
대우증권측은 “CJ가 기업규모에 비해 계열사가 너무 많다”며 “정리와 통합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가가 이 회장과 CJ의 확장경영에 대해 불안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격적인 M&A 등을 통한 이 회장의 공격경영이 성공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실제 확장경영을 하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드림라인이다. 드림라인은 초고속인터넷사업을 위해 97년 한국도로공사와 CJ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하지만 사업부진으로 결국 2001년 드림라인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사업을 접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기관투자가, 반발 커
이처럼 이 회장의 무리한 공격경영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CJ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이다스에셋와 우리크레디트 등 CJ지분을 가지고 있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실적부진 및 방만경영 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2월 28일 CJ의 정기 주총 안건 가운데 이사 선임안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태세다.
CJ는 주총에서 이재현 회장과 조경식 전 농림수산부 장관을 각각 사내·외 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또 총 7명의 이사진에 대한 보수한도를 10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30% 상향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이들 운용사들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고, CJ 경영진이 방만한 경영을 했다고 판단, 이사선임 등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간 공격적 M&A를 통한 몸집불리기로 탄탄대로를 걸었던 이재현 회장. 하지만 “방만한 경영으로 그룹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을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영화 스크린 독과점 주범 CJ?
한국영화의 배급 및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2006년에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특히 한국영화 관객 동원수 1위를 기록한 영화 ‘괴물’은 개봉당시 전국 1,670여개 스크린 중 620여개 스크린을 장악해 독과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는 CJ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쇼박스, 시네마 서비스 등 대형 배급사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배급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2006년 영화산업진흥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에 한정한 배급사 전국 관객 점유율은 CJ시네마 서비스(51.5%), 쇼박스(28%), 시네마서비스(16.5%) 등 3개 회사가 전체 점유율 중 8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네마서비스의 지분 상당부분(40%)을 CJ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두 개사의 합이 48.9%로 절반에 이른다. CJ는 작년 5편의 영화를 시네마서비스와 공동제작했다.
결국 CJ엔터테인먼트가 전체 영화배급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셈.
현재 공정거래법상 한 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돼 규제를 받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CJ는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CJ와 쇼박스는 배급사 1위 자리를 놓고 올해도 그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한국영화 35편과 외화 13편(인디영화 포함) 전국관객 수 3,350만 명을 동원해 영화배급사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영화 부문에서도 2,056만 명으로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튿날인 1월 5일 쇼박스는 2006년 한국영화 23편과 외화 5편 등 총 28편의 작품을 배급해 관객수, 수익률, 편당 관객수 3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쇼박스는 CJ엔터테인먼트가 시네마서비스와 공동배급한 영화 5편의 관객수 중 50%를 포함한 것이라며 이 수치를 빼면 쇼박스가 앞선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총 48편을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보다 편당 관객수와 수익률 같은 효율성이 높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용성 전두산회장 경영 복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됐던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지난 23일 개최된 두산그룹 주요계열사 이사회에서 박용성 전회장은 두산중공업 등기이사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이 ㈜두산과 두산중공업 등기이사에 각각 내정됐다.
이로써 박 전회장은 기존에 등기이사를 맡고 있던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 2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또 박 부회장은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이외에 두산의 주력사인 ㈜두산과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를 겸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또 지난해 영입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을 ㈜두산의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비모스키 부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대표이사에 오를 예정이다.
두산측은 “박용성 회장은 전략적 의사결정과 경영 감시기능을 수행하는 이사회에 참여해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 역활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용성 회장은 올 7월 과테말라 IOC 총회까지는 IOC 위원뿐 아니라 기업인 자격으로 스포츠 외교에만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예전처럼 지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되면서 대주주들은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두산그룹 주총에 참석해 반대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박용만 부회장은 작년 주총을 앞두고 두산의 이사후보로 지명되었다가 참여연대 등의 반대여론에 부딪치자 스스로 사퇴한 전례가 있다”며 “ 이는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이사 선임이 두산 그룹의 투명경영의 원칙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기업가치의 제고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처럼 총수일가의 이사선임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시도를 진행하는 것은 그동안 두산 그룹이 표방한 지배구조 개선 약속을 저버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두산 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두산일가의 경영 복귀와 관련하여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박용성 전 두산그룹회장과 박용만 전 두산그룹 부회장의 두산중공업 이사 선임안에 반대하기 위하여 주주총회에 참석할 것이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필요한 법적 절차를 조속히 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