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입김 강화에 대주주 ‘절절’
2007-03-09 박혁진
주주총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증권선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정기 주주총회 개최를 결의한 931개 상장사 가운데 주총 날짜를 3월 중에 잡은 회사가 700여개가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오는 16일에 주총이 열리는 기업이 320군데로 가장 많았으며, 23일 열리는 기업이 249개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중에서도 관심을 모으는 기업의 주주총회는 박용성 전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기로 의견을 모은 두산그룹의 주총과 부자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동아제약의 주총이다. 이들 기업은 주총 결과에 따라서 그룹의 경영전략이 크게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산그룹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이번 주총에 참석해 박용성 전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저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시민단체의 활약(?)여부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23일 개최된 주요계열사 이사회에서 박용성 전회장을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을 ㈜두산과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하고 2,838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러 유죄가 인정된 두산그룹 일가가 사면되자마자 복귀 수순을 밟은 것이다.
이에 대해 두산측은 “박용성 회장은 전략적 의사결정과 경영 감시기능을 수행하는 이사회에 참여해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되면서 대주주들은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전회장은 올 7월 과테말라 IOC 총회까지는 IOC 위원뿐 아니라 기업인 자격으로 스포츠 외교에만 전념한다는 계획이라고 두산 측은 덧붙였다.
두산 측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나 노조 측은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오는 16일 열리는 두산그룹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소액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박용성 전회장의 경영복귀 선언은 두산그룹이 2005년 ‘형제의 난’ 이후 시장과 투자자에게 약속한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 투명성·책임성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결국 총수 일가의 형사처벌 수위를 낮추어보기 위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박용성 전회장과 박용만 전부회장의 두산중공업 이사 선임안에 반대하기 위하여 주주총회에 참석할 것이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필요한 법적 절차를 조속히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두산 주총회장은 박 전회장의 이사 선임안을 놓고 주요 대주주들과 소액주주들의 한 판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1997년3월 제일은행 주총에서부터 시작된 경제개혁연대(지난해 참여연대로부터 독립)의 소액주주 보호운동은 이후 삼성전자 주총을 정점으로 지난 2년간 잠잠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주주들이 참석해서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다할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소 진행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으나 물리적으로 막는 등의 방법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부자간 표대결 관심
동아제약의 주주총회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역시 강신호 회장과 둘째 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전대표의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오는 16일 열릴 주총에서 부자간 표대결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부자는 지난 2월 만나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처럼 보였으나 강 전대표가 내놓은 주주제안을 동아제약 이사회가 거부하면서 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재로서는 아들인 강문석 전대표가 유리한 입장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이사진이 거부했던 강 전대표 측의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이 지난달 28일 법원 결정으로 주주총회의 정식 의안으로 상정돼 논의되기 때문이다.
강 전대표 쪽이 내놓은 안(安)은 강 대표를 포함한 10명을 동아제약 이사로, 그리고 1명을 감사로 선임해 달라는 것. 현재 동아제약 이사가 모두 6명임을 고려할 때, 강 전대표의 이런 제안은 사실상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동아제약 주식은 강 회장 측이 6.94%이며 강 전대표 측이 14.71%이다. 이외에 미래에셋자산운용 8.42%, 한미약품 6.27%, KB자산운용 4.78% 등이며, 나머지 60% 정도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간의 보유지분은 강 전 대표가 높은 상황이지만 한미약품 등 나머지 대주주들과 소액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몰라 결과는 유동적이다. 현재 동아제약도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으며 본격적인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마저도 강 회장 측에 우호적인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결과는 오는 16일 주총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복업체 vs 시민단체 일진일퇴
교복업계도 시민단체와 전쟁중이다. 사태의 발단은 해마다 교복 가격으로 인해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져가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자발적 시민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이 대기업 브랜드의 교복이 70만원에 이른다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교복을 유통하는 일부 대기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 대기업은 “70만원짜리 교복은 전체 4,000여개 중·고교 중 외고 같은 9개에 시범적으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이마저도 코트 가격 등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해명했으나 좀처럼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한 일간지가 “학사모가 대형 교복업체들에 수 십억원의 기부금을 요구했다”는 보도를 하면서부터다.
각종 포털 사이트 인터넷 게시판에는 학사모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폭주했다.
학사모는 이 일간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사태는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