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신화’에 제동 걸리나
2007-03-22 박혁진
미래에셋증권의 박현주 회장이 지난달 말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박회장은 그동안 증권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으면서 승승장구를 거두고 있던 터라 이번 조사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미래에셋은 2007년 들어서 미래에셋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박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까지 이어지면서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쪽 관계자에 따르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3주전 참고인 자격으로 서울지검 금융조사국 쪽에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 소환은 익명의 제보자의 제보에 따른 것이며 사건은 종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알려진 바로는 익명의 제보자는 과거 박회장과 동업자 관계에 있던 인물이며 이번에 받은 조사는 주가 수익률 조작과 탈세 등에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셋 홍보실이나 회장 비서실 측에서는 소환 사실에 대해서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들은 두 번에 걸친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차례는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했으며, 다른 한 차례 역시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언론홍보 관계자들은 모두 해외출장 중이었다. 한 기업의 홍보실 관계자들이 모두 해외 출장을 떠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물론 이번 조사가 참고인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박회장이 이같은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박회장의 검찰 조사 자체를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회장은 여의도 증권가의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인으로 손꼽혔다.
그는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증권가’에 발을 들여놨다. 1996년에는 동양증권에서 중앙지점장에 선임되면서 ‘최연소 지점장’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1997년, 11년간의 증권사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경영자의 길로 들어선 증권시장에서 말 그대로 ‘성공일로’를 달려왔다.
코스닥 열풍이 몰아치기 전에는 일찌감치 벤처기업에 눈을 돌려 막대한 수익을 거뒀으며 1998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뮤추얼펀드를 도입해 주식시장에 간접투자 돌풍을 일으켰다. 1999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하면서는 업계의 비난과 우려를 뚫고 파격적인 위탁수수료 인하(당시 1% 수수료 관행을 0.25%로 인하)를 단행, 단숨에 약정 순위 6~7위 증권사로 도약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지난 2004년 박 회장은 적립식펀드를 통해 한국에 장기·간접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지난해에는 친디아펀드를 통해 현재 해외펀드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7년은 시련의 해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박현주 회장에게 제동이 걸렸다. 2007년 들어 민주노총의 ‘미래에셋 상품 불매 운동’에 이어 이번에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것.
민주노총은 지난 1월 말경 “미래에셋은 공격경영이라는 미명아래 비조합원에게만 임금인상분을 지급하며 노조탈퇴를 강요하고, 노조간부를 부당 징계하는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왔다”며 “미래에셋자본의 전횡이 박현주 회장 일가에 집중돼 있는 전 근대적인 소유구조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미래에셋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정치권과 관련된 루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박회장이 그동안 의도적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박회장이 친노(親盧)인사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돌고 있는 것.
이런 분위기 탓인지 박회장의 언론과의 스킨십도 부쩍 잦아졌다. 그동안 박회장은 “미래에셋은 직원 모두의 힘으로 이뤄낸 회사인데 창업주 한 사람만 부각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모 주간지와 해외에서 전화 인터뷰를 하는 등 회사와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증권가 관계자는 “그동안 박회장이 걸어온 길을 볼 때 참고인일지라도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며 “올 한 해 동안 박회장의 행보에 따라 미래에셋이 계속해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누구의 손 들어줄까?
오는 29일 있을 동아제약 주주총회에서 미래에셋증권이 강신호 현 동아제약 회장과 강문석 수석무역 전대표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동아제약은 경영권을 놓고 강회장과 강 전대표가 지분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동아제약은 2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강 회장과 강 부회장 부자 간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물밑작업이 더욱 치열하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번 주총에서의 표대결 결과에 따라 동아제약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된다.
현재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는 동아제약 지분은 총 8.42%다. 때문에 미래에셋 지분은 소액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 58%를 제외하고는 수석무역 (14%) 다음으로 많은 것이어서 미래에셋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동아제약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지도 모른다. 강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6.84%다.
다른 주요주주중 하나인 한미약품은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안정을 감안하는 차원에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현재 동아제약 지분 6.27%를 보유하고 있고 이번 주주총회에서 4.95%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동아제약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회사 광장에서 임직원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임직원 결의대회를 가졌다. 임직원들은 강 대표의 경영참여를 반대하는 결의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외부세력과 결탁한 회사의 전 사장 등이 동아제약을 위협하고 있다"며 강 대표를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