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대북사업으로 북한 빗장 푸나
2007-04-13 박지영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최근 육재희 전 현대아산 상무와 함께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부회장은 지난해 8월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 최근 이 회사의 대표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이날 최승철 북한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아천글로벌의 평양 및 개성사무소 개설에 대해 잠정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윤규 전부회장의 행보를 추적해 봤다.
‘김윤규 복귀 시나리오’가 가시화 되고 있다. 김윤규 전 부회장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신임으로 대북경협사업을 주도했으나 지난 2005년 8월 현대그룹 대북사업 관련 비리에 연루되면서 현대아산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그는 일체의 대외 행보를 자제한 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하 민주평통) 서울지역 부의장 일에만 몰두해 왔다.
그런 그가 최근 대북사업 복귀를 위한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재계의 한 인사에 따르면 김 전부회장은 지난해 8월 육재희 전상무와 함께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이하 아천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설립, 사실상 대북사업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윤규와 육재희 관계
육 대표와 김 전부회장은 단순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 이상이다. 두 사람은 현대그룹에서 대북사업을 하면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지난 2005년 김 전 부회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됐을 때도 두 사람은 동반 퇴임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같이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지난해 8월 김 전부회장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육 대표가 김 전부회장을 옆에서 보필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김 전부회장이 아천글로벌 설립에 막후 역할을 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천글로벌이 대북사업에 복귀하기 위한 ‘전초기지’라는 것이다.
지난해 8월 23일 설립된 아천글로벌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H빌딩 1313호에 위치해 있으며, 최근에는 김 전부회장의 아들인 진오씨가 이 회사의 이사로 합류하면서 이 같은 시각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대외활동을 자제한 채 민주평통 자문위 일에만 몰두해 왔던 김 전부회장은 요즘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실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김 전부회장과 아천글로벌과의 관계에 대해 “김윤규 부의장은 상근이 아니라 비상근이기 때문에 서울에 행사가 있을 때만 참석한다”며 “상시 이곳 사무실에 계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활동까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사무소 개설 추진
김 전부회장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을 끄는 점은 그가 대북사업과 관련,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에 대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 전부회장이 ‘깜짝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눈치다. 북한과 이미 사전 조율을 마친 상태에서 김 전부회장이 아천글로벌을 설립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궁금증은 상당부분 해결됐다. 남북 경협에 밝은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전부회장은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아천글로벌 사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최승철 북한 아태 부위원장을 만나 아천글로벌의 평양 및 개성사무소 개설에 잠정 합의했다. ‘김윤규 표’ 대북사업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들 사무소는 아천글로벌이 추진하는 대북사업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는 단계에서 설치되며 주로 자문과 중개업무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부회장은 또 북측과 공동투자를 통한 합영회사를 설립해 북한 노동자의 해외 인력송출은 물론 해외나 개성공단 등에서 공동으로 건설공사를 벌이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북한 소식통은 “김 전부회장이 모래와 수산물 등 무역에 대해서도 북측과 의견 접근을 이뤄 조만간 이에 대한 본계약도 체결할 것”이라며 “추후에는 평양관광이나 평양교예단의 남한 순회공연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이미 북측과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현대아산측 사업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대아산 측은 아직은 느긋한 분위기다.
현대아산 측 관계자는 “김윤규 전부회장님이 육 전상무와 함께 아천글로벌이란 회사를 설립했다는 소식은 들었다”면서 “회사를 설립만 했을 뿐 아직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와 사업이 겹쳐지지 않겠냐’고 미리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윤규 전부회장과 북한과의 친분으로 인해 현대아산이 피해를 보진 않겠느냐는 물음에 예의 관계자는 “우리 현대아산 측이 하는 대북사업 외에도 여러 가지 사업이 있는데 굳이 같은 사업권을 선택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누구보다도 현대아산 사업권에 대해 본인(김윤규 부회장)이 가장 잘 알고 있는데 그동안 정치권에서나 언론에서 해왔던 말까지 뒤엎으면서까지 현대아산이 가지고 있는 사업권에 동참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편, 아천글로벌 대표이사인 육재희 전상무는 지난달 방북 결과와 향후 대북사업 계획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현정은 회장 522억대 피소 위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부실과 관련된 책임문제로 소송을 당하게 됐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4월 5일 신한은행과 대한생명 등에 현 회장을 상대로 현대건설 부실과 관련해 52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라고 지시했다. 예금자보호법상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은 부실책임이 있는 회사의 임직원이 불법행위로 손해를 끼친 행위가 확인될 경우 손배소를 제기하도록 돼 있다. 이번 소송에는 김윤규·이내흔 전사장 등 현대건설 전직 임원 7명도 포함됐다.
예보의 이번 지시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이내흔, 김윤규 전사장과 김재수 전부사장 등 현대건설 전직 임원 3명에게 분식회계에 의한 사기대출 혐의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예보는 본안 소송에 앞서 가압류 등 채권보전 조치를 취하도록 현 회장 등의 재산목록을 채권금융기관 등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 관계자는 “현 회장이 현대건설 부실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정상적인 상속 절차를 밟은 만큼 소송 대상이 된
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