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시설에 주민들 만‘시름시름’
2007-04-18 박혁진
이번 달에 삼성SDI 일부 직원들이 입주를 시작하는 것을 출발로 삼성그룹의 ‘서초동 시대’가 문을 연다. 32~43층의 3개동으로 짓고 있는 ‘삼성타운’은 규모뿐만이 아니라 빌딩 내부에서 사용하는 기술면에서도 가히 세계 최고 수준급이라 할 만하다. 3개동 모두 삼성의 정보기술(IT) 노하우가 총집결된 ‘첨단 하이테크’ 빌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건축비가 아닌 첨단 시설 구축에만 60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함 이면에는 건축 기간 내내 공사로 인해 피해를 본 주민들의 고통이 서려있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삼성 측에서는 준공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일요서울>은 서초동 삼성타운 공사현장을 직접 찾아 주변 주민들과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서초동 우성아파트 주민 975명이 삼성물산이 공사를 하면서 각종 소음과 진동, 교통장애를 일으켜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들은 “발파작업과 초고층 공사에 따른 분진, 지반균열, 공중파 TV시청 곤란, 통행로 차단 등의 피해가 참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삼성물산 측에 수 차례 공사중지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1인당 10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975명에게 100만원씩 지급 청구
기자는 975명이나 되는 주민이 의견을 모아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에 직접 현장을 다녀왔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1일에도 삼성타운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근처에 도착하기도 전에 적지 않은 소음이 들려왔다. 긴 세로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닥에 놓고 굴삭기가 구멍을 내는 소리였는데 가히 주민들이 ‘소음’이라 부를만 했다.
주변에서 만나본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주변 상인들은 2만명으로 예상되는 ‘삼성맨’들의 입주로 상권이 더욱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반면, 우성아파트 주민들은 오랜 기간 공사로 인한 소음 등으로 인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였다. 물론 상점에서 일하는 점원들도 소음이나 먼지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우성아파트와 삼성타운 공사현장은 불과 10m폭의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아파트 담벼락에는 “오랜 기간 소음, 먼지 못 참겠다 삼성은 대책을 강구하라”는 현수막 등이 걸려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해도 너무 했다”라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50대 중반의 한 남성은 “공사가 시작된 것이 2005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그 전에도 공사가 진행됐으며 공기 중간에 잠시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했던 적도 있었다”며 “기간 동안 주민들이 소음과 먼지 등으로 인해 받은 피해는 직접 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타운이 입주하면 주변 상권도 살아나고 집값도 오르는 등 플러스 요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죽했으면 소송까지 제기했겠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남성은 “주민들이 삼성 측에 여러 차례에 걸쳐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나 삼성 측에서 묵묵부답이었다”며 “밀어붙이기식 공사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값인상 등 주민들에게 좋은 점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집값보다도 안락하게 사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입장”이라
고 답했다.
부근을 지나던 한 40대 여성은 공사 현장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진짜 시끄러워 못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 밖에도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소장을 통해 “이 건물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옥으로 사용되는 것이라서 원고들이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필요한 자료 복사를 요구했음에도 구청이 응하지 않았다”며 “개인적 피해의 측면이나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 반드시 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변상가 평당 8,000만원
주민들이 이처럼 피해를 보고 있는 것과 달리 주변 상인들은 삼성타운의 입주를 크게 반기고 있다. 특히 2만명에 이르는 삼성 직원들이 구매력이 큰데다가, 삼성을 오가는 업계 사람들을 비롯해 하루 유동인구만해도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어 희색이 만면하다.
실제로 삼성타운 주변에서 분양 중인 주상복합상가의 1층 평균 평당 분양가는 6,300만∼8,700만원 선이며 기존 가게들도 40∼50평 규모가 권리금이 3억원 안팎에 달한다. 임대보증금도 3억∼5억원에 월세는 1,000만∼1,500만원에 달한다. 상인들의 기대감이 수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
이처럼 서초동 삼성타운 입주를 둘러싸고 주변인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마치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양면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