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VS 2천만명 보험가입자 대전쟁

2007-04-23     백은영 
공익기금 1조5천억원의 진실은?
생명보험사들이 1조 5천억원의 공익기금을 출연한다고 밝혀 2천만명의 보험가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공익기금은 17년 동안 미결로 되어 왔던 생보사의 상장문제와 맞물려 있다. 생보사가 상장될 경우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빅 3 생보사는 물론, 중·소형 보험사들에 수조원의 시세차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각계 시민단체와 보험가입자들은 시세차익에 대한 배분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1조 5천억원의 공익기금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으며 보험소비자들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의처럼 호도해 보상을 피해가려는 알량한 속셈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2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8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552억원의 배당금을 보험계약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문서가 나돌아 계약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이들은 이미 2,500명의 계약자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으며 금감위와 생보사의 대국민 사기극에 대해 100만인 소송인단을 결집해 정면 대치할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4월 5일 생명보험협회는 각 생보사들이 지정 기부금 한도액 5%를 출연하고 상장기업의 경우 지정기부금 한도액 10%를 20년에 걸쳐 조성하는(총 1조 5천억원) 생명보험 업계 공동의 사회공헌 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생보사·금감위의 괴상한 계산방식

그러나 생보협회가 아직 확정도 되지 않았으며 어떤 강제성도 없는 공익기금 출연을 서둘러 발표한 배경에 의문점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출연하겠다고 발표한 1조 5천억원은 현재가치로 따졌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특히 7천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힌 삼성생명의 경우 20년간 출연기금이 7천억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세전이익(특정 회계연도의 이익 중 법인세 등을 공제하기 전의 이익)이 매년 9.94%씩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상장이 될 경우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기부금 한도 내에서 허용되는 법인세, 지방세 감면 혜택을 감안하면 실제로 내는 금액은 5,075억원 뿐이다. 또 조세감면 고려 후 출연금액을 환산하고 할인율 5.22%를 이용해 현재가치를 환산하면 삼성생명이 부담하는 금액은 2,656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 담당자는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위와 재정경제부가 상장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생보사의 편법을 알면서 묵시적인 타협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1일 금감위의 내부문서와 똑같은 표지박스와 양식이 같은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문서의 내용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지난 8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552억원의 배당금을 보험계약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파격적인 내용인 것. 그러나 금감위측은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문제의 문건은 계산 자체가 틀렸으며 그런 문건을 작성한 일조차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내부문건을 건네받은 국회 정무위원회소속 열린 우리당 김현미 의원 측은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두 장짜리 내부문건이 금융감독원 내 보험 감독과에서 나온 문서와 대조한 결과 양식과 포인트가 동일했다”며 “생보사 상장과 관련해 공익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과거 배당이 적정하지 않았다는 문건을 만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생보사는 주식회사냐 상호회사냐

무엇보다도 이번 생보사와 시민단체의 뜨거운 감자는 생보사가 주식회사냐, 상호회사냐 하는 문제이다.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볼 경우 상장에 따른 이익은 주주가 모두 가져가면 된다. 즉 생보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계약자들에게 내부 보유금을 현금으로 돌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보사를 상호회사로 보게 된다면 계약자들의 경영상 생기는 위험을 함께 부담했기 때문에 내부 유보금과 상장차익까지 나눠야 한다. 이에 따라 생보사는 주식회사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상장은 주식회사의 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며, 시민단체들은 계약자들의 돈으로 회사를 키우고 운영했으니 상호회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쟁점이다.

이런 수치로 따지게 된다면 삼성의 경우 상장 이후의 주가를 (삼성측이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 당시 주장한) 주당 70만원이라고 가정한다 해도 시가 총액은 14조원이며 1999년 1차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의 권고대로 상장차익의 30%를 보험계약자에게 주식 형태로 배분한다면 그 총액은 4조2천억원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장 요건을 갖춘 삼성, 교보, 신한. 흥국, 동부. 녹십자, LIG 생명 등 7곳이며 내년 상장요건을 갖추는 동양, 금호, 미래에셋 생명 등 11개 생보사의 상장차액을 따지면 엄청난 금액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미 재정경제부가 1990년 상장을 전제로 실시했던 삼성 교보생명의 자산재평가 이익 70%를 계약자에게 배분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이것은 생보사를 상호회사 성격으로 인정한 것이다. 또 국민의 정부시대에 금융 감독도 사실상 상호회사로 인정하고 상장 안을 만들어 추진하려 했으나 생보사의 반대에 부닥친 적이 있다.

이러한 혼돈은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5일 생명보험사 상장 공청회에서 나동민 생보사 상장자문위원장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결론과 달리 “생보사는 주식회사이고 과거 계약자 배당이 충분했기 때문에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자문위원회의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의 결론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질문이 쏟아지자 “과거 계약자 배당이 불충분했다는 의견은 외국에 비해 이익 배당률이 70% 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사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미 삼성생명과 금융감독원,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는 한 통속이다”며 “친 삼성인사라는 평가를 받고있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위촉을 받은 나동민 위원장의 발언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공익기금은 생보사 상장 방패막이

생명보험사의 상장에 대한 노력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87년 생보사의 경영수지가 개선되면서 삼성, 교보생명 등이 상장요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에 두 생보사는 상장을 전제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여 순조로운 진행을 추진했다. 그러나 1990년 재무부는 생보사의 기업공개 시 주식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으며 시민단체와의 상장차익 배분 문제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유보됐다.

1999년 6월 30일 삼성그룹의 삼성자동차 부실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출연하면서 상장문제가 공론화됐다. 보험학회와 금융연구원 주최로 공청회가 열렸으며 계약자에게 주식을 배분해야 한다며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생보사들은 주식회사이므로 배분의 이유가 없다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금감원은 생보사 상장을 무기한 연장했다.

2003년 금감원이 생보사 상장을 언급했지만 시민단체와 생보사의 첨예한 대립은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상장이익 배분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현 시점에서 정부 의견(권고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으며 그해 10월 금감위는 세 번째 상장을 무산시켰다.
그리고 이번 네 번째의 상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8일 증권거래소와 생보사 상장을 위한 유가증권 상장규정 개정안에 대해 재경부와 협의를 마친 상태다. 내부유보율과 경영실적 등 계량적 상장요건을 갖춘 곳은 삼성, 교보, 신한, 흥국, 동부, 녹십자, LIG 생명 등 7곳이며 오는 11월 중 교보와 동부 가운데 1호 상장사가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17년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첨예한 갈등을 겪어온 생보사와 시민단체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생보사들이 부풀려 놓은 1조 5천억원의 공익기금을 방패막이로 삼아 상장을 추진하려 한다면서 비난하고 있다. 각계에서도 출연되는 공익기금의 객관적인 관리와 강제성이 없는 법적 효력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는 100만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해 생보사와의 최대 규모 소송을 계획 중이다. 상호회사냐 주식회사냐를 놓고 17년 동안 끝없는 논쟁을 벌여왔던 생보사와 2천만명의 생명보험가입자. 무엇보다도 상장을 앞두고 초읽기에 들어간 생보사가 계약자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생보사의 설명이 필요한 때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1조 5천억원의 공익재단 출범이 하필 상장을 앞둔 시점인지를….


#상호회사

보험관계를 전제로 하여 사원관계가 성립되는 비영리법인으로서, 상호회사의 기금은 자본금이 아니라 사원들이 공탁한 담보자금이다.
상호회사의 설립에는 100명 이상의 사원이 있어야 하고(보험업법 44조), 보험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익은 상호회사에 귀속되며, 그 이익은 사원에게 분배한다.
상호회사도 규모가 커지면 운영·조직에서 상법상의 주식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정관의 변경이나 회사의 해산 등은 모두 상법의 규정을 적용한다.


##주식회사

사원인 주주의 출자로 이루어지며 권리·의무의 단위로서의 주식으로 나누어진 일정한 자본을 가지고 모든 주주는 그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하는 출자의무를 부담할 뿐, 회사채무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주식회사의 근본적 특색은 자본과 주식과 주주의 유한책임에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