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선택 ‘두 마리 토끼몰이’

2007-05-02     백은영 
회장님은 출장 중…
대기업 총수들의 장기 해외출장이 붐을 이루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한 달여간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했으나 다시 중국 베이징으로 5일간의 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은 대부분 국위선양이라는 중차대한 목적을 가지고 스포츠 행사 및 박람회의 국내유치를 위한 민간외교사절단의 역할과 글로벌 경영이라는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출타로 보인다.
국제적 스포츠 행사를 유치했을 경우 그동안 수많은 악재 속에서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스폰서로서의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배경을 가지고 검찰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의사결정에 따라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시점이며, 정몽구 회장의 경우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항소심 공판문제로 서울 고등법원의 출국허가를 받고서야 해외출장이 가능했다. 회장님들의 잇따른 해외출장 가방속의 사연과 선물보따리가 궁금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 달여간의 유럽, 아프리카, 중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 24일 귀국했다.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다. 그는 23~27일까지 국제경기연맹총연합의 주관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스포트어코드 행사에 참가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했으며, 국제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오는 7월 과테말라 IOC총회에 참석해 스포츠 외교활동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의 눈부신 스포츠 외교활동과 비례해 국내에서는 에버랜드의 전환사채에 대한 증거들이 법정에 넘겨지는 등 조사망은 점점 좁혀오고 있다.


검찰 수사는 수사, 유치는 유치

검찰이 에버랜드 핵심쟁점인 이재용 남매가 전환사채를 배정받게 된 경위를 밝혀줄 정황증거로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들의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가 법정에 제출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눈부신 스포츠 외교에 빛을 바래게 하는 소식들이다. 재판부는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직접 심문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삼성 이회장의 나라를 위한 민간외교사절단의 훌륭한 역할과 아들 이 전무에 대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위한 탈세 혐의가 오묘한 시선이 겹쳐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정몽구 회장도 24일과 25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과 현대차 체코공장 착공식에 참석했으며 이와 동시에 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정 회장의 이런 활동은 26일 현대차 공장이 있는 터키를 방문해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정 회장의 해외활동은 현대차 그룹 비자금 사건 다음달 22일 항소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시점으로 법원의 출국허가를 통해서 가능했다. 정 회장은 비자금 수사로 인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1조원의 주식을 사회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1년째 미루고 있어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로 인한 갈등까지 겹쳐 이래저래 진퇴양난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몽구 회장의 스포츠 외교에 대해서도 이미 빛바랜 활동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영 시장공략 내막

SK 최태원 회장도 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중국 하이난다오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시장 개척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미국, 영국 등 3개월가량을 해외 글로벌 현장에서 한해를 보낸 최 회장은 작년 한해만 모두 17번에 걸쳐 67박 85일 동안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지난해부터 글로벌리티(Globality 세계화 정도, 세계화 능력)를 유달리 강조했던 최 회장은 얼마전 4년 만에 SK네트웍스 워크아웃이 확정되면서 제3의 창업선언 각오로 세계를 누리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SK그룹의 체제 전환 선언’이라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의 횡보에 재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10년 넘게 공을 들여온 유럽을 방문한다. 5월 폴란드 LG필립스 LCD 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폴란드의 사업 현황을 점검함은 물론, ‘유럽 시장 전략’을 구상하기 위한 출장이다.

유럽 방문 중 LG필립스 LCD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네덜란드 필립스 본사 경영진과의 회동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대우건설 인수 후 처음으로 해외 건설 현장을 방문, 3월 16~24일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의 중동 건설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현장경영을 하고 왔다. 두바이·카타르 등 해외 건설 현장을 직접 챙기며 지난해 인수한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중동시장을 동반 공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밖에 순수 스포츠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장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두산의 박용성 회장이다. 열흘에 지구 두 바퀴, 올해만 지구 10바퀴를 돌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이다. 박 회장의 강행군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바람 때문인 것으로 13개월만에 IOC 국제올림픽 위원 자격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국제유도연맹 재무위원장,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위원장, 아시아유도연맹 부회장, 대한유도협회 부회장·회장, 국제유도연맹(IFJ) 회장, IOC 위원 등 그의 이력은 순수한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3월 26일 ‘스포츠 민간 외교’를 위해 그리스를 방문해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미노스 키리아쿠 IOC의원을 만나는 등 유럽지역 국제올림픽 위원회 위원 및 관계 인사를 만나 평창올림픽유치 지원활동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