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취임은 했지만 음해성 루머만 난무
2007-05-04 박지영
대한주택공사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박세흠 전대우건설 사장에 대한 음해성 루머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박세흠 사장을 둘러싼 루머는 그가 대한주택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지난 2월 말 이후 급속도로 퍼졌다. 루머의 주요 골자는 박 사장의 청와대 최고위층과의 친분 및 대우건설 재직 시절 비리 혐의 등에 관한 것이다. 신임 사장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 대한주택공사는 “근거 없는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행수 전사장이 개인적인 문제로 물러난 마당에 행여나 이번 일로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튈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대우건설 재직시절 박 사장 주위를 맴돌았던 악소문과 온갖 의혹들의 실체를 알아봤다.
대우건설의 ‘비자금 조성’ 루머는 박세흠 사장이 대우건설 재직시절인 99년경부터 재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대우건설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여의도 트럼프월드’와 ‘강원랜드’ 수주 및 비자금 생성 등의 루머는 끈질긴 검찰 추적에 의해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대우건설 비자금 루머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던 검찰은 대우건설이 하도급 업체를 통해 조성한 100억원 가량의 비자금 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넘어간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주상복합아파트인 서울 여의도 트럼프월드 시행업체 하이테크하우징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이 회사 회장이자 실소유주인 박모씨를 긴급 체포했다.
박모씨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보좌역을 지냈으며, 김 전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박씨의 부인 유씨는 이 회사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었다. 또 열린우리당 의원 P씨의 부인이 한때 이사로 등재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이와 함께 대우건설이 하도급 업체 10여곳을 통해 10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대선 직전 일부 임원들과 학연 등 친분이 있는 정치권 인사에게 불법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확보해 수사에 탄력을 붙였다.
당시 대우건설의 비자금 조성 근원지로 지목된 트럼프월드는 대우건설이 지난 99년초 하이테크하우징으로부터 수주한 뒤 옛 석탄공사 부지에 연면적 2만3,800평, 지상 40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대우건설은 이 공사를 통해 150억원 규모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검찰은 대우건설의 비자금이 구 여권에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외에도 정·관계 로비가 일어났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와 관련, 2002년 9월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석탄공사와 국민은행 등이 서울 여의도동 토지 매입 의사를 밝힌 하이테크하우징사와 트럼프월드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부지 저가매각 및 고가의 잔금 지급보증서 발행 등 각종 특혜를 줬다”며 “하이테크하우징사에는 청와대 출신 박모씨의 부인이 대표이사로, 열린우리당 P모 의원 부인인 윤모씨가 이사로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해당 기관들은 “모두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남상국 전사장을 비롯, 당시 대우건설 사장을 맡았던 박세흠 사장 등 전·현직 간부 10여명을 줄소환했다. 트럼프월드는 1999년 5월 첫 분양 당시 최고 16억원의 분양가를 기록하는 등 타워팰리스 등과 함께 국내 최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렸다.
박세흠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대우건설 재직시절 아파트 건설 비리 이외에도 사장 인선과 관련, “청와대 최고위권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루머에 상당기간 시달려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재계를 중심으로 “박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부산지역 출신으로 노 대통
령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3월 8일 대우건설 박세흠 전사장이 대한주택공사 신임 사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또 다시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는 루머에 휩싸였다.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공모할 때부터 줄곧 나온 얘기로 청와대 최고위층 인사가 개입했다는 것이 ‘낙하산 논란’의 주요 골자다. 실제로 울산에서 태어난 박세흠 사장은 부산고와 서울대를 졸업, 범 부산 인맥으로 청와대내 부산파들과 돈독한 친분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대한주택공사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다만 박세흠 사장이 오랜 세월동안 건설사에 재직한 점과 대우건설 경영능력 등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정부부처에서 임명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또 대우건설 시절 박세흠 사장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과 관련 “그러한 사실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