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 후 SK ‘이상기류’
2007-05-28 현유섭
SK㈜가 오는 7월부터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분할, 운영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주회사 전환이 회사차원의 경영권 방어가 아닌 최태원 회장의 지배체제를 굳히는 전략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운영체제가 지주회사 전환으로 바뀌면서 사촌 형제간 알력싸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추측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03년 4월부터 2년간 계속된 외국계 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싸움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소버린은 2003년 짧은 기간 SK㈜의 지분 중 15%를 매입, 최대주주로 급부상했다. 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최태원 회장 등의 경영권을 압박했다. SK는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쳐야 했다. 결국 소버린은 2005년 7월 SK그룹의 경영권 개입 추진을 포기하고 사들인 지분 15%를 전량 매각했다. 소버린은 SK 지분 매각을 통해 8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지주회사=1인 독주 체제?
최태원 회장은 2004년부터 외국 자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결국 SK는 지난달 말 임시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했다.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내용을 보면 SK㈜에서 분리된 SK홀딩스(가칭)가 지주회사가 되고 SK에너지(가칭), SK텔레콤, SK네트윅스 등 굵직한 자회사 7개를 거느리는 구조다. 또 이들 7개 자회사들은 40여개의 손자회사를 지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은 이달 말 주주총회 의결을 거친 뒤 오는 7월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SK그룹측은 이번 지주회사 전환이 그룹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SK의 지주회사전환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발표 직후 내놓은 논평을 통해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C와 관련된 의문을 제시했다.
논평에 따르면 SK C&C의 영업수익이 대부분 SK텔레콤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얻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의 주주에게 귀속돼야 할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수년째 지적되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 일가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SK C&C를 통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참여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통해 지주회사인 SK홀딩스를 움직이고 SK홀딩스를 통해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체제는 지배주주의 사익을 위한 내부거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SK가 발표한 지주회사 체제는 계열회사의 출자 단계가 늘어난 것으로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확대할 뿐이라는 것이다.
또 최태원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SK C&C가 지주회사인 SK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되면 영업수익이 대부분 계열사의 거래로 창출되는 것을 감안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참여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통해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방안을 폐지하고 SK C&C를 다른 계열사와 함께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태원·재원 형제와 최신원·창원 형제가 계열사 분리를 통해 SK그룹을 재편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돌았다.
SK그룹의 계열사 분리 전망은 사촌 형제간의 경영구도에서 찾을 수 있다. SK그룹은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형제가 통
신·에너지 부분을,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회장은 소재·화학·생명공학 부분을 담당하며 운영됐다.
또 지난 2003년부터 사촌형제들의 지분 정리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최태원·재원 형제가 SKC와 SK케미컬의 지분율을 줄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계에서는 사촌형제간 계열사 분리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내용을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회장이 이끌었던 SKC가 지주회사로 편입됐다. 이에 앞서 최신원 회장의 SKC가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에서 분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또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컬과 SK 건설이 지주회사 체제에서 제외된 부분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계열사 분리와 알력 가능성 없나
SKC의 지주회사 편입은 최신원 회장의 열악한 지분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KC의 지분 구조를 보면 SK가 44%로 최대주주이며 최신원 회장의 지분은 2.4%에 불과하다.
반면 최창원 부회장은 SK건설과 SK케미컬에 대한 지분율이 최태원 회장보다 높다. 또 SK케미컬이 SK건설의 최대주주다. 현재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컬과 SK건설에 대해 각각 8.9%와 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컬은 SK건설의 지분 58%를 가지고 있다.
SK그룹이 올 들어 최태원 SK 회장이 이끄는 계열사와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소그룹 체계로 재편되는 셈이다.
이와 같은 SK그룹의 구도 변화는 사촌 형제간의 계열사 분리 수순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많다.
최신원 회장은 SKC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 최 회장은 올 5월초 SK그룹 지주회사 전환 발표 직후 SKC 주식 1만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최 회장의 움직임도 계열사 분리의 징조로 읽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그룹차원의 지주회사 변화가 최태원 회장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했다는 평가에 따라 입지가 약해진 최신원·창원 형제와의 알력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지배구조를 단순화, 경영효율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특별한 마찰없이 지주회사로 체제로 무난히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크다.
재벌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 계열사 간 지분이 사촌 간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마찰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도 사촌 형제간의 우애에 무게를 뒀다.
SK측도 계열사 분리에 대한 의견을 경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와 두산 등 형제간 마찰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고 소버린 사
태 등 직접 겪은 경험도 있다” 며 “사촌 형제간 계열사 양분 전망은 단순한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SK그룹은 지난해 현재 연 경영실적이 70조4790억원에 이르며 부문별 매출 비율은 에너지화학 51%, 물류서비스 금융 30%, 정보통신 18% 등의 순이다.
#SK그룹 숨은 2·3세 코스닥 상장, 지분 소유 등 꿈틀꿈틀
지난달 국내 코스닥 시장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SK글로벌 상무이사직을 지낸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다. 최철원 대표는 코스닥 상장 회사인 디질런트 FEFF를 통해 자신의 회사를 우회상장했다. 마이트앤메인은 SK그룹 물류사업을 담당해 온 업체다.
최 대표는 “이번 우회 상장에 대해 항공과 해운 물류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경영상태가 좋은 회사를 선택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SK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동생인 최종관 전 SKC 고문의 장남이라는 점에서 그의 코스닥 진출은 증권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 1996년 대학 졸업과 함께 SK에 입사, 사촌형인 최태원 회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쌓았다. 이후 SK글로벌 상무직을 맡았지만 2002년 물류회사인 마이트앤메인을 창업했다.
최 대표는 회사를 4년만에 연 매출 4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그룹경영에서 한계가 창업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최 대표가 30대에 바로 독립한 점도 경영에 대한 욕심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최 대표와 함께 SK그룹내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인물도 있다. 최영근씨다. 최영근씨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SK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장손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해 말 현재 SK케미컬의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명의로 보면 최창원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에 이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