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정비업체‘불공정 노비문서’단독입수
2007-05-28 백은영
“현대자동차 때문에 살 수 없다.”
전국 현대자동차 정비 센터장들이 생존권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시점에 전국 3만 카센터 업체들도 최초로 현대차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특히 현대자동차 정비센터협회는 자신들의 업체와 현대자동차에도 막심한 피해가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폭로전을 펼쳤다. 이에 대해 본지는 현대 자동차의 문제점과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법적소송에 대한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이들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소비자에게 엉뚱한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파헤쳤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블루 서비스’라는 토털 프리미어 멤버십 서비스를 만들어 멤버스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입한 현대차 고객은 자동차 관리, 통합 포인트, 생활 제휴, 맞춤 정보 서비스 등을 블루 멤버스 카드 한 장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의 그린 서비스를 실시해왔던 현대자동차 정비업체는 블루핸즈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두고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것은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불공정거래 계약일 뿐만 아니라 그럴싸하게 포장해 소비자들에게 비싼 부품비를 받아 챙기려는 기업의 얄팍한 속내라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지난 3월 26일 현대 그린회라는 협회를 만들어 발대식을 갖고 지난달 6일, 13일, 27일 세 차례에 걸쳐 양재동 본사에서 현대차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블루핸즈 서비스는 소비자만 봉
블루핸즈 서비스. 이것은 기존의 그린 서비스에서 분화된 것으로 최근 현대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인 새로운 정비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블루핸즈 서비스에 대해서 현대자동차측과 정비업체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대 정비업체들은 현대측이 불합리하고 부당한 계약조건을 삽입해 자신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특히 계약에서 순정품 또는 지정품이라는 미명하에 현대자동차 (현대 모비스)에서 생산되는 부품에 대해서만 사용토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동일회사 제품이라 할지라도 순정마크를 달고 나오면 부품당 30~50%의 부당한 가격차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보증수리에만 사용하던 것을 일반 수리에도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차 ‘카니발’ 라디에이터의 경우, 일반 유통되면 7만8000원에 구입할 수 있지만 모비스 대리점에서 순정품 스티커를 붙여버리면 11만8000원이며 또 현대차 ‘다이너스티’ 라디에이터도 시중에서 13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현대모비스의 순정품의 경우 21만 4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현대측이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는 통합 포인트 서비스의 경우 총매출액의 0.5%에 대한 적립의무를 부과하므로 수리금액이 600만원이 되어야만 3만 포인트가 적립돼 오일 교환 정도 밖에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고객들은 현실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에대해 현대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숫자로 명확히 따진다면 0.5%의 적립금에 대해서는 맞는 사실이다” 며 “하지만 고객들에게 많은 서비스를 돌려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분개하는 것은 현대차가 자사의 홍보비를 전가해 마케팅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올 7월부터 30만원씩을 강요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는 60만원씩 일괄 지급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불만은 이것뿐만 아니다. 블루핸즈 계약서 제 36조 2.7항에는 시설 및 장비개선 요구 불응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부분을 명시함으로써 지정한 업체를 통한 고가의 장비 및 시설 구입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량 진단장비중 시중 판매되는 네스테크 하이스캔 스캐너가 176만원에 불과하지만 현대가 지정한 하이디에스 스캐너의 경우 275만원이며 GDS 경우도 시중판매되는 CAMAN SCAN VG가 495만원이지만 현대지정 GDS 장비는 900여만원이라는 주장이다.
또 인테리어 간판 등 각종 시설 및 리프트 정비를 위한 장비들도 모두 현대에서 지정한 업체 7곳에서 이용해야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 현대 측과 업체측간의 리베이트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블루 핸즈 서비스는 시설이나 장비에 대한 아무런 추가지원도 없이 기존 그린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블루 핸즈라는 이름만 바꿔 보증수리 업무 부담이외도 일반 수리 매출 수입의 일정액을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담당자가 사적인 이유로 자리를 비워 정비업체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건에 대해서도 답변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비업체 한 관계자는 “블루핸즈 계약업체들은 부담이 많은 보증수리를 떠안으면서 일반 수리 수입까지 현대 측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며 “차후 현대측에서 시설 및 장비 개선을 이유로 더 많은 지출을 요구할 것이 분명해 시설투자 및 수익감소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에게 과잉정비나 높은 기술료를 책정해 부담을 전가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 정비업체와 현대 측은 팽팽히 맞서며 대응하고 있다.
정비업체측은 불공정계약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집회의 자유 탄압 등의 평등권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인권위에 제소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측은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과 집회에 따른 업무방해 행위로 법적 조치와 계약해지 사유를 들어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의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비업체 인권위 공정개래위원회에 제소 VS 현대 조직적 회유와 법적대응 불사
정비업체측은 현대 측이 기존 그린 서비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블루핸즈 계약 미체결시 인가해지 등의 이유를 들어 강제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서에 대한 검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설명회 다음날 직원들을 동원해 도장을 받으러 다녔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현대 측이 지난 3차례의 단체 집회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발송한 내용증명 및 확인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 문건을 확인해 본 결과 현대자동차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며 불법적인 집회나 시위에 참석하지 않고 만약 이를 불이행했을 경우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현대자동차측에서 보낸 제 9YHD-0705-004호의 내용증명 문건에서도 이들이 4월 13일과 27일 서울 양재동 집회에서 사용한 문구를 인용해 형법 제 307조에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과 제 314조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 측의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어 재발 시에는 협정서에 의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계약해지의 사유를 회유하는 것이 명시되어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현대측에서 문제가 되었다고 지적한 문구가 ‘협력업체 피빨아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 웬말이냐’, ‘현대차는 정비협력업체와의 노비계약 문서를 즉각 파기하라’,‘협력업체 쥐어짜는 현대자동차는 각성하라’는 내용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이 현대 측의 명예와 어떤 심각한 제정적 손실을 주었는지 어이가 없다”며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는 현대차 노조원들과는 달리 자신의 업장 문을 닫고 생업을 포기하면서 집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심정이 오죽 하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현대 그린회의 회원들은 현대 측의 회유와 협박에 이기지 못해 정비 측의 인원들이 조금씩 탈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업장의 막대한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들에게 현대자동차와 애프터서비스의 문제점을 당당히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사상 초유 카센터 동맹휴업
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센터 모임)도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현대서비스센터 앞에서 현대차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국 규모로 이뤄진 카센터의 동맹휴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 카센터 업주들은 국내 자동차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AS부품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 매년 부품값을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현대·기아차 가맹정비소 확대 중지, 현대모비스 부품값 인하, 가맹 여부와 관계없는 가격 일원화 등을 요구했다.
이들도 현대자동차의 지나친 부품비 상승과 순정 부품비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결국 전국 카센터연합회의 주장도 현대 가맹점 정비업소와 비슷하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들로부터 AS부품을 싸게 조달한 뒤 순정품이라는 자사 상표를 붙이면서 부품 값을 상승시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도 현대모비스가 세 차례나 부품 가격을 올렸으며 실제로 브레이크 라이닝의 경우 몇 년 사이에 2만원에서 5만원으로 폭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소비자들이 순정부품이 명품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 모비스는 경쟁 업체가 없어 순정품 가격이 매년 급상승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대해 카센터 협회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계열사가 부품 유통시장까지 통제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며 이와같은 대기업의 횡포에 영세한 상인들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대기업의 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