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회식자리에 끼워달라는 임원 많다”

2007-06-04     현유섭 
샐러리맨의 ‘별’ 대기업 임원이 사는 법
‘고위 임원 승진’은 샐러리맨들의 목표다. 억대의 연봉과 고급 승용차, 비서진까지 돈과 명예가 따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을 접할 때 샐러리맨들의 갈망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대기업 임원 자리는 항상 불안하다. 실적을 나타내는 수치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전문 교육과 현장 근무 등 빽빽한 하루 일과도 임원들을 짓누르는 요소다.


매년 발표되는 국내 직업관련 조사 결과 기업의 고위임원이 얼마나 매력적인 자리인지를 말해준다.

국내 산업·직업별 고용구조 조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기업체의 고위 임원은 1만여명에 이른다. 2005년 7000여명보다 3000여명이 늘어난 수치다. 또 향후 10년간 국내 기업체의 임원수는 2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기업체의 고위 임원은 지난해 말 현재 경제활동인구의 0.0004%를 차지하고 있다.


부러운 시선은 보너스

100대 대기업의 임원으로 기준을 좁히면 경제인구에서 대기업 임원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작아진다. 상장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이름을 올리는 고위 임원이 기업 당 5~20명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100대 기업 임원은 1500~2000명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경제인구의 0.000083%라는 수치가 나온다. 대기업 임원의 비율이 경제인구 1만명당 1명도 안 되는 셈이다. 대기업의 임원을 ‘경제계의 별’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실감케 하는 수치다.

대기업 고위 임원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억대의 연봉과 고급승용차, 비서 배속으로 대표할 수 있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의 대우가 단연 돋보인다. 삼성전자를 보면 지난해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이 절반가량 줄었지만 4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승용차는 기본 사항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고위 임원들의 평균 연봉도 10억원이 넘는다. 또 초급 임원인 상무보급에게도 억대의 연봉과 2500CC급 승용차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고위임원에게 8억원이 넘는 연봉과 별도의 집무실이 주어지며 비서를 별도로 배속한다. 또 법인명의의 휴대전화와 골프 회원권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그룹도 임원들의 업무를 돕기 위한 비서와 집무실, 3000CC급 차량이 주어진다. 그룹 평균 임원 연봉은 7억4000만원 수준이다.

LG그룹의 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6억원에 육박한다. 비서와 골프회원권, 출장 시 비즈니스석 항공권은 기본이다.

두산그룹도 전무급 이상에게 운전기사와 비서가 별도로 배속된다. 임원 평균 연봉은 4억원가량이다.

게다가 언론보도 등 주변에서 쏟아지는 관심과 일반 샐러리맨들의 부러운 시선은 국내 대기업 임원들에게 주어지는 특별 보너스다.


‘임원은 임시직’

“회식 자리에 먼저 끼워 달라고 부탁하는 임원들이 있어요” 국내 모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K과장의 말이다. 부서별 회식자리가 임원을 모시는 자리가 아닌 임원들이 참여하는 자리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K과장은 “일반 사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임원들이 많다”며 “회식자리에서 임원이 사원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기업들이 임원인사의 기준을 현장 경영으로 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 환경이 글로벌화되면서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와 유지, 발전,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업무 방향이 권위적인 구성원 관리가 아닌 구성원과 어떻게 융합해 실적을 얻어내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외부 인재 영입이 실패하는 5대 이유’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상호 존중과 신뢰에 바탕을 둔 팀워크(Team Work)가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충고했다. 일반 직원들의 인기가 임원들의 중요한 경영능력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임원들에게도 업무전반에 대한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사원-과장-부장-임원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보고체계에서 일반 사원과 임원이 직접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풍토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에 적응하기 위한 어학 능력을 갖추는 일도 하루 일과에 포함된다.

A그룹 홍보팀 간부는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는 임원이 많다. 임원 책상은 더 이상 재가를 위한 책상이 아니다” 며 변화된 임원들의 업무 모습을 대변했다. 특히 단기간에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과 연공서열식 인사는 임원들을 짓누르는 가장 큰 짐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실적위주의 인사와 조직 내 마찰을 줄이기 위한 연공서열식 인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임원은 임시직’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최근 몇 년간 임원 승진 이후 1~2년만에 전직 대기업 임원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것도 불안한 임원들의 자리를 대변한다.

제계 한 관계자는 “짧아지고 있는 임원 재직 기간은 실적 위주의 평가도 있지만 내면을 들어다 보면 내부에 임원 후보들이 많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밝
혔다.


어느 대기업 임원의 하루일과

국내 굴지의 H사 고위 임원인 A씨의 아침 출근 시간은 7시30분이다. 일반 직원보다 한 시간 빠르다.

부하 직원들의 업무내용을 미리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외국어 공부도 아침 일과 중 하나다. 오전 업무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업무 협의 사항부터 챙긴다. 이어 사업별 본부 간 임원 협의사항을 검토하다보면 시계바늘은 벌써 머리 중앙을 넘는다. 점심시간도 업무의 연장선이 되기 일쑤다. 대부분의 약속이 관련 업체의 임원들과 갖는 것이 보통이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현장 방문의 강행군이다. 그룹차원에서 현장 경영을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현장 근무는 뺄 수 없는 H사 임원들의 하루 일과가 됐다. 거래처 방문도 대부분 오후에 이뤄진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A씨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와야 한다. 하루 동안 밀린 재가 서류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일 업무 사항까지 검토하면 저녁 7시가 넘는다. 또 다음날 업무 계획 검토와 보안 사항 등을 챙기는 것으로 일과가 마무리 되는 저녁 8시가 돼서야 A씨의 집무실 전등은 꺼진다.

A씨가 담당하는 사업부서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일반 직원 입장에서 임원들의 늦은 퇴근시간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먼저 퇴근을 해야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임원들의 빽빽한 일과를 보면 그들만의 생존 방법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임원 승진은 ‘하늘에 별 달기’
평균 22년…실적 중시 ‘루키임원’ 급증


국내 기업에 종사하는 일반 사원들이 임원까지 승진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국내 기업 승진제도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까지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입사 후 평균 22.4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대졸 신입사원들의 연령이 20대 중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50대에 들어서야 임원 직함을 내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무직의 연간 승진 대상자 중 44.5%만이 상위직급으로 승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명 중 4명은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는 것이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승진율은 크게 떨어진다. 단계별 승진율을 보면 신입→대리 57.4%, 대리→과장 45.4%, 차장→부장 33.6% 등으로 승진 정체 현상이 심해진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43.2%로 중소기업 75.0%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승진 유형을 보면 임원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다시한번 실감한다. 10명 중 8.5명의 사무직이 1회의 정기승진 기회를 잡고 있지만 2회 이상 정기 승진하는 사례는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0.7명에 불과했다.

때문에 국내기업 10곳 중 3곳은 승진정체 현상이 심각하다는 대답을 내놨다. 또 승진 정체현상의 이유를 묻는 조사에서는 10곳 중 7곳 이상의 기업이 ‘승진 대상자 누적’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 사원들의 불만이 높다.

승진 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21.0%가 ‘고위경영층의 의향이 승진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했다. ‘공정성과 합리적 평가방법이 없다’는 응답도 19.6%나 됐다.

H그룹 한 관계자는 “연공서열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40대의 일명 루키 임원들의 등장이 눈에 띄는 부분” 이라며 “실적 중시 등은 일반사원들에게 동기부여 등의 요소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