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무한경쟁 SK, KTF도 군침

2007-07-03     김종훈 
수도권 최대 유선방송 씨엔앰 인수전 점입가경

서울지역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의 2대 주주인 골드만삭스가 지분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회사 경영권을 가진 최대 주주 이민주 회장의 지분도 매각에 포함될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경영권 인수 여부에 따라 씨앤앰의 향후 사업구도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씨앤앰은 서울 용산구 송파구 서초구 등 15개 구역에서 유선방송을 서비스하는 방송사로 기업 전체 지분 가격은 3조원대에 달한다. 처음 입찰에는 국내 굴지의 사모펀드 BMK파트너스와 신한맥쿼리 사모펀드 등이 참여했지만 지난달 29일 신한맥쿼리는 입찰에 탈락했다. MBK파트너스가 씨앤앰의 경영권을 차지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배후에는 SK, KTF 등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시각이다.


MBK파트너스와 함께 복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종 입찰에 참여했던 신한맥쿼리-굿모닝신한증권 컨소시엄 한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최종 입찰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이번 매각 대상에는 골드만삭스가 보유해온 지분 30.54%외에도 이민주 회장 측 지분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지분보유율 49%가 넘지 않는 선에서 씨앤앰 경영권 전체가 MBK파트너스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인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서 MBK측은 이민주 회장측 지분까지 포함, 총 3조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지분율 49% 넘지 않을 듯

신한컨소시엄 측 관계자는 “MBK측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보여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대만 2위의 SO업체 인수 당시에도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불러 향후 SO산업의 미래비전을 긍정적으로 관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매각자문을 맡은 씨티은행측은 “아는바 없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이민주 회장이 부인(9.25%)의 지분을 포함하면 씨앤앰 지분의 61.17%, 골드만삭스는 30.48%를 소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매각에 이 회장측 지분이 포함되면 경영권까지 넘어가게 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재매각 작업을 위해서라도 경영권이 같이 따라가야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주 회장도 주변의 분위기에 편승, 지분 매각을 고려한다는 게 업계에 나도는 소문이다.

최근 이 회장은 모 통신사업자와도 지분 매각을 두고 협상을 했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현재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지역유선과 병합한 전화상품을 출시하면서 최대의 종합유선방송사를 인수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나돌았다.

사모펀드가 인수 후 재매각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인수하기 부담스럽게 가격을 높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 간접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차기 인수자로 예상된 모 통신사업자 경영진은 최근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외국인 지분 보유율 등 여러 가지 정황상 이 회장측 지분의 일부만을 매각함으로써 경영권 양도 프리미엄을 최대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씨앤앰측은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와 이 회장 지분 매각건 모두 회사의 회장님이자 최대주주와 관련된 일이라 알 수 없거니와 알아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MBK 파트너스는 과연 어떤 회사?

MBK파트너스는 15억6000만달러 규모의 사모펀드(PEF)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칼라일펀드에서 독립, 동북아지역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고 현재 한중일 각 지역별로 지역투자팀을 구성해 펀드조성과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부문은 2005년 9월 5500억원 규모로 설립, 경쟁자인 보고펀드(5100억원)를 능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 PEF다. 한국에서는 부실한 중대형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정상화한 후 다시 매각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방식을 취하지만 최근 활동내역을 볼 때 대형 제2금융권 금융사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할 때마다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농협 등 국내 금융시장의 큰손들이 참가해왔고 외국금융기관의 자본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력구성도 화려하다. 칼라일아시아 회장을 지낸 김병주 회장과 윤종하 대표가 펀드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쿵쿠오추안, 일본의 시주나가 겐스케를 비롯해 한중일 전문가 18명이 서울과 상하이 도쿄에 사무실을 내고 각 지역에서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김병주 회장은 칼라일아시아펀드 회장을 지내면서 외환위기 직후 옛 한미은행을 인수했다가 미국계 씨티은행에 매각하면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긴 인물이다. 김병주 회장은 포스코 명예회장과 자민련 총재 등을 지낸 박태준씨의 사위이기도 하다. 윤종하 대표도 칼라일코리아 대표 출신으로 시카고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 부재훈 부사장은 칼라일코리아 상무출신이고 김광일 상무는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최근 LG카드 인수전에 참여해 신한금융지주와 손잡은 적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설립 7개월만에 국내 저축은행 중 자산규모가 가장 컸던 HK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가해 600억원을 출자하면서 지분 25.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씨티은행이 보유한 한미캐피탈 지분 35.07% 전량과 전환사채를 626억원대에 매입
했다. 김병주 회장의 인맥으로 씨티은행과 정보를 나누던 중 한미캐피탈을 인수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