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는 현대그룹 비상장 IT업체 ‘현대유엔아이’정체
2007-08-13 현유섭
우리나라에는 이상한 자치단체가 있다. 이곳은 행정구역상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또 이곳을 지배하는 군수들의 성은 바뀌지 않는다. 군수는 지역 내 땅을 일부 소유한 법정 대리인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인 마을의 주인 행세를 한다. 군수의 가족들이 자치단체의 주요직을 독차지하기도 한다. 청사에 노점상을 차려놓고 나오는 수익은 군수가족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일부 재벌들을 바라보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시선이다.
최근 재벌들이 소유한 대기업 집단 내 비상장 IT업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그 중심에 현대그룹이 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계열사 소액주주들이 제기하고 있는 지원성 거래를 통한 그룹총수 가족들의 돈벌이 의혹을 짚어본다.
최근 몇 년간 현대그룹 내 계열사 중에는 급성장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현대유엔아이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상선·택배·엘리베이터·아산·증권·경제연구원 등 그룹 내 전문 I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업체다.
출범 당시부터 그룹 내 계열사 이외에 현대가의 IT관련업무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회사였다.
그러나 최근 현대유엔아이의 지분구조와 주식 배당금이 소액주주들에게 알려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거래 대상인 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참여에 나서지 않고 현정은 회장과 가족이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대유엔아이의 지분 구조를 보면 현정은 회장이 68.2%, 정지이 전무 9.1%, 현대상선 22% 등 총수 가족이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지원성 거래 통한 폭리?
최근 발표된 좋은지배구조연구소의 대기업기업집단 소속 IT회사의 문제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 유엔아이의 그룹 관계사 매출은 2005년 9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73%의 매출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나왔다.
또 2005년 22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005년 12억원, 2006년 33억원을 실현했다.
특히 올 3월 주당 100%에 이르는 주식 배당금 22억원을 풀어놨다. 지난해에도 50%에 이르는 주식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정은 회장 가족이 투자 후 일 년 만에 배당금으로 자본금을 모두 회수한 셈이다.
이와 함께 지원성 거래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현대상선 등 주요 계열사 IT업무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현대유엔아이의 설립을 위해 계열사에서 인력을 파견한 점도 총수 개인을 위해 계열사를 이용했다는 의문을 낳게 하는 점이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상선 IT인력 140여명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은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총수의 개인소유나 다름없는 현대유엔아이의 매출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지원성 거래를 통해 후계자에게 지분을 넘겨 편법적 상속과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눈총을 보내고 있다.
“스스로의 자정이 필요”
현행법상 재벌그룹의 지원성 거래 업체에 대한 제재수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고작이다.
때문에 의혹을 사고 있는 그룹 내 회사와 계열사간 거래가격만 유지한다면 지배주주 일가의 부당이득 취득을 막을 수 있는 법률적 장치가 없는 것이다.
경제계 관계자들은 현대유엔아이의 지원성 거래와 폭리 취득에 대한 의혹을 풀 수 있는 해답은 현대그룹이 제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의혹의 발단과 해답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현대가는 이미 현대유엔아이의 의혹과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대가는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 편취를 노렸다가 시민단체의 반박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비스 주식에 대해 1조원 규모의 사회 환원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 내 IT전문회사 HDSI의 해산도 대표적인 예다. HDSI는 2002년 7월 설립됐으며 정지선 부회장이 70%, 현대쇼핑이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HDSI는 계열사의 지원성 거래로 급성장했다. 2005년 이후 관계사 매출이 90%를 넘어서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은 회사운영이 지배주주를 위한 것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HDSI의 사업부문을 현대 H&S에 매각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배주주들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회사를 설립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이미 설립된 회사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좋은 해결방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과 현대건설
오는 28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언론 주요기사로 게재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에 미치는 영향과 북한의 비핵화 등 평화 체제 구축 등의 평가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있다. 남북경협의 진척에 따른 판도 분석이다. 그 중심에 현대그룹과 현대건설이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불거졌다 잠잠해진 현대건설 인수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선언했다. 대북사업을 위해서는 현대건설이 필수적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현 회장은 이와 같은 의지를 지난해 9월 개성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밝혔다.
때문에 경제계 일부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경협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대그룹의 인수작업이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에는 난제가 남아 있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현대 계열사의 사업환경 개선 등은 호재로 볼 수 있지만 함께 수혜를 입고 있는 현대건설의 주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수를 위한 실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의 주가 변동폭을 보면 현 회장이 인수 의지를 밝힌 지난해 9월 현대건설 주가는 주당 5만원을 겨우 넘어선 수준이었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지 않은 이달 9일 현재 7만7000원을 넘어서는 등 50% 이상 상승한 상태다.
또 현대건설 인수설에 거론되고 있는 두산 등 큰 손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점도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 부담으로 작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현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며 “큰 매물인 만큼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