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팔경, ‘외국인도 푹 빠졌어요!’

“갈대와 낙조, 낙엽 벗 삼아 떠나는 쉼과 사색으로의 여행길”

2011-10-17     김장중 기자

경기도 화성시는 전국 인구유입률 1위를 자랑한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최고의 교육도시는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화성시만의 자연경관, ‘살고 싶은 도시’로 각광받는 가장 큰 몫으로 꼽힌다. 사계절마다 찾을 수 있는 화성시의 절경, 가을을 맞아 여행이나 휴식을 꿈꾸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화성시를 둘러보는 건 어떨까. 이곳을 찾으면 밝은 햇살 속에서도 투명하고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찬 기운에 밀려 생명을 다하는 낙엽을 보며 봄과 여름 내내 달리던 것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에 계절이 바뀌어 마음 한 켠이 울렁이는 이들을 위해 사색여행을 즐길 수 있는 화성시만의 여행길 몇 곳을 소개한다.

제일 먼저 가볼 곳은 세계 3대 공룡알화석지 중 하나인 화성시 고정리의 공룡알 화석산지다.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져 퇴적층에 싸여 있던 공룡알들이 시화호의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웅장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약 1억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의 공룡알 화석과 파편 등 200여 개가 발견된 곳이다. 480만 평(15.9㎢)의 드넓은 화석지 곳곳에서 한반도 공룡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화석산지로 이르는 길은 1.5km에 이르는 산책로가 조성돼, 사색에 빠지기 최고다. 또 이곳에는 ‘공룡알 유적지 방문자센터’가 있어 공룡알 화석과 공룡모형, 특히 한반도에서만 서식했던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복원도까지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을 찾은 시간이 낙조 볼 시간대와 맞춰진다면 또 하나의 빼 놀 수 없는 장관을 볼 기회가 덤으로 주어진다.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무성한 갈대와 억새풀, 모래 바람 등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풍경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그야말로 세상과 단절된 듯 한 조용함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나만의 휴식시간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휴식처로 꼽힌다.


붉은 기운이 가려진 ‘궁평항 낙조’

궁평항은 200여 척의 어선이 드나들 수 있는 선착장과 1.5km 길이의 방파제를 갖춘 어항이다. 경기도 내에서는 꽤 큰 규모다. 2km가 넘는 백사장과 100년 송 5000 그루의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장관은 궁평항 낙조를 감상하기도 전에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궁평항의 낙조는 만선의 깃발을 단 어선들이 궁평항으로 돌아올 때쯤 볼 수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특히 이곳의 낙조는 화성 팔경 중의 하나로, 수도권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방파제 끝에 피싱피어(Fishing Pier)가 조성돼 있어 바다 위에서 낚시를 즐기며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 ‘피싱피어’는 바다낚시 잔교(棧橋)로서, 바다 깊숙이 목재로 다리를 설치해 낚시도 즐기고 바다풍광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레저공간이다. 화성시에는 궁평항과 제부항 2곳에 설치돼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의 경우 빼 놀 수 없는 곳이 또있다. 수산물 직판장. 갓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먹을 수 있는 수산물 직판장에는 270여 개 식당이 성업 중이며, 쫄깃하고 단백한 생선회와 칼칼한 맛의 매운탕, 고소한 대하구이와 조개구이, 깔끔한 국물 맛의 바지락 칼국수 등 궁평항의 대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싱싱한 해산물이 반기는 직판장에 들러 기분 좋은 저녁 만찬을 즐겨보자. 연인과 함께한 드라이브 코스 역시 인기다. 이 코스는 궁평항 남쪽 10km 길이의 화성호 방조제가 대표적이다. 도심과 가까운 이곳, 궁평항 가을바다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여유는 어떨까.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

화성시 안녕동 산자락에 위치한 융·건릉, 이곳은 뒤주에 갇혀 죽은 조선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와 그의 아들 정조대왕이 함께 잠들어 있는 곳이다. 융릉은 사도세자와 그의 비 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능으로 원래 경기도 양주군 배봉산에 있던 능을 아버지의 불행한 삶을 가슴 아파 하던 정조가 1789년에 지금의 장소로 묘를 옮긴 후 현릉원(이후 융릉으로 승격)이라 했다. 융릉 왼쪽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건릉은 정조의 능으로 살아 생전 선친의 묘 곁에 자신의 묘를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에 따라 아버지 사도세자 옆에 잠들어 있다. 지난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융·건릉은 화성 8경에서도 제일로 꼽는 경치를 자랑한다. 양지바른 곳에 놓인 두 개의 왕릉을 감싼 기품 있는 솔숲은 많은 방문객들의 산책로로 유명하다. 이 산책길에 들어서면 나이가 족히 백 살 이상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적송들이 쭉쭉 뻗어 왕릉을 호위하고 있다. 나무들이 잘 가꿔진 탓에 이곳의 숲은 웬만한 자연휴양림보다 훨씬 낫다는 평이다. 솔숲과 참나무가 만들어 준 산책길에는 절로 심호흡을 나오게 하는 ‘황톳길’이 반겨준다. 두 능을 두루두루 산책하는데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맑고 깨끗한 공기에 취하고 능의 둘레길인 산책로에 반해 걷다보면 하루 종일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또 융·건릉만으로 아쉽다면 이웃한 용주사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용주사는 정조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로서, 이 절은 조선후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전각뿐만 아니라 국보 120호 용주사 범종 등의 볼거리가 많다. 융·건릉, 용주사 등 모두 호젓한 분위기의 산책길을 가지고 있어 걷는 이에게 상쾌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스산하게 부는 가을바람 한 자락이 구슬프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아들의 애절한 사랑과 비탄한 눈물 때문은 아닐런지.

[김장중 기자] k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