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문화엑스포·박준영 F1대회 통해 큰 꿈꾸나?
경제살림꾼 박준영 vs 김관용 문화전도사
2011-09-06 전수영 기자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각각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를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영남과 호남은 항상 비교되는 곳이었고, 또한 중심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는 재선을 했다. 박 지사는 전남도지사로 3선을 달성했다. 후보로 나선 지역이 아무리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3선과 재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이 그동안 펼쳤던 도정이 결국 도민들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일요서울]은 902~904호에 이어 광?단체장 ‘인물과 인물’로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박준영 전남도지사를 살펴본다.
공무원과 언론인으로 출발한 이력
김 지사가 정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5년 민선 제1, 2대 구미시장으로 당선되면서부터다.
김 지사는 구미시장이 되기 전 행정고시를 합격해 구미세무서장으로 구미와 연관을 맺었지만 정치와 실질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대통령민정비서실을 거치면서다.
김 지사는 연거푸 3번 민선 구미시장을 역임했고, 2006년 경북도지사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도지사에 재선되면서 그는 행정능력을 도민에게 평가받았다. 아무리 한나라당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가 당내에
서 유력 정치인들을 물리치고 도지사 후보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가 가지고 있는 도지사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공무원으로 시작해 도백에 오른 것과는 달리 박 지사는 언론인으로 시작해 청와대를 거쳐 도지사에 이르렀다.
박 지사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로 사회 첫발을 내딛는다. 그 후로 줄곧 언론인으로 생활하다가 1999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 비서관 겸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물론 두 사람의 인연은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낙선한 후 미국에 강연 차 갔다가 당시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이었던 박 지사를 만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 전 대통령은 꼼꼼하기로 유명했다. 그런 대통령 밑에서 대변인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박 지사의 꼼꼼함과 철두철미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토씨 한 자까지도 실수를 용납 안 했던 ‘DJ의 입’으로 2년간 생활을 하며 박 지사는 정치의 감을 익혔다고 할 수 있다.
문화엑스포와 F1대회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다
김 지사와 박 지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영암 F1대회를 통해 지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두 개 행사 모두
국제적인 행사라 지사로서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지난달 12일부터 10월 10일까지 60일간 경주시 일원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다.
‘천년의 이야기-사랑, 빛, 그리고 자연’이란 슬로건을 앞세워 열리고 있는 세계문화엑스포는 천년고도인 경주라는 역사적 테마와 함께 세계 춤 페스티벌, 비보이(B-Boy) 페스티벌, 스트리트 퍼포먼스, 세계인형극 축제, 대한민국 대학생 춤페스티벌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특히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연계되며 외신기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자 20km 경보 경기밖에 없던 지난달 31일 외신기자들은 세계문화엑스포 현장을 방문해 다양한 행사를 감상하고, 천마총 첨성대 안압지 등 유적지를 관광했다. 이 자리에서 외신기자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에 감탄하며 다양한 문화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세계문화엑스포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지사는 이런 반응에 크게 고무됐다. 잘 준비된 세계문화엑스포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맞물리면서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주목을 받고 있다면 F1대회는 그 뒤를 이어 전 세계의 시선을 끌어 모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영암 F1대회는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열린 국제 모터스포츠대회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월드컵, 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4대 스포츠로 꼽히는 F1대회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대회다.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박 지사는 영암에 경기장을 짓고 도로와 숙박시설을 완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지난해 치러진 대회는 비가 오는 악조건 속에서도 수많은 관중들이 몰리며 큰 호응과 함께 전 세계로 생방송되면서 전남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F1대회가 세계 4대 스포츠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F1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동차산업이 발전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F1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머신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F1대회가 활성화된다면 결국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머신을 생산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국제적인 반열에 올려놓게 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F1대회를 전후 해 자동차 튜닝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튜닝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자동차 튜닝이 아직은 마니아층에서만 공유되고 있지만 튜닝시장이 커지게 되면 지금의 자동차산업은 양적으로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F1대회가 자동차산업 전반의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F1대회는 국내 처음으로 유치한 대회라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는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번 제2회 대회는 미흡한 점을 보완해 완벽한 경기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잘 치러질 경우 전남은 새로운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기에 박 지사와 함께 도민들이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지금은 영호남 대표 도지사 그렇다면 다음은?
김관용 박준영 두 도지사는 영호남을 대표하는 도백이다. 김 지사는 구미시장을 거쳐 경북도지사까지 40여 년간 공직에 몸담은 정통 행정관료로서 행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시장과 도지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큰 잡음이 없었고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한미FTA대책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도 이해가 다른 각 시도지사들의 의견을 잘 조율해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지사는 특히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시장을 지낸 만큼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내년 대선에 나올 경우 김 지사의 역할이 매우 커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김 지사를 봤을 때 행정능력과 수행능력은 나무랄 때 없지만 줄곧 지방정치에서만 활동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또한 중앙정치에 등장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어 이 부분도 아킬레스건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평가에서든 김 지사의 행정능력은 최고임을 부인할 수 없다.
3선의 박 지사는 차기 지방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시도지사는 연속으로 4번 이상 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차기 지방선거에서 박 지사의 얼굴은 볼 수 없다.
하지만 도지사 3번의 당선에서 볼 수 있듯이 박 지사에 대한 호남주민들의 지지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박 지사를 두고 내년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지만 박 지사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전남도정을 잘 이끌겠다는 도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박 지사는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박 지사는 총선이 아닌 대선에 대한 꿈을 꾸고 있을 가망성이 높다. 실제로 박 지사는 총선 출마설은 부인하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고 얘기해 대선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하다. 박 지사 본인이 대선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단서가 달려있다.
박 지사는 “지금은 후손이 잘사는 땅을 만드는데 노력할 때”라며 당분간은 도정에 전념하고 기회가 된다면 출마를 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런 기저에는 ‘J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J프로젝트’는 영암호 주변의 간척지를 포함한 약 3000만 평 위에 수십 개의 골프장과 카지노, 호텔 등 위락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이며 사업규모는 36조 원에 이르는 대단위 사업이다.
전남의 명운이 달려 있는 ‘J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성될 경우 박 지사는 더 이상 지사가 아닌 유력한 대권후보로 자리 매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 무관심에 대단히 서운하다”며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앉아서 손해만 볼 수 없는 만큼 농어촌공사, 결국엔 농림수산부가 시간을 계속 끈다면 J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어조로 대응하고 있다.
박 지사가 이렇게 중앙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중앙정부와 호흡을 맞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실제로 박 지사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포함되어 있는 영산강 정비사업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오해를 받았다.
이에 대해 박 지사는 “영산강은 과거 정부에서 오랫동안 돌보지 않고 방치한 탓에 수질 오염이 심각해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데다 2~3m의 토사가 쌓여 홍수 피해가 반복된다”며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지역현안 사업으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박 지사는 그동안의 행정능력을 바탕으로 도지사 3선의 위업을 달성한 인물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에 있어서는 박 지사에 대한 호남주민들의 지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박 지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어떤 성과를 일궈 내느냐가 그의 향후 행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