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 ‘거가대교’ 부실논란 [2]
‘거가대교’, 경남도·부산시 골머리
2011-08-29 전수영 기자
부산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를 잇는 길이 8.2km의 다리가 거가대교다. 거가대교는 해저침매터널 구간과 사장교 구간으로 나뉜다. 해저침매터널의 경우 세계 최초, 최대라는 칭호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거가대교를 두고 잡음이 심하게 일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지난 903호에 이어 살펴본다.
거가대교의 통행료와 부실시공 문제가 개통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통행료의 경우 지금은 폐지된 최소운영수익보장(MRG:Minimum Revanue Guarantee)에 따른 문제로 경상남도와 부산시가 20년에 걸쳐 1조 원이 넘는 돈을 민간사업자에게 부담하게 돼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행료 산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실시공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 7월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청구에 따라 건설교통부와 5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공시설 민간투자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거가대교의 교량받침장치 설계와 교량용 잠김장치 성능시험 계획, 바다 속에 시공할 터널구조물 품질관리 등이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통행량 산정, 설계와 시공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과다한 통행량 산정… 막대한 혈세 투입
거가대교 공사 준비단계에서 추정된 올해 통행량은 총 3만335대로 그 통행료 수입은 1540억 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소형차 1억8500만 원(1만8500대, 대당 1만 원), 중형차 7011만 원(4674대, 대당 1만5000원), 대형차 8205만 원(3282대, 대당 2만5000원), 특대형차 1억1637만 원(3879대, 대당 3만 원) 등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의 실제 통행량을 확인해 보면 일일 예상 통행량 3만335대의 71.7%, MRG 보전 통행량 2만3525대의 77.55%인 2만1751대로 나타났다. 결국 경남도와 부산시는 계약에 따라 MRG 보전 통행량과 실제 통행량의 차이만큼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전해줘야 한다. 김해연 경남도의회 의원은 보전 금액이 374억 원에 달할 것이라 주장하며 통행량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식 거제시의원도 “거제시를 포함한 경남도가 거가대교 건설 사업에 1700억 원을 투입했다. 통행량이 많아져 수익이 생기면 우리시에도 그 이익이 돌아올 줄 알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통행료가 비싸 거가대교 이용자들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통행료를 현재 가격에서 2000원 정도 낮추고 MRG도 함께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반 의원은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공사비를 과다 계상한 것이 일부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의원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감사원도 통행요금체계를 지적하며 통행료를 현재의 승용차 기준 1만 원에서 6000~8000원으로 낮출 때 연간 운영수익이 964~1064억 원으로 가장 많을 뿐 아니라 MRG 비용도 최소 12억 원에서 최대 112억 원까지 줄어든다며 경상남도와 부산광역시에 통행료를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통행량과 함께 통행료을 제대로 산정하지 못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시공사업단 대표사인 대우건설과 부산시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1일 경남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998년 1월과 2000년 1월 국내외 전문기관에 의뢰해 통행량과 요금에 대한 교통량 탄력도를 검증했다”며 “건설 당시 컨소시엄 파트너 7개사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진행하다보니 통행료가 현재시점과 차이가 있는 만큼 추가로 검증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처음 통행량 예측 당시에는 그 수치가 맞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수치가 안 맞게 됐다. 지난 2월에 교통연구원에서도 조사를 해봤는데 그 때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결국 중간에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하며 그런 것이지 예상 수치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1~2년 정도 지나봐야 제대로 (실제 교통량)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수치만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라며 시간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통행량과 통행료와 관련해 소요되는 재조사 비용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감사원이 경남도와 부산광역시에 거가대교 통행량의 탄력성을 분석하라고 권고하자 부산시는 재조사를 위해 한국교통연구원에 통행료와 통행량 탄력도 분석을 맡겼다. 하지만 소요되는 비용을 민간사업자로 구성된 GS해상도로가 직접 부담했다.
일반적으로 관급공사는 시행자인 관에서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있는데 이례적으로 시행자인 민간사업자 측에서 비용을 부담했다. 이런 이유로 민간사업자가 진행한 공사에 대한 재조사 비용을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면 객관적인 조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재조사에 대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며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계속 미루면 주민들의 반응이 안 좋아진다. 빨리 재조사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좋지 않겠느냐”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소요 비용을 민간사업자에게서 받기는 했지만 관급 기관이기 때문에 사업수행에 있어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오해를 경계했다.
곳곳서 드러나는 부실시공…시공업체 “아니다”
거가대교 문제는 통행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실시공으로까지 그 범위가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거가대교의 교량받침장치 설계, 교량용 잠김장치 성능시험 계획, 바닷 속 터널구조물 품질관리 등에 부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용을 살펴보면 교량 위에서 발생하는 하중을 교각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교량받침 장치가 설계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31개 교각 중 6개가 설계하중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진 같은 충격이 생기면 주탑과 교량 상부구조물을 순간적으로 일체화시켜 안전을 유지케 하는 교량용 잠김장치는 국내에 성능시험 기준이 없어 국제기준에 따라 시험해야 했음에도 6개 항목 중 2개 항목만 시험했다는 것이다.
또한 바다 속 터널구조물을 제작할 때 콘크리트 표면에 결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관리가 필요함에도 이미 제작된 4개의 바다 속 터널구조물 콘크리트 표면의 22%에 다수의 구멍 등 결함이 발생하여 내구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남도와 부산시는 시공사에 문제점에 대한 설계 및 시공 보완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런 지적과는 별도로 거가대교 접속도로에 대한 부실시공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김해연 경남도의회 의원은 “4000억 원이 투입된 거가대교 접속도로에 350여 건의 크고 작은 부실시공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경남도에서 지역업체를 배제하고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메이저 업체에 대안입찰로 맡겼다. 하지만 공사는 조잡한 수준”이라며 “감리비만 80억 원이 들었다”고 시공사와 감리사에 책임을 물었다.
반대식 거제시의원도 “시공사들이 공사에 사용했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없애버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힘들기는 하겠지만 공사대금을 부풀리기 한 내용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런 반 의원의 지적과 함께 경남도도 지난 4월부터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별자문단을 구성해 조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몇 군데서 문제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 거제시 장목면 율천리 산마루측구 20미터 가량은 시공도 하지 않은 채 준공처리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남도는 이 부분을 ‘고의 또는 과실로 조잡하게 시공된 경우’로 판단해 관련 법규와 규정에 따라 시공사와 감리사, 감리원에 대해 회사 소재지인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취하기로 했다.
거가대교 부실시공에 대해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연 의원은 “이번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한 것은 부실시공 사례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문제다”며 “만약 행정처분이 이뤄질 경우 해당 시공사는 향후 2년간 관급공사에 입찰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건설사로서는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은밀하고 교묘한 로비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공업체들은 절대 부실시공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고 있는 상태다.
거가대교 시공업체는 서울의 대우건설(44%) 삼성물산(34%)을 비롯해 경남지역 업체인 대저토건(7%) 흥한건설(5%) 정우개발(5%)와 경북지역 업체인 다솜종합건설(5%)로 구성되어 있다.
감리사는 유신코퍼레이션(65%) 천진엔지니어링(30%) 한국해외기술공사(5%)로 구성되어 있다.
거가대교, 앞으로가 문제
거가대교 공사가 발표되자 거제시민들은 부산까지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며 편리해질 생활을 기대함과 동시에 부산을 통해 많은 관광객들이 거제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거가대교 개통 후 비싼 통행료로 인해 생각보다 적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오히려 부산으로 나갈 때 통행료 때문에 부담이 간다는 원성이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거제시에서는 거제-부산 간 시내버스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산동부시외터미널,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가대교를 거쳐 거제 고현까지의 시외버스 요금은 각각 6700원, 9300원이지만 시내버스를 운행할 경우 3500원~4000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식 거제시의원은 “주민들이 통행료가 비싸다고 많이 얘기하고 있는데 시내버스를 추진할 경우 현재보다 왕복 6000원 이상 절약될 것으로 보인다. 통학, 통근하는 주민들이라면 1년에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남도와 부산시 그리고 거제시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통행료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면 애초에 계획했던 관광객 방문은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부실시공에 대한 깔끔한 후속 처리가 있지 않는다면 거가대교의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해당 지자체들은 통행료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만들기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한편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건설 1군업체에 대한 영업정지 및 과징금 징수라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거가대교를 둘러싼 또 다른 관심사항이 되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