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협위원장 “김영철 관련 이슈 젊은 세대가 주도”

천안함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올린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구병 당협위원장

2018-03-02     강민정 기자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의 폐막식 참석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거부해 주십시오.”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구병 당협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의 배후로 지목돼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訪南)을 겨냥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이 위원장은 청원글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김영철과 같은 국제적 제재대상이며 우리 정부와 국민을 조롱하기 위해 파견된 인사의 입경을 막아주시길 청원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청원은 2일 오후 8시까지 2만675명의 동의를 얻었다. 일요서울은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청원을 넣게 된 계기,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대한 생각 등을 들어봤다.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넣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지금까지 청원 게시판에 보수 쪽 아젠다(agenda)가 올라가서 4천 이상 동의를 얻은 게 없다. 심지어 ‘천안함 재조사’라고 맞불 성격의 청원은 3만이 넘어갔다. 이게 ‘사실상 지금까지 청원 수치가 무의미했다’는 것을 한 번 증명하는 셈이기도 하다. 천안함, 김영철 관련한 이야기는 사실 진영 관련 없이 국민들이 분개하는 지점이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아젠다라고 규정된 지점부터 과소 대표되는 특성이 있다. 반대로 천안함 사태가 폭침에 의한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인정했다. 의문을 품는 건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보면 아주 소수일 텐데, 진보의 결집력 때문에 많아 보인다. 제도의 허점을 한 번 짚었다.

둘째로는 사회 이슈에 대해 이런 것들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대통령께서 진짜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싶다면 지금 잘못 운영되고 있는 청원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원 수가 2만 명을 돌파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보수 진영 쪽에서는 새로운 시도였는데.
-이번에 보수 유권자가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그들이 목소리 낼 통로, 예를 들어 일베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다른 경로가 생긴 것이라고 본다. 저급문화는 수를 불릴 순 있어도 양질로 대중을 이끌지는 못한다. 이 두 가지의 밸런스가 맞지 않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 보수가 나오기 힘들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진보 측에도 저변은 존재하지만 반대로 이끌기 위해 사회활동 하는 사람들, 이름 알려진 사람들이 방송 나오는 등 체계를 갖추고 있다. 두 가지가 서로를 끌어주면서 담론을 만들어 내는 게 젊은 세대의 진보담론이란 거다. 보수는 그게 없다.
 
▲현재 정당에 몸담고 있다. SNS에 청원을 게시한 순간부터 다른 이들이 그것을 정치적인 독해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은가.
-내 팔로워(follower, 누리 소통망 서비스에서 특정한 사람이나 업체 따위의 계정을 즐겨 찾고 따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들에게까지는 강하게 홍보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 다음 단계에서부터는 (청원) 링크만 돌아다닌다. 언론이나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이번에 이준석이 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들어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참여한 것이다.

유포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니 SNS에 뉴스를 올리거나 하는 페이지들에서 이걸 뉴스화했다. 이 사람들이 나 때문에 뉴스화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링크 하나만 돌아다니는데 사람들이 계속하더라. 초기에 불 붙인 건 내 팔로워들이었겠지만 그 이상으로 불어난 건 거의 자발적인 참여다.
 
▲청원 동의 수가 올라가는 수치는 어떤가.
-만 명 넘어간 뒤로 체크 안 한다. 만 명 넘었을 때 상당한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상당한 의미’란 무엇을 말하나.
-대한민국에서 SNS를 통해 유명해진 글, 영상 같은 것들이 ‘좋아요(페이스북에서 사용되는 용어로서, 일종의 ’공감‘ 표시다)’ 5000명 넘기가 쉽지 않다.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청원 동의라는 걸 만 명 이상 해 냈다, 그걸 하루 만에 해 냈다는 건 분명히 대한민국에 그 입장을 지지하는 상당한 수의 여론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본다.
 
▲국민청원 역시 젊은 세대가 정치에 많은 관심을 유도하는 기능 중 하나 같다.
-정치에서 청년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주제가 외교, 국방, 경제 등 엄청나게 많다. 항상 청년 아젠다를 청년 일자리와 대학 등록금으로 잡는 것에 강하게 반발한다. 앞으로도 이런 이슈들에 청년들의 참여도가 높아졌으면 좋겠고 이번에 특히 김영철 관련 이슈에서는 젊은 세대가 주도했다. 이게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부분에서 젊은 세대가 주도했다고 보는가?
-지금의 청원은 기존 유포 경로로는 쉽지 않다. 청와대 청원에 참여하려면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셋 중에 하나의 아이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나이 드신 분들은 애초에 그 아이디들을 보유 안 하신 경우가 많다. 내가 이걸 올리니 나이 많으신 보수 유권자들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참여한 사람들 중 다수가 젊은 사람들이라 본다. 그 맥락에서 저는 계수(計數)가 되는 의견 표출이 있었다는 걸 아주 긍정적으로 본다.
 
“천안함과 세월호, 비교선상에 놓일 문제 전혀 아니다”
“천안함 재조사, 문재인 정부가 함정에 빠진 거다”

 
▲천안함 유족들의 처우를 세월호와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은?
-비교선상에 놓일 문제가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비교선상에 놓을 수밖에 없게 만든 건 지난 정권에서 피해자절대지상주의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전혀 성격도 다른 사안이고, 엮일 이유도 없고, 엮을 사람도 없을 거다.

정부에서 이번에 피해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처음 명단을 통보 받고 유감이나 우려를 표했어야 한다. 그걸 하지 않으니 여러 반발 상황이 생기는 거다. “왜 해야 할 일 놔두고 피해서 다른 일 하지?” 이런 생각을 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확한 워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폭침 사건이다. 사건이라고 공식적으로 국방부에서 명시했다. 폭침이란 건 주체가 있는 것이다. 사고라 하면 우발적, 또는 우리의 과실로 발생한 것처럼 하려는 특정 진영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다시 화두가 된 건 8년 만이다. 이전에도 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나?
-천안함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명백한 규정이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그것을 인정했다. 지금 진실관계에서 이슈가 된다는 건 대통령께서 인정하셨는데 일부 몰지각한, 과하게 대통령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제 아까 말했던 ‘내로남불’을 피하기 위해서 천안함 장병들을 피해자의 위치에서 끌어내려야 하는 거다. 그래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거다.
 
▲천안함 재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함정에 빠진 거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맞다 명확하게 밝히셨다. 그 상황에서 피해자지상주의에 대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가리키는 신조어)’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강등시키려 하는 것이다. 굉장히 저열한 시도라 본다.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이라 본다. 이 얘기를 인터넷 상의 논쟁으로만 하고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인터넷은 우리뿐만 아니라 유족들도 본다. 그럼 피해자지상주의 관점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가.
 
▲‘내로남불’이라는 건 피해자지상주의를 보여 왔던 정부가 이번엔 그런 태도를 전복했다는 말인가.
-전복이 아니다. 이번엔 절대 그런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엔 피해자절대지상주의라는 건 그 당시, 야당 시절에 집권하기 위한 정권비판용 논리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앞으로 정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 빨리 풀고 가지 않으면 계속 지적받을 거란 생각이 든다.
 
▲김영철 방남 문제가 단순한 이념론이나 색깔 전쟁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에 ‘내로남불’이 터졌다고 본다. 지금까지 대통령께서,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들이 하셨던 말씀이 뭐냐면 ‘피해자우선주의’다. 위안부 때도 그렇고, 세월호 때도 그렇다. 피해자의 말은 지상절대의 말이기 때문에 그들이 만족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사회가 거기에 끌려가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이번 천안함 폭침 유가족들의 의견이 사전 반영된 절차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 지금도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유가족들이 이야기한다.

미안하다고 하고 넘어가면 되나. 그것도 아니다. 가서 진지하게 사과를 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 진영 대 진영으로 논리가 번지면서 ‘내로남불’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천안함 재조사’, ‘천안함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전쟁에 패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훈을 주면 안 되고, 함장도 진급을 시키면 안 된다’는 식의 괴논리가 나오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인데 내로남불이 안 되기 위해서 이 분들을 피해자의 위치에 둘 수 없는 거다. 이번 정부에서 피해자지상주의라는 논리 자체가 허물어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무수한 가치관의 혼란이 올 것이라 본다.
 
▲김영철 방남에 대한 생각은.
-대화를 할 때 누구를 보내는가도 대화 의지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북한에 역할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러 명 있을 텐데, 그 중에서도 하필이면 그런 의심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낸다는 것부터 순수하지 못하다고 본다. 북한이 김영철을 보낸 목적은 간단하다. 애초에 이런 논란이 있을 걸 알고 보냈다.
 
▲그들의 의도를 무엇으로 해석하는가.
-북한이 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다고 본다. 실제로 먹고사는 문제가 경각에 달렸기 때문에 대북 압박을 통해 할 수 없이 그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유리한 상황을 가져가는 것인데, 그 상황에서 다 내어줄 필요가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