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문재인 대통령의 3가지 선택지

2018-02-23     이경립

- ① 적폐청산 강도 강화 ② 민평당과 소연정 ③ 야당과 협치
- ‘한반도 평화 구축’, ‘개헌’ 위해서는 폅치가 불가피할 듯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몰아치기 통합에 반발한 국민의당 국회의원 절반이 탈당하여 지난 2월 6일 민주평화당을 출범시켰다. 국민의당에 잔류한 국회의원들과 바른정당에 최후까지 남아 있던 9인의 전사들도 기꺼이 통합을 이루어 일주일 뒤 바른미래당이 출범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의 신4당 체제 막이 올랐다.
 
혹자는 민주평화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정당체제를 신4당 체제라고 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원내교섭단체라는 것은 정치지형에 따라서는 국회의 행정적인 단위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원내교섭단체 의석수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민주평화당이 의석수는 적지만 국회운영은 물론 향후 정국의 실질적인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현 정당정치체제를 신4당 체제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신4당 체제가 성립하면서 6월 13일에 실시되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나설 대진표도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4년 전에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나섰던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신4당 체제를 형성하는 4개 정당은 그 어느 정당도 4년 전 선거에서는 이름조차 내밀지 못했던 신생 정당인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다이너미즘(dynamism)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여론조사상의 더불어민주당 1강체제가 실제의 선거결과로 이어질지 여부다. 여당의 독주에 야당들이 선거연대를 통해 이를 막아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야당들 사이에는 이미 정당 간 이합집산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선거연대를 통한 지방선거돌파 전략 이외에는 남아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의 연대설에 대해 “0.001%의 가능성도 없다”며, “한국당은 심판받고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다’라는 경구가 이들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경구 중 하나라는 것을 상기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너무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의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지방선거의 결과가 현재의 신4당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지방선거의 결과가 정부 여당에게 유리하게 나온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압도하지 않는다면, 중앙정치의 현실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1.1%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 6.17%를 친문재인 성격이 강한 지지표라고 생각하고, 안철수 후보에게 갔던 일부의 표가 친문재인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 반문재인 지지자는 거의 50:50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를 친여 성향과 친야성향으로 나눈다고 해도 거의 50:50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지지도가 60%를 넘고 있는 여론조사상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정치와의 괴리는 그만큼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야가 길항(拮抗. 서로 버티고 대항함)하는 우리의 현실정치 상황은 다음 총선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승을 거둔다고 하여도 현재의 신4당 체제의 근간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어쨌든 6.13지방선거 전까지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 당간의 각축전(角逐戰)이 심화될 것이다. 이성은 멀어질 것이고, 대화는 소멸할 것이며, 조롱과 비아냥은 늘어날 것이다. 내로남불을 실천하는 정치인은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사실 이러한 각축전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6.13지방선거 이후에는 선거결과에 의해 이러한 각축전은 공방전(攻防戰)으로 그 성격이 변화할 것이다.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공방전, 다음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공방전은 국회의 공전(空轉)도 불사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모든 정치적 문제를 푸는 열쇠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의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러한 정치적 문제를 풀기 위한 어떠한 정치적 구상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우리의 현실정치는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놓여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이지만, 여소야대인 상황에서는 일정 정도 의회중심제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한 인식 하에 현실정치를 풀어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희생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전제 하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놓여있는 선택지는 다음의 3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높은 국정운영지지도에 의지하여 개혁정책을 밀어붙이고, 적폐청산의 강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지하는 여론도 강하게 형성될 것이지만, 그에 비례하여 반발하는 강도도 강해질 것이다. 국회에서 다수파를 형성하기 쉽지 않은 난점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의회중심제적 성격을 강화하여 연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도 있겠지만, 민주평화당과의 소연정이 현실적으로 적절할 것이다. 국회 내 다수파를 안정적으로 형성함으로써 개혁과 적폐청산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을 나눌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실천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협치를 구두선(口頭禪)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루어 내는 것이다.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며, 보수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인내심도 필수불가결하다. 개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국가적 대사를 실현시키는데 적합한 선택이 될 것이다.
 
위의 3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선거결과를 보고 선택하는 것은 진정성도 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구상에 힘이 실리지도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를 리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