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방지에 ‘설 귀향’ 말리는 축산농 호소
“식구부터 살리자, 올 설에는 오지마라”
2011-01-31 기자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경남에서 예방백신을 접종 중인 가운데 지자체와 축산 농가들이 올 설 연휴 친지·자녀들의 귀향 자제를 호소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합천군 삼가면 면사무소에서는 대표적 한우 마을인 삼가면의 이장단과 축산농가, 식육업체, 관광업체 등 관계자 8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합천군 이장단이 주관한 이날 모임은 구제역 조기 종식과 경남으로의 유입을 막기 위한 긴급회의다. 이날 머리를 맞댄 참석자들은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 기간에 출향한 친지들과 자녀들의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토록 유도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 사는 경우, 고향의 축산농가 근처에는 절대 접근하지 못하도록 당부하기로 했다. 또 구제역이 완전 종식될 때까지 방역작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등 ‘구제역 청정 삼가면’을 유지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합천군 축산 관계자들이 민족의 대명절 설에 가족들과의 만남까지 포기한 이유는 명품 합천 삼가한우를 구제역으로부터 막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합천군 관계자는 “합천은 한우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가족·친지의 귀향까지 자제하도록 결의한 애끓는 심정을 이해해 주시고, 외지에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거창군은 이홍기 군수가 직접 나섰다. 이 군수는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번 설 명절만큼은 국민 대이동이 자제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귀향을 중단하도록 호소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방역 최전방에 있는 축산농민들도 자녀들에게 귀향 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창녕군 대합면에서 소를 키우는 하모(67)씨는 “외지에 사는 아들도 사육시설에는 못가도록 할 것”이라며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도내에서도 다른 시·도와 인접한 지역은 걱정이 더욱 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