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비 없어 떨고 있어요”
인천 만석동 쪽방 주민들 ‘막막’
2010-11-08 기자
갑자기 찾아온 반짝 추위로 쌀쌀한 바람이 체감온도를 확 떨어뜨린 3일 오전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
이 동네 주민 윤순자(74·여)씨 집 안에 맴도는 차디찬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했다.
윤씨는 기름값이 비싸서 기름보일러를 사용할 일이 없다며 연탄보일러를 들여놓고 싶다고 했다.
마늘을 까서 버는 7만 원과 정부에서 주는 노인연금 9만 원을 합친 16만 원이 윤씨의 1개월 수입인데 이 돈으론 ℓ당 1000원이 넘는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연탄은 값이 싸고 넉넉하게 지원되니까 연탄보일러를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연탄보일러를 설치해 달라고 동주민센터에 곧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난방비 걱정에 시달리는 건 윤씨만이 아니다.
이 동네 월 8만 원 짜리 사글세 쪽방에서 20년 넘게 혼자 살고 있는 장문순(72)씨는 “연탄을 쓰고 싶지만 주인이 있는 집이라 기름보일러를 두고 내 맘대로 연탄보일러를 설치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쪽방상담소에서 부업을 해서 버는 10여만 원과 노인연금 9만 원이 1개월 수입인 그에게도 기름보일러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씨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건 아침과 저녁 3분씩, 세수를 할때 뿐이다. 그런데 얼마전 기름을 모두 써버려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되자 장씨는 쪽방촌 주민들을 지원해주는 봉사단체인 쪽방상담소에 기름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우리도 각종 기업, 단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아서 쪽방 지원 사업을 하는데 올해는 연탄을 후원하겠다는 1~2곳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후원 얘기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탄은 값이 싸고 ‘표가 잘 나서’ 각종 단체에서 넉넉하게 지원을 해주는 편이지만 기름은 비싼 데다 표가 나질 않으니까 좀처럼 지원해 준다는 곳이 없다”면서 “연탄보일러 가구는 그나마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는 편이고 정말 추운 겨울을 보내는 건 기름보일러 가구”라고 밝혔다.
만석동 쪽방촌에 있는 200여 가구 중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집은 50가구 정도 되지만 기름 보일러 이용은 130여 가구에 이른다.
지난해의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한 가구당 5만 원씩 인천 지역에 있는 쪽방촌 335가구에 유류비를 지원했지만 올해는 아직 지원계획이 없다.
모금회 관계자는 “연말 지원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유류비 지원에 대해 확답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밝혔다.
[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