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특별기획(2)] 지역 전체가 캠퍼스, ‘오산백년시민대학’을 논하다
- 교육도시 오산 -
2018-02-07 수도권 강의석 기자
곽상욱 오산시장은 “오산백년시민대학은 학습을 통해 각성하고 지역의 미래와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게 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이 핵심컨셉”이다. 또 “우리 시민들이 백년시민대학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체득하고 실천하게 함으로써 오산의 백년대계를 굳건히 세워나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교육도시오산의 혁신적 교육형태를 보면서, 오산교육을 재조명하고, 이로 인해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도시로 비상하고 있는 오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담았다.
‘대한민국은 오늘날 이렇게 교육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들으면 씁쓸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질과 잠재력을 끌어내기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한 교육에 몰두해 교육의 평등성이나 다양성은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도 따지고 보면 비뚤어진 교육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중요성이 사람과 공동체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큰 것을 알기에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한 교육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띠는 것이 ‘오산백년시민대학’이다. 도시 전체를 캠퍼스로 구성하고 시민들이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이 지금까지 여느 시군구와 확실히 다른 차이점을 보인다.
인구 21만3000명, 42.76㎢의 오산시는 교육으로 활기가 넘쳐흐른다. 도시 아이덴티티를 ‘교육도시’로 정하고 도시 정책과 구조를 교육으로 재편성하기 시작한 것이 8년 전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육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발현되는 잠재력으로 이웃과 소통하고 삶의 영향력을 키워가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힘써 온 결과, ‘온 마을이 학교인 교육도시 오산’이라는 교육모델을 탄생시켰다.
이 과정 속에 성인교육의 필요성과 다양성이 요구됐고, 오산은 시민대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도시 전체를 캠퍼스로 만드는 통합학습시스템인 오산백년시민대학을 지난해 설립했다.
‘100년을 바라보고 사람을 가꾸는 시민을 위한 대학’이라는 의미로, 전 시민을 위한 교육과정이 지역 곳곳에서 운영되어 이웃과 함께, 직장인은 퇴근길에, 퇴직 후 인생동료와 함께 즐겁게 배우고 삶에 의미 있는 활동들을 전개해나간다는 것이다.
- 백년을 준비하는 평생교육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의미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 현실이 아니라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곤 한다.
오산시는 교육에 주목했다. 현대사회가 직면한 이기주의, 인간소외를 극복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데 교육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직시했다.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부모가 되고, 어른 역할에 대해 적절한 학습 기회가 없어 가정에서나 사회적으로 서툴고 새로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또 오산시는 도시에서 정주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이웃과의 소통’이라고 여겼다. 정주의식이 없으면 사는 곳에 애착을 가질 수 없고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없다.
특히 오산시는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주의식을 갖고 살아가도록 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교육이라고 판단하면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공동체 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산백년시민대학은 ‘100년을 바라보고 사람을 가꾸는 시민을 위한 대학’, ‘100세까지 학습을 통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시 전체를 시민들의 배움터로 만드는 것으로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쉽게 학습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다.
하나 또는 소수의 학습관에서 교육을 하면 이동불편과 시간문제로 교육 소외계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집 밖 10분 거리에 학습장이 있다면, 그동안 바빠서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한 많은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산시 6개 동 주민자치센터를 캠퍼스로 조성하고, 민·관·산·학의 유휴공간을 학습공간으로 지정하는 징검다리교실을 종횡으로 운영한다.
관공서나 기업, 학교 등의 다양한 공간들이 강의실이 되고, 학습동아리의 모임장소로 활용된다. 이렇게 조성된 교실에서 인문학, 지역학, 문화예술, 도시재생, 직업역량 등 많은 교육과정이 다양한 시간대에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백년시민대학’은 오산 전체를 캠퍼스로 만드는 것으로 오산시 6개 동 주민자치센터를 거점 캠퍼스로 조성하고 동별로 민·관·산·학의 여유 공간 254곳을 정해 징검다리교실로 운영하고 있다.
바빠서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시민들이 학습에 엄두를 낼 수 있는 이동 한계를 10분으로 보았다. 거미줄처럼 얽힌 학습공간들은 ‘하나로(路)통합학습연계망’을 통해 모든 과정이 통합된다.
또 ‘오산시 교육포털 홈페이지’는 오산시 전체의 학습공간과 교육과정, 평생학습 동아리활동 등 모든 교육정보와 학습활동을 통합하는 평생교육 플랫폼이다.
즉 전체 교육과정을 통합 조회할 수 있고, 개인 학습의 이력까지 관리해준다. 학습자-활동가-강사가 쌍방향 소통도 가능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참여학교, 진로프로그램인 얼리버드, 미리내일학교, 멘토스쿨 등도 통합되어 있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교육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저곳 홈페이지를 찾아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습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위대한 행위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배워야 한다.
배움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경험이 더해져 지혜를 깨닫고, 이를 통해 이웃을 만들고 실천 욕구가 생기고, 이것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이 된다.
이 힘이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오산백년시민대학’의 교육과정은 물음표학교와 느낌표학교로 구성된다.
살다보면 문득 ‘이건 왜 이렇지,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수많은 물음이 생긴다. 이 물음들이 모여 물음표학교 교육과정이 만들어진다. 학습자들이 직접 기획하는 시민참여형 교육과정으로 인문학, 지역학, 문화예술, 도시재생, 직업역량 등 많은 과정이 다양하게 진행된다.
물음표학교는 ‘주문하면 찾아가는 배달강좌 런앤런’, ‘곳곳에 열리는 학습살롱’, ‘지역과 함께하는 오산공작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배달강좌 런앤런은 5명 이상이 모여 배우고 싶은 강좌를 주문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배달해주는 시민 맞춤형 평생학습 서비스다. 학습살롱은 시민들이 배우고 싶은 강좌를 직접 기획해 운영까지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오산공작소는 지역 정책사업이나 현안사항과 관련된 내용을 학습하고 지역사회 환원 활동을 지원하는 지역연계형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50세 이상 열정 가득한 중장년이라면 느낌표학교가 제격이다. 조기 퇴직 후 여유가 생긴 시니어들은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고, 무엇보다 경험이라는 사회적 자산을 갖고 있다.
느낌표학교는 시니어들이 모여 친구가 되고 학습을 통해 지역을 파악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역에 대한 관심을 합쳐 지역 곳곳에서 리더로 활동하도록 이끈다. 느낌표학교는 시니어 리더를 양성하는 2년제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첫해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인생설계를 하는 과정, 지역사회 바로알기와 개인 관심사를 찾는 활동, 재무설계를 하는 과정, 지역사회 바로알기와 개인 관심사를 찾는 활동, 정보화, 건강관리 등을 기본과정으로 학습한다.
다음해는 학과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지난해 가을 입학한 60명의 수강생들은 처음 주저하던 자세와 달리 불과 한 학기 만에 발표회를 갖기도 하고 학생자치회 활동도 척척 해내고 있다.
자신감이 없어 도전하지 못 했던 어르신들의 가슴에 뜨거운 것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살맛난다’고 한다.
체코슬로바키아의 교육자 쿠메니우스(Comenius)는 “모든 사람은 학교를 갖고 있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학교로 존재한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학교이다.
학습이 삶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학교인 셈이다. 오산백년시민대학은 21만 오산시민, 즉 21만개의 작은 학교가 모여 만드는 공동체학교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이 코디네이터가 되어 기획하고 만들어간다.
개방적이면서도 유연한 시민 활동가들이 소통의 매개 역할을 맡아 오산 전 지역을 하나로 묶는 통합학습연계망 구축에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관내 대학, 학교, 금융기관, 대형마트가 힘을 합쳐 오산시민들의 평생학습을 위해 협약도 맺었다. 지역 주요기관들과 교육과정을 공동기획하고 징검다리교실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도시 전체 차원의 학습구조를 체계화하는 것이다.
오산시는 지난해 10월 백년시민대학 모델로 삼았던 일본 시부야대학과 사쿠라시민칼리지 관계자와 함께 2017 글로벌 평생학습포럼을 개최했다.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선진 평생교육 사례를 학습하고, 시부야대학과 오산시 간 시민대학 교류 증진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사례를 접목해 오산백년시민대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나갈 것이다. 오산백년시민대학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담는 오산 시민들의 새로운 공동체라 할 수 있다.
함께 모여 배우고 이해하여 궁금함을 해결하고 경험과 지식을 지역사회와 나눔으로써 함께 성장해가는 삶의 공간이다. 배움의 경험을 나를 완성하는 지식으로 전환하고 그 지식을 나눔으로써 공동체의 힘을 키워 우리가 사는 지역을 민주시민사회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오산백년시민대학’은 ‘배움과 가르침’이라는 에너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플랫폼인 것이다.
오산시는 지난해 도시 정체성에 미래 비전을 담아 ‘백년오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도시 오산을 건설해 나가는 좌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오산 전체를 배움과 가르침이 넘치는 캠퍼스로 구축하는 오산백년시민대학은 백년도시 오산을 향한 가장 강력한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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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노 빌딩(NO Building),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한정된 예산으로 합리적인 지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고민한다. 오산시도 물리적인 평생학습관 부재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과 요구사항이 있었지만, 평생학습관 건립 시 들어가는 투자비용과 유지관리 부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산시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과 기관이 함께 움직였다. 우리집 앞, 우리 회사 뒤에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숍, 공방, 대형마트 등 민간시설에서 자발적으로 유휴공간을 개방하기 시작했으며 그 수가 무려 254개소에 달한다.
이로써 오산시민이라면 누구나 활동범위 10분 안에 학습을 위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민관이 협력하여 시설을 개방한 사례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오산시만의 가장 특별하고 획기적인 정책이다.
더 이상은 무리한 투자는 필요 없어졌고, 오산시에는 주민이 만들어낸 254개의 지붕 없는 캠퍼스가 탄생했다.
둘째, 뉴 패러다임(NEW Paradigm), 시민들은 어디에서나 흔히 배울 수 있는 요가, 통기타 등과 같은 문화예술 강좌만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254개소의 학습공간을 연계하여 시민이 기획하고 시민이 운영하며 시민이 평가까지 전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평생학습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즉, 시민이 교육장소를 제공하고 시민이 교육기획을 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이다.
관주도의 Top-down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주도의 Bottom-up으로 구조를 개편함에 따라 2017년 하반기에만 시민 학습 플래너가 75개의 강좌를 개발하였고 단순 문화예술교육에서 벗어나 인문교양과 민주시민교육이 전체과정의 36%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3000만 시대에 걸맞게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웹 구현으로 사용자 중심에서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이곳에서는 학습한 모든 사람의 학습이력과 현황을 DB화하여 학습 공간 이용실태, 프로그램 이용을 연령별, 거주지별 등 다각도로 분석하여 미래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넷째, 뉴 피플(NEW People), 단순히 배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산시 정책사업 및 관내 단체·조직에 필요한 강좌를 개설하고 동아리 구성을 통해 지역사회 활동 연계를 적극 추진한다.
지역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민력을 키우고 학습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어 더 이상 잠만 자는 도시가 아닌 민관이 협력하여 새로운 사람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선순환이 반복되는 살아 숨 쉬는 오산시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