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소리 들을 때 너무나 행복”
네팔서 국제 아동구호 활동 김윤정 씨
2010-11-02 기자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항상 존재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에게 냉소적인 사람들은 말한다. “당신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아.”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 네팔 사무소의 김윤정(30)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세상 전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을 받은 그 사람의 삶은 바뀌게 되죠. 제가 일을 시작한 후 5천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그 전과는 다른 삶을 꿈꾸고 있어요.”
그는 현재 네팔 파그룽과 타필바스투 지역에서 교육 사업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국제개발학 석사 과정을 공부했다. 국제반노예연대와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인턴을 마친 뒤 2008년 ‘세이브 더 칠드런’ 소속으로 캄보디아에서 1년간 근무를 한 후 네팔로 건너갔다.
그가 국제 NGO 기관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중국 어학연수 중에 만난 탈북자 친구 때문이었다. “똑같은 시대에 태어났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조금 북쪽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너무나 힘든 삶을 살고 있었어요. 다 같은 고귀한 생명인데 어디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런 불행을 겪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라 생각했어요.”
치열한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이었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았다. 죽어라 공부해야 했던 런던의 유학생활부터 남들이 다 보는 들판에서 볼일을 봐야했던 파견국에서의 고생에 이르기까지.
그럼에도 그는 이 일이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들을 때, 지역 주민들과 마음으로 교감할 때의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생활이 불편하다고 삶이 불행한 건 아니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덕분에 인도적인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 반갑다는 이야기와 함께 화려한 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했다. 유엔 근무가 목적이 아니라 유엔에서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는 것.
최근 그는 국제개발학에 대한 소개와 자신의 현장 기록을 담은 책 ‘반나야, 학교 가자’라는 책을 내놓았다. 책에는 국제 구호 활동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을 위한 정보들을 꼼꼼하게 수록했다.
그는 지난 주 네팔에서 만난 국제엠네스티 소속의 영국인과 결혼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 “귀국 직전에 벼룩에게 물려 온 몸에 발진이 났어요. 부모님은 속상해 하셨죠. 웨딩 드레스 입으면 보기 흉하니까요. 부모님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감사해요.” 부산대 앞 음악감상실 ‘마술피리’를 운영하는 김호성 씨가 그의 부친이다. 김 씨는 지난 10월 23일 동래별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다시 네팔로 떠났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