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승부수’ 띄운 홍준표, 대구시장 출마론 ‘부상’
“朴 제명 장본인 洪이 대구시장에? ‘농담’이길 바란다!”
2018-02-02 고정현 기자
- 김부겸 출마설에 ‘전전긍긍’… “대구 자존심에 상처, 당당히 경선해야”
- “김 장관 나오고, 바른정당서 표 잠식하면 정말 문 닫을 수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인물난을 겪으면서 당 안팎에서 서울시장, 대구시장 등 당 요충지의 홍준표 대표 직접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설은 반홍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홍 대표가 한국당 지지율이 낮은 서울과 같은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홍 대표는 이미 죽은 카드로 여겨졌던 ‘홍정욱 카드’가 아직 살아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정욱 카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렇지만 죽은 카드는 아니다. 주춤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라는 게 입장 번복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회장이 당시 정말 하기 싫어서 불출마 선언을 한 게 아니다. 하고는 싶었지만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너무 급격하게 찔러버리니, 엉겁결에 유보적 발언이 아닌 단정적 발언이 나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변수’에 한국당
‘제3 인물 전략 공천’?
그러자 당내에선 홍 대표의 대구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는 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곳이다. 홍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은 내줘도 회복할 기회가 있지만, 대구시장 내주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대구시장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내줄 수 없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지역 정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한국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권영진 시장과 이재만 전 최고위원, 이진훈 수성구청장 등 현재 한국당 후보군으로선 김 장관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 일각에선 ‘제3인물 전략 공천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홍 대표가 직접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 대표의 측근은 “김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홍 대표가 후보로 출마하든지, 대구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최소한 대구시장 선거를 현지에서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 장관이 대구시장에 출마할 경우 홍 대표의 대구시장 출마를 배제할 수 없다”며 “공직자 사퇴 시한인 오는 3월 13일 이후 홍 대표의 결단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지역 정가는 홍 대표의 대구시장 출마설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모양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대구 시장 출마설이) 농담이길 바란다. 대구는 아직도 박근혜 정서가 남아있다. 홍 대표가 나오면 99% 낙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대구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대구는 경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역으로 돼 있다. 이미 홍 대표가 공언한 사안이다”라며 “홍 대표는 대통령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대통령을 하기 위해 대구시장에 누구를 앉힐까를 고민하는 것이지 자기가 직접 뛰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홍준표 대구시장 출마설을 일축했다. 홍 대표 측 인사들 역시 홍 대표가 실제로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류성걸·김희국 하마평
대한애국당도 후보 낼 듯...
다만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은 ‘홍준표 대구시장 출마설’이 기존의 현 대구시장 후보군으로는 김부겸 장관에게 힘들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에 대해선 개탄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적어도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한국당 스스로가 기존 후보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자칫 최대 악수가 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김 장관이 출마하더라도 기존 후보 간 경선 승자를 당당히 김 장관의 맞상대로 내놓아야 한국당의 보수 텃밭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김 장관의 출마 여부를 놓고 경선과 전략공천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한국당의 모습은 지역민들에게 당당하지 못하다”면서 “대구시장 후보마저 타당의 눈치를 보며 뒷걸음치는 한국당의 현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의 출마는 차치하더라도 중도통합정당에서 바른정당 출신인 류성걸·김희국 전 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조원진 의원이 버티고 있는 대한애국당도 후보를 낼 것으로 보여 한국당 지지율 잠식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대구 지역 의원은 “조원진 의원 본인이야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니 절대로 안 나오겠지만, 후보는 틀림없이 낼 것”이라며 “2~3%는 득표한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통합정당이 10%, 애국당이 가져가는 2%는 오롯이 한국당 표에서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여기에 김부겸 장관까지 나오면 한국당은 대구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