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흰불나방 애벌레’ 극성

시흥 정왕동 녹지대 가로수 갉아먹고 산책로까지 ‘우글우글’

2010-09-07      기자

최근 폭염과 잇따른 폭우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미국흰불나방 애벌레가 급작스럽게 번식, 활엽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월 30일 오전 시흥시 정왕동 경기공업대학 인근에 조성된 시화공단 배출가스 차단녹지. 지난 5월부터 갑자기 늘어난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들이 플라타너스, 벚나무, 아까시나무 등 활엽수의 잎을 먹어치우면서 여름철 특유의 녹음은 온데간데 없고 초겨울과 같은 을씨년스런 모습을 보였다.

나무마다 수백마리의 애벌레들이 나뭇잎과 줄기에 붙어 있었으며, 이들이 휩쓸고 지나간 나무는 그물처럼 잎맥만 남은 이파리들만 힘없이 매달려 있었다.

잡초 등이 심어진 풀밭과 녹지를 둘러싼 경계석에도 애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었으며 찻길에도 애벌레가 기어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캠퍼스로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에는 나무에 붙어있던 애벌레들이 하나둘 떨어지면서 주변을 지나는 대학생 등 행인들이 가방 등으로 머리를 가린 채 잰걸음으로 오가고 있었다.

정모씨(22·여)는 “녹지 주변에 있으면 옷이나 가방에 벌레가 떨어져 온몸에 스물거리는 느낌이 든다”며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을 쓰고 다녀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곳뿐아니라 안산시 성곡동 B기업 옆 가로수도 상황은 마찬가지.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들의 습격으로 나뭇잎들이 줄기만 남은 채 한겨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국흰불나방 애벌레가 급작스레 번식하면서 올들어 경기지역에만 1천959㏊의 녹지 및 가로수에 긴급 방제를 하는 등 지자체마다 흰불나방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지난 5월 이후로 녹지에만 4차례에 걸쳐 방제를 벌였지만 한 지역에서 번식이 시작되면 빠른 속도로 개체수가 늘어나 일일이 손을 쓰기가 힘들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흰불나방은 나비목 불나방과의 하나인 산림해충으로 애벌레시기에 활엽수 등의 잎을 갉아먹는데, 나무의 잎맥만 남을 정도의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외국에서 들어온 목재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