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많은 곳에서 무작정 ‘불법대기’
택시 무분별 증차로 적정초과 … 주·정차 단속에 ‘이중고’
2010-08-03 기자
인천에 택시가 넘쳐나고 있다. 인천의 적정대수라고 알려진 1만대를 이미 10년 전에 넘어서 현재 1만4천여 대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려고 도로변에 줄을 서다 불법 주·정차 단속에 줄줄이 걸리면서 기사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 주·정차 방지대책인 택시 승강장 설치 추진도 더디게 진행돼 인천시의 ‘무분별한’ 택시면허 발급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오전 9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터미널 앞 버스정류장. 택시운전사 이모(64)씨가 불법 주·정차 단속이 되는 줄 알면서도 차를 대놓고 있다.
최근에만 정류장 무인단속카메라에 두 번 찍혀 구청에 벌금 8만 원을 냈다.
이씨는 “안 되는 줄 알지만 손님이 워낙 없다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차를 대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택시가 너무 많다보니 손님을 태우려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2일 경인전철 1호선 인천역 근처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 김 모(49)씨 역시 최근 손님을 태우려다 주·정차 단속에 걸렸다.
김씨는 “얼마 전 누가 언제 찍었는지 주·정차 위반 과태료 통지서가 날아왔다. 단속반에 사정을 얘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인천 택시운전사들이 불법 주·정차 단속에 속을 태우고 있다.
각 구청 별로 직원이 현장에 나가거나 무인카메라로 위반차량을 찍어 과태료 4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1차적인 문제는 인천에 택시가 많다는 점이다. 인천시가 파악한 인천의 적정 택시대수는 1만대 안팎이다. 인천의 인구수와 택시들의 승차율 등을 조사해 산출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 4월 현재 인천의 총 택시대수는 개인과 법인을 합해 1만4천279대에 달한다.
택시 불법 주·정차 방지대책으로 나온 택시 승강장 설치가 여의치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 상점들이 대기소 형태의 승강장 때문에 가게가 가려진다는 등의 민원을 거세게 제기해 시가 적재적소에 승강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인천시내에 설치된 택시 승강장 51곳 중 18곳엔 표지판만 세워졌고 대기소 형태인 나머지 33곳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 설치됐다.
택시운전사 강모(39)씨는 “택시는 넘쳐나고 승강장은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속만이 능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