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장기 금리 상승 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韓, 기준금리 추가 인상·물가 상승 압력 받을 것”

2017-12-22     일요서울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전략(작성자 윤창용)을 통해 ‘선진국 장기 금리 상승 시 금융시장에 미칠영향’ 리포트를 내놨다. 해당 리포트는 ▲선진국 장기 금리 상승 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속도 문제일 뿐 장기 금리 상승 불가피 ▲장기 금리 상승 시 금융시장에 미칠 시사점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일요서울은 12월 4주 BEST 리포트로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선진국 장기 금리 상승 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선정, 소개한다.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에도 장기 금리 박스권 등락 지속
경기 개선 따른 금리 상승 긍정적… 성장주 조정, 가치주 강세 예상


선진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나 장기 금리 안정세가 이어졌다.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4/4분기 내내 2.3~2.5%에서 등락 중이며, 독일 국채 10년 금리도 0.3~0.5%에서 혼조세 흐름을 보인다. 특히 최근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 주요국의 국채 10년 금리는 하락세다. 장단기 금리 차도 크게 축소돼 통화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한다.

먼저 장기 금리가 박스권 등락을 보이는 배경부터 살펴보자. 첫째, 미흡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 수준이나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2%를 하회한다. PCE 디플레이터와 핵심 PCE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1% 중반에 머물러 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 수준에 그치며,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째 1%를 밑돈다.

미국과 독일의 TIPS 스프레드 역시 정체 상태다. 임금 상승 제한과 풍부한 인구에 기반을 둔 신흥국 상품 공급기지 확대,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른 온라인 유통망 확산 등 구조적 요인으로 저물가가 고착화된다는 의견까지 팽배하다.

둘째, 경기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경제는 금년 들어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졌다. 유로존의 3/4분기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은 2.6%로 2011년 1/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2분기 연속 전기대비연율 3%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일본 역시 2분기 연속 2%대 성장세를 시현 중이다.

셋째, 미진한 신용 창출이다. 미국 상업은행 대출 증가율은 3%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대출 수요가 저조해 기업대출 증가세는 1%대까지 후퇴했다. 유로존 은행대출 증가율 역시 1%대에 그친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개선 조짐이나 기업대출은 정체 흐름이 계속된다.

넷째,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로, 근저에는 낮은 물가 상승세가 자리한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 3차례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했다. 연준 의원들의 점도표 전망과 달리 시장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1~2차례 정도로 본다. 연방기금 선물시장에 내재된 금리 인상 확률로 확인된다. 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9년에나 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진국 장기 금리 상승세는 속도의 문제일 뿐이다.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내년 2/4분기를 전후해 금리 상승세가 빨라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선진국 장기 금리 상승이 가시화될 경우 금융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목도될까? 첫째, 주식시장이다. 경기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개선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은 증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규모 축소 혹은 보유 증권의 재투자 축소 물량 확대 등 수급 측면에서 비롯되는 금리 상승 압력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자극하게 된다.

금리 상승은 증시에서 성장주에 대한 프리미엄을 낮추며 배당주의 매력을 저하시킨다. 금리 상승 시 성장주는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이 커지게 되는 반면 현재 가치를 반영하는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된다. 여기에 선진국의 기업 설비투자와 미국, 독일, 중국 등의 인프라 투자가 신용 창출을 자극하는 흐름이 확인될 경우 가치주로의 전환은 심화될 수 있다.

둘째, 추세적인 강세 달러 전환은 아니더라도 달러화 약세의 속도 조절 흐름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로존의 물가 전망, 통화정책 변화, 그리고 미국 세제개편안 등을 고려 시 상대적으로 미국 금리가 유로존 주요국보다 상승 압력이 좀 더 우세하다. 내년 하반기로 가며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빨라질 시 유로화 강세, 달러화 약세가 재차 심화될 전망이다.

셋째, 선진국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달러화 약세 완화는 신흥국 자산의 매력을 다소 떨어뜨린다. 과거 두 차례 금리 상승 시기(2013년 2/4분기 연준의 긴축 발작 우려, 2016년 4/4분기 트럼프 재정정책 기대)에 상대적으로 신흥 증시는 선진에 비해 부진했다. 주식과 채권을 막론하고 신흥시장에서 단기간 내에 자금 유출까지 전개됐던 경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장기 금리도 다시 상승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유가 기저효과 및 원화 강세등의 영향으로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1/4분기까지 1% 초중반 수준이 예상된다. 이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약화됐지만, 상반기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유가 기저효과 약화 등에 2/4분기부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진다. 대외적으로 연준이 분기 한 차례씩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게 된다. 선진국 장기 금리 상승에 한국도 동조화가 예상된다.

정리하면, 선진국 장기 금리 상승의 근저에는 양호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개선이라는 펀더멘탈 환경이 자리한다. 위험자산 강세와 약 달러 기조가 추세적으로 무너지지는 않겠다. 다만 ①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성장주 조정과 가치주 상대 강세, ② 일시적 강 달러와 신흥국 통화 약세, ③ 신흥시장에서 자금 이탈 등 국제금융시장에 마찰적 불협화음이 전개될 개연성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