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봉암사 한반도 대운하 철회요구

18일 반대성명 발표, 운하사업 강행시 조계종 마찰 예고

2008-02-18     고도현 기자
대한불교 조계종립 특별선원인 경북 문경 봉암사(주지 함현스님)가‘한반도대운하’반대 성명을 내고 대운하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봉암사는 18일 소속 스님 일동 명의로 발표한‘한반도대운하 건설을 반대합니다’ 제하의 성명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수 많은 생명들이 터전을 잃게 되고 국토의 근간이 훼손되는 등 수습할 수 없는 큰 환경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해탈, 생명,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봉암사는 이어“대운하 계획은 대량살상 계획과 다르지 않다”며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가치는 동등하다”고 강조했다.

봉암사는 또“대운하 건설 계획을 보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일부 권력자들이 국가를 개인 소유물인 양 함부로 하고 있다”며 “국민의 반대도 불사하겠다는 투의 대운하 계획은 사실상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산문을 폐쇄하고 스님들이 선방에서 정진하는 봉암사는 성철 스님, 청담 스님 등이‘봉암사 결사’를 통해“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불교계 혁신운동을 펼쳤던 곳으로 국책사업 등에 대해 반대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봉암사는 경부운하의‘조령대수로 터널’구간에서 가까운 희양산 자락에 있는데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맥을 이어온 조계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이번 성명이 대운하 공사를 강행할 경우 사실상 조계종과의 마찰이 불가피함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함현 주지스님은“지난 82년 산문을 폐쇄한 후 이런 성명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국가의 중차대한 일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스님들과 상의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대운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