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은 청도주민 40명 전세버스타고 자수

상당수가 선거구ㆍ동책으로 확인, 처벌 불가피

2008-01-29     고도현 기자

“100만 원을 받아 1인당 작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씩 뿌렸습니다”

“전달 방법은 신문지에 싸서 직접 찾아가거나 약속장소를 정해 은밀히 줬습니다”

28일 오후 경북 청도경찰서. 지난해 청도군수 재선거 때 정한태 군수 캠프에서 돈을 받거나 전달한 군민 40명이 집단으로 경찰에 자수했다.

경북경찰청이 청도군수 불법 재선거를 수사 중이지만, 주민들이 단체로 자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자수한 주민은 운문면 13명을 비롯한 금천면 25명, 청도읍 2명 등 총 40명.

이들은 전세버스 등을 타고 청도서에 자진 출두했다.

모두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면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경찰서에 들어가는 주민들은 되도록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자수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정상참작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자수하게 됐다”면서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솔직히 이런 일로 경찰서에 오게 돼 부끄럽다. 죄를 뉘우치고, 값을 달게 받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찰은 이날 10명의 수사관을 동원, 1대1 방식으로 자수한 주민들을 상대로 기초조사를 벌였다.

경찰 한 관계자는“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와 대조하는 작업을 비롯한 돈 규모, 전달 시간, 돈을 받은 경위에 대해 조사를 했다”며 “자수한 주민들이어서 사실을 그대로 자백하고, 평온하게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단순히 돈을 받은 주민은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의 처벌 감경 규정에 따라 최대한 선처키로 했다.

그러나 캠프에서 돈을 받아 주민들에게 돌린 중간책은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감안해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선처 받는 주민들은 과태료는 내지 않을 전망이지만, 대략 30∼5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출석한 이들 대부분이 선거 당시 자신들의 거주지 주변에서 정한태 군수 캠프의 선거구책이나 동책 등으로 확인돼 상당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 주민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뒤 밤늦게 귀가시켰다.

한편 이번 선거와 관련해 사법처리된 인원은 정한태 군수를 포함해 구속된 인원만 22명에 이르고 돈을 주고받은 주민 등 60여 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