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아내에서 전통요리전문가로
전통음식요리가 된 故오승윤 화백 부인 이상실씨
2007-12-16 충청일보
“사과는 이정도로 하고, 양파가 너무 많지 않을까? 아! 배추 양을 생각해봐, 그 정도는 해야지.”
찬바람이 제법 도는 12월 첫 주말 광주시 동구 지산동 오지호 생가에서는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보다 여인들의 목소리가 더 바쁘다.
오지호의 둘째 며느리 이상실(60) 여사의 김장 김치가 해외에 한국전통의 맛을 대표할 요량으로 몸단장을 하는 무대다.
아리랑방송이 한국전통을 찾아 나선 다큐멘터리 ‘한국의 미와 맛’(프로듀서 정혜원)에 이씨의 김장이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재천씨와 동행취재로 전개되는 이 프로그램은 김치를 맛의 대명사로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다.
과학 이전에 땅에서 나는 자연의 재료로 만든 자연의 음식으로서 김치를 조명한다. 김치에 들어가는 최고의 천연재료를 찾아 최종 종합산물로서 김치를 담그는 전 과정을 담아냈다.
이달 중순이면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 전파를 타게 된다.
이상실씨는 알려진 데로 고 오지호 화백의 둘째 며느리이자 고 오승윤 화백의 아내다. 명망가의 며느리로 화가의 아내로 그림자처럼 살아오다 갑자기 남편을 여의고 칠흙의 질곡을 건너 초가집을 다듬고, 남새를 가꾸고, 이웃에게 먹일 요리를 하면서 이상실이라는 한 여인으로 자리를 가다듬는다.
그녀의 전통 요리솜씨는 수준급으로 알만한 이들에게는 구문이다.
현대인의 식탁에서 자취를 감춘 ‘집장’을 비롯한 전통음식들이 이씨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다. 광주의 유일한 초가집이기도 한 이곳은 전통 된장과 간장, 고추장, 청국장에 이르기까지 한 집안의 음식 맛을 결정한다는 장류를 직접 담는 보기 드문 집이기도 하다.
이씨는 계약 재배한 콩과 고추 등 땅에서 나는 산물과 바다의 젓갈 등 음식 재료들을 직접 골라 이곳 마당에서 가르고 다듬어서 음식을 만든다.
이같은 재료와 이씨의 손맛으로 빚어진 그의 음식들은 정갈하고 담백한, 깊은 맛이 나는 전라도 전통음식의 원류로, 소문난 솜씨를 자랑한다.
전통방식의 맛을 간직한 김장의 원류로 그가 세계무대에 한국김치를 대표해 김치를 선보이게 된 배경이다.
고 오승윤 화백의 아내로 오지호가의 맥을 잇는 며느리로 살아온 그가 남편 사후 남편의 그림자를 대신해 음식과 집안 가꾸기에 정성을 기울이면서 음식 맛이 깊이와 운치를 더해가는 듯하다.
이상실씨는 “예전에는 선생님 그림을 감상하며 기대와 흥분을 달래는 것이 일상의 주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당에 난 나무와 꽃을 가꾸고 철철이 음식 장만하는 것이 생활의 주요 부문이 됐다”며 “초가집 이엉을 잇는 일부터 장 담그는 일 등 일 년 열 두 달이 더 바빠져 선생님 살아생전보다 더 숨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