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1위 추격하는 현대리바트
한샘의 추락이 곧 ‘기회’ 합병 통한 몸집 키우기 나서
매출 확대와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 B2B·B2C 경쟁력 구축
한샘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 분야 잠식하며 추격의 고삐 바짝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가구업계 선두 경쟁에서 항상 뒤처져 있던 현대리바트가 칼을 빼들었다. 산업·건설자재 전문 유통 회사인 현대H&S과의 흡수 합병을 통해 가구업계 1위 자리와 종합 인테리어 회사로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 이번 합병으로 현대리바트는 B2B(기업간 거래) 건자재 매출 확대와 B2C(소비자간 거래) 리모델링 사업의 가격경쟁력 등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업계 1위 한샘의 성폭행 논란은 현대 리바트에게 ‘기회’로 찾아왔다. 한샘은 성폭행 논란 이후 악화된 기업 이미지로 홈쇼핑 방송 연기, 프로모션 중단, 불매운동 여론 등으로 매출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현대리바트는 한샘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 분야를 점차 잠식해 가며 가구업계 선두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죌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리바트는 지난달 3일 현대H&S와의 합병을 확정했다. 합병 기일은 오는 5일이며, 2009년 모기업인 현대그린푸드에서 물적 분할해 설립됐던 현대H&S는 이번 흡수 합병으로 해산된다. 합병 비율은 현대리바트 1대 현대H&S 3.2736321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합병은 많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9월 합병을 공시하며 매출액 약 1조3000억 원, 영업이익 530억 원의 외형 확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종합 인테리어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해 리빙사업을 유통 및 패션사업과 더불어 그룹 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형 확장으로 가구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가 1위 한샘과의 매출 격차가 크게 줄어 업계 선두 탈환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한다. 한샘은 2016년 기준 매출 1조9345억 원을 현대리바트는 2016년 기준 매출 7356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리바트가 다수의 해외 시장 거래처, 건부자재 공급 네트워크를 보유한 현대H&S과의 합병을 통해 상품 매입력 확대와 B2B 사업경쟁력 구축, 나아가 B2C 리모델링 사업의 가격경쟁력 등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현대리바트와 현대H&S의 거래가 많아 불거진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 현대리바트와 현대H&S 대표직을 겸직해 온 김화응 대표의 경영 부담을 한층 덜어 가구 업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논란 호재로 작용
현대리바트와 현대H&S의 합병으로 높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긍정적인 전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곳이 있다. 가구 업계 1위의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한샘’이 그 주인공이다. 한샘은 성폭행 논란 이후 특가판매, 할인판매 등을 시행 등을 통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리바트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샘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매출 축소를 인정했으며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현대리바트의 합병 소식은 한샘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앞서 한샘 신입 여직원 A씨가 5개월간 성폭행 피해를 입었음에도 사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글을 온라인커뮤니티사이트에 게재했고 이는 언론을 통해 확산돼 공론화 됐다. 이는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불매운동 불안심리의 영향으로 한샘의 주가는 5%가량 하락했고 홈쇼핑 판매 잠정 중단, 재수사 청원 요청 등 후폭풍이 거세다.
한샘의 가구와 시스템키친 등의 판매 방송을 하던 홈쇼핑들은 악화된 여론을 고려해 예정됐던 방송 판매를 무기한 연기했으며, 현대홈쇼핑은 지난 5일 예정됐던 ‘칼리아X한샘 마테라소파’ 판매 방송을 하지 않았고 추후 편성 여부도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GS홈쇼핑과 CJ홈쇼핑 등 역시 한샘 방송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치열해질 경쟁 구도
현대리바트는 이번 흡수합병과 한샘 논란 등으로 전망은 밝지만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리바트가 한샘의 매출 80%를 차지하고 있는 가정용 가구 시장을 잠식할지 등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사무용 가구 부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김화응 현대리바트 대표는 이번 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영업망 기반과 제품력 강화로 3년 내 매출 2조 원을 기록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놓고 있어 사무용 가구뿐만 아니라 가정용 가구 시장 선두 자리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현대리바트는 현재 주방가구 리첸과 아동가구 리바트키즈가 프리미엄 가구시장에서 자리잡아 합병을 통한 가격경쟁력이 더해지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현대리바트가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 ‘윌리엄 소노마’의 론칭 이후 ‘윌리엄스 소노마 논현 전시장’을 거점으로 ‘윌리엄 소노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에 나서 선두 경쟁에 홈인테리어 시장 성장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 건설사관계자는 “이번 한샘 사태로 인해 B2B 거래를 끊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샘이 B2B 거래에서의 직접적인 타격은 입지 않은 것으로 보여 현대리바트의 합병으로 인한 B2B 사업 분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