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터에서 출토된 유물은 사찰 소유” 대법원판결 논란
2007-05-10 고도현
이번 판결로 인해 그 동안 국가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던 유물에 대한‘반환소송’등 법적 대응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석가탑에서 출토된‘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관리를 두고 문화재청과 불교계가 충돌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교계의 이 유물에 대한 소유 및 관리권을 인정한 셈이어서 관계기관의 대응이 주목된다.
관리 대책도 없이 판결… 비난 불 보듯
매장문화재 소유권분쟁 부채질 우려도
대법원 2부는 최근 경기도 양주시 소재 사적 제128호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의 소유권은 국가가 아닌 대한불교 조계종 회암사에 있다는 판결을 했다.
이와함께 대법원은 문화재청이 국가 소유로 처리한 기와 조각과 막새 등의 유물 57점을 사찰 소유로 인정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사찰들이 문화재 등을 관리할 장비, 능력, 안전시설 등 대책이 없는 가운데 판결돼‘문화재보존 정책이 무너질 수 있다’는 비난도 쏟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관리상의 문제를 들어 반대의견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조계종의 손을 들어줬다”며 불평했다.
이 관계자는“현재 일부 사찰을 제외하곤 유물에 대한 보관 시설이 없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고학계 A씨는“출토 유물이 사찰측 소유로 관리될 경우 도난 및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화재란 특정 집단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되며, 온 국민이 공유하고 연구되기 위해서는 국가 기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Y대학 B교수는“사찰에서 국보급 문화재가 출토될 경우 관리상 문제가 되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불교계에 입장은 크게 다르다.
대한조계종 11교구 본사 불국사 성타 주지는“각 사찰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그 지역에서 전시되고 보관 돼야만이 생명력이 있다”며 법원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그는 이어“사찰에서 출토된 문화재가 제 3의 지역으로 떠나면 생명력을 잃어 골동품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계종 사찰 중 자체 유물전시관을 갖춘 곳은 통도사를 비롯 기림사 등 소수에 불과하다.
한편 이번 사법부의 결정이 또다른 쟁점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특정 문중과 관련된 고택(古宅)에서 유물이 출토될 경우 이도 법원 판결이 선례가 돼 소유권 분쟁 시비가 될 우려가 있다”며 매장문화재 출토에 따른 소유권 주장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