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의 한지, 축제를 타고 흐른다
2007-05-02 강정은
신라시대 설씨 성을 가진 주지승이 살고 있었다. 이 절 주변에는 닥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하루는 이 주지승이 닥나무를 꺾어 지팡이 삼아 가지고 다니다가 절 앞의 반석에 앉아 지팡이를 두들겼다. 그리고 다음날 보니 닥나무의 껍질이 반석에 말라붙어 얇은 막처럼 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눈여겨 본 주지승은 이 과정을 응용해 마침내 한지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는데… 1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한지 설화다. 한지는 역사도 길 뿐만 아니라 고유의 빛깔이 우리와 너무 닮았다.
민족문화는 축제와 함께 흐른다. 어느 문화 전문가는 축제가 없는 민족은 살아서도 산목숨이 아니고 죽어서도 고이 잠들 수 없다고 했다. 문화 축제를 한번 쯤 찾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하다. 때문에 푸른 5월, 가족의 손을 잡고 나서는 전통 한지 문화여행은 더욱 매력적일지 모른다.
전통 종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주한지문화축제가 11번째 얼굴을 내민다. 이번 전주한지축제는 5월3일부터 4일간 전주 코아아울렛과 한옥마을에서 열린다. 한지문화축제위원회는‘한지,생활속으로,라는 주제를 걸고 한지홍보관·체험관·전시관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축제위원회는 한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가정의 달을 맞아 나들이에 나선 가족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프로그램은 18개의 공예 체험으로 구성되며 3000~5000원의 비용을 내면 참여가 가능하다.
한지문화축제위원회는 한지로 만든 황실의상을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축제기간중 관광객들에게 제공한다. 한지로 만든 한복과 평상복 300여점으로 꾸며진 패션쇼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기에 충분하다.
4개의 주제로 열리는 한지 작품 전시 프로그램은 축제위원회가 관람객들에게 선사하는 백미다.
축제위원회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한지의 모습을 담은‘닥종이 인형전’을 통해 연출한다. 닥종이 인형들은 우리나라 전통놀이를 주제로 대형 시뮬레이션으로 꾸며지며 해학적인 표정을 담게 된다.
한지가 글자를 품으면 어떤 모습일까. 전국 한지공예대전을 통해 배출된 초대작가들의 서예작품들이 코아아울렛 전시관에서 선보인다.
한국·일본·중국의 종이 문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세계종이전과 10여명이 참가하는 한지 부채 전시회도 열린다.
이와 함께 자치단체장과 기업 CEO, 문화예술인, 시민이 참여하는 한지 편지 쓰기,‘1000인 1000자문전 등의 행사도 뒤따를 예정이다.
부대행사도 관람객들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한지 줄다리기와 가족 창호문 바르기 대회가 축제기간중 코아아울렛 야외행사장에서 마련된다. 전주한옥마을 골목길에서는 한지조명을 내거는‘동네방네 불을 밝혀라’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이번 한지조명은 올해 처음 시도되는 행사일 뿐만 아니라 한옥과 어울려 오후 행사의 절정을 밝힌다.
한지 산업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축제위원회는 코아아울렛 전시과 1층에 한지 산업관을 꾸민다.
한지 산업관은 한지 생산기업, 문화상품 제작업체, 디자이너가 참여해 출시된 상품소개와 업체간·소비자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전주시와 축제위원회는 한지문화축제를 국내 대표 문화축제와 부가가치 상품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주의 5월은 한지문화축제만이 아니다. 한지축제가 2%를 채워줄 전주영화제와 대사습놀이전국대회가 한지축제와 함께 보름간 이어달리기를 한다.
예부터 문화축제는 일상의 어려움을 털어내는 장이었다. 축제 속에서는 숨 쉬는 것도 즐겁다. 때문에 축제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며 선물이다.
계절과 축제는 놓치면 후회한다. 특히 5월은‘가족’이라는 수식어가 있기 때문에 더욱 놓치기 싫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