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채무가 부른 살인의 비극
2007-03-03 고도현
오랜 채무관계가 살인까지 불렀다.
16일 정오께 대구시 북구 칠성동 한 다방에서 건설업을 하는 장모(47)씨가 옛 동업자 이모(62)씨로부터 머리와 허리 등에 엽총 3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범행을 저지른 후 경찰에 잡혀 온 용의자 이모(62)씨는 만취상태에서 “그 놈은 죽어야 합니다. 그래서 죽였습니다.”라고 외쳤다.
경찰조사결과 이같은 살인극이 발생한 원인은 오랜 채권채무관계.
숨진 장씨와 이씨는 옛 동업자 관계로 1995년부터 만나 경북 상주 문장대 온천수 개발 사업을 장씨의 권유로 함께 하며 25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사업이 여의치 않자 부도로 이어졌고, 이씨는 빚더미에 오르게 됐다. 그는 장씨에게 수차례 투자한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했지만 허사였다. 부도 이후 장씨는 아들이 유학하고 있는 미국으로 가버렸다.
이에 이씨는 더욱 다급해졌고, 결국 장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게 됐다.
“그놈은 인간도 아닙니다. 그놈 때문에 전 재산 날려버렸는데 그 놈은 자기 챙길 것 다 챙겨갔습니다. 그래서 죽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씨는 최근 장씨가 미국에서 귀국한 사실을 알고 수차례 전화한 끝에 범행 당일 만나기로 약속을 받아냈다.
이어 그는 이날 오전 8시45분께 범어지구대에 영치해 둔 이탈리아산 산탄 엽총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 거나하게 술도 마셨다.
정오께. 이씨는 약속한 장소에 장씨가 도착해 있다는 것을 확인 후 곧바로 들어가 장씨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범행 직후 이씨는 수성구 황금동 모 호텔에 은신해 있다 아내의 설득전화를 받았다.
이리저리 심란해진 이씨는 결국 자살을 택했다. 만취상태로 자신의 다이너스티 차량을 몰고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다행히 수성구 황금동 모 성당 앞에서 김모(65·택시기사)씨와 박모(59·목사)씨의 차량과 충돌했다.
총기를 가슴에 품고 있던 점을 수상히 여긴 이들의 신고로 이씨는 결국 경찰에 검거됐다.
대구북부경찰서는 16일 이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0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