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문희상 국회의장 ‘물밑경쟁’ 치열…
2017-11-17 고정현 기자
- 충청 : 이해찬·안희정 vs 수도권 : 문희상·김두관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하반기 국회의장직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정 의장의 임기는 2018년 5월 29일로 종료된다. 그리고 곧바로 6월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개헌안 국민투표가 예정됐기 때문에 국회에서 치열한 개헌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차기 국회의장의 인선에 정치권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관계자는 “올 하반기가 되면 하반기 국회의장에 대한 후보군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에는 문 대통령의 공약 본격 추진, 개헌 이후 등의 복잡한 정가의 셈법이 얽혀 있는 만큼 경험과 연륜이 있는 유능한 인물이 자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7선 이해찬 vs
최연장자 문희상
현재까진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차기 국회의장도 배출할 것으로 보여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문희상, 박병석, 이석현 의원 등 국회부의장을 지낸 중진 의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이해찬 전 총리와 문희상 의원의 양자 대결구도가 유력하다.
아직 양측 모두 국회의장직 도전과 관련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본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권 일각에서 하반기 국회의장설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당 내 분위기는 ‘친노 좌장’ 이해찬 전 총리에게 유리해 보인다. 7선인 이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실세 총리를 지내 능력 검증은 물론 현 정부와도 결을 같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 출신으로 지역 안배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을 국무총리 출신이 맡을 수 있느냐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문희상 의원의 경우 당내 최고 연장자인 점과 상반기 국회의장직을 놓고 현 정세균 국회의장과 접전을 펼쳤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문 의원은 경륜론을 내세우며 국회의장직을 끝으로 ‘명예로운 퇴장’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정세균 현 국회의장과 ‘2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석패했다.
문 의원에 대한 당내 분위기 역시 긍정적이다. 문 의원은 2007년 18대 대선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2014년 또 한 번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 당을 위기에서 구했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에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DJ(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정부 때는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 당·청 관계를 가장 잘 꿰뚫어 볼 수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이렇듯 두 친노 어른들(?) 간 의장직을 둔 대립 구도가 점쳐지자 정치권은 의장직 선출 이후 곧바로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시선을 넓힌다. 이 전 총리와 문 의원은 각각 충청권과 수도권을 대표하는 친노 인사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군에 또다시 충남 친노 인사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수도권 친노 인사 김두관 의원이 거론되자 자칫 ‘충청 친노’와 ‘수도권 친노’ 간의 ‘친노 내전’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 국회의장과 당 대표에 각각 이 전 총리와 안 지사를 미는 충청권 친노세력과 문 의원과 김두관 의원을 지지하는 수도권 친노 세력이 세 싸움을 펼칠 것이라는 얘기다.
김두관, 지지 조직 단합대회
당권 도전 행보 해석
안 지사의 보궐 선거 출마 후 당 대표 출마 플랜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던 얘기다. 내년 정치 일정표상 상반기 재보선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고, 현 추미애 당 대표 임기가 2018년 7월까지이므로 안 지사 입장에선 일사천리로 밀어붙일만하다는 것이다.
만약 안 지사가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면 국회 진입 후 최단기간 초선 여당 대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는 차기 대권까지 바라보는 안 지사 입장에선 승부를 걸어봄 직 하다.
그런데 이 같은 안 지사의 플랜을 저지할 후보군 중 한 명으로 문 의원과 함께 ‘수도권 친노’를 대표하는 김두관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민선 5기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은 김포와 경남지역 당원들로부터 당권 도전 요청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오는 18일 자신의 지지조직인 민부정책연구원과 함께 단합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두고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부정책연구원은 김 의원이 2012년 대권 도전 당시 핵심 지지그룹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민부정책연구원과의 단합대회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해 온 것”이라면서도 “제 역할을 고민하고 있고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당내 분위기는 안 지사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하반기 국회의장직에 이해찬 전 총리가 당선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해찬 전 총리가 국회부의장직을 맡은 상황에서 당 대표직까지 안희정 충남지사가 맡게 된다면 ‘충청 친노’가 입법 수장과 당 대표 모두 가져가게 되니 민주당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운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