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 세트장 놓고 문경시 VS 석탄공사 왜 싸워?

2006-07-14     고도현 객원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왕능리 432-5번지 일대 66필지 30여만평부지. 석탄공사가 직영하다 폐광된 구 은성광업소 부지의 드라마 연개소문 세트장 등 영상테마파크 개발을 둘러싼 문경시와 석탄공사의 지리한 매입 협상이 석공의 무리한 요구 조건으로 최근 결렬되면서 “석공은 무조건 무상양도하라”는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어 향후 처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문경새재에 태조 왕건 촬영장을 만들어 톡톡히 재미를 봤던 문경시는 가은읍 일대에 5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미국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종합영상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왕능리 석탄박물관 뒤편 10만여평에 올해 1월 연개소문 드라마 촬영 세트를 건립해 8일부터 방영에 들어간다.이렇듯 문경시가 석공으로부터 무상임대받아 각종 개발사업들을 활발하게 추진하자 그동안 수수방관하던 석공측이 지난해부터 무상임대 기간 연장에 제동을 걸면서 문경시측에 감정가 37억원의 은성광업소 부지를 5년간 분할상환(이자까지 45억원)을 요구하고 나서 문경시도 매입에 적극성을 띠고 협상에 임했으나 석공측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지난달 22일 최종 결렬됐다.

문경시에 따르면 “석공측이 매도하는 부지의 광해(鑛害)문제에 대한 피해보상과 복구도 문경시측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억지조건을 달아 문경시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어 매입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이다.이곳으로부터 500여m 떨어진 가은읍 왕능리 시가지 일대에 지난 2000년부터 지반침하 현상이 벌어져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침하 복구공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가은읍 일대에 광범위한 동공현상이 빚어지고 있음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관련부처 및 원인자’의 피해복구 및 보상의무가 명백하게 규정돼 있다.하지만 석공측은 갈 길 바쁜 문경시에 사업부지를 매도하면서 이 같은 법적 책임마저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문경시민들은 “석탄공사가 은성광업소 문을 닫은 이듬해인 지난 96년 주민들의 개발지원 요구에 대형리조트를 폐광부지에 개발하겠다는 사장명의의 공약을 발표했다가 경영상태가 악화됐다는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 이행을 하지 않은 만큼 석공을 대신해 개발에 나선 문경시에 무상으로 양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 지역 주민들도 생존권 확보차원에서 석탄공사가 무상양도를 결정하거나 문경시의 매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때까지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938년 일제시대때 채굴이 시작된 은성광업소는 연간 생산량 45만여t에 생산 인원만도 1,300여명에 달해 단일규모 무연탄 광산으로는 국내에서 두 번째 크기의 대형 광산이었으며 44년간의 석탄생산에서 대형 참사를 빚었던 지난 79년의 끔찍한 화재사고로 46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갱도붕괴 등 각종 사고로 140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갔고 채탄과정에서 얻은 진폐, 규폐로 400명이 숨졌고 300명은 현재도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국내에서 강원도에 이어 두 번째 탄전지대였던 문경시는 중앙정부의 주탄종유(主炭從油: 주연료 석탄, 부연료 석유) 시책에서 주유종탄(主油從炭: 석유를 주연료로 석탄은 부연료로)시책, 즉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광산들이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가 곤두박질쳐 지금까지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탄전지대 주민들의 피폐화되어 가는 생활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폐광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강원도에는 카지노를 허가하는 등 폐광지역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세제감면, 특별 저리융자지원 등 30여 가지가 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문경시도 폐광이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도시로의 변신을 모색하며 각종 개발사업들을 펼쳐 지난해 400만 명이라는 관광객을 유치해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고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