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가네코 우미코’

2006-04-12     고도현 
일본인이면서 독립투사 박열과 결혼해 자신의 나라 천황부자까지 암살하려하는 등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여인 가네코 후미코(한국명 김문자)여사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일본 야마나현의 문인들이 지난 3일 경북 문경을 방문했다. 가네코 후미코는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였던 박열의 사상적 동지이자 연인이며 국경을 초월해 옥중에서 결혼한 부인이다. 그 자신 또한 무정부주의자로서 일본의 식민통치와 천황제에 항거해 조선인과 연대했던 인물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혁명가적 사고를 가진 철학가이자 행동가로 재평가 받고 있다.이번에 방문한 문인들은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고향마을인 야마나현의 학습추진센터 회원 14명이며 이들은 평소 여사의 생애와 사상을 연구하고 추모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가네코여사는 경북 문경 출신인 박열 의사의 도쿄 유학시절인 1922년에 만나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아나키스트의 길을 걸었다. 박 의사와 동거하던 중 1923년 9월1일 간토(關東)대지진 때 가네코씨는 일왕을 암살하려 했다는 대역죄로 박 의사와 함께 검거돼 1926년 3월25일 둘 다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일본 당국은 가네코씨가 그 해 7월 일본 우쓰노미야 형무소 여죄수 독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박 의사의 형인 정식씨가 일본으로 건너가 가네코의 시신을 수습해 집안 선영인 문경시 문경읍 팔령리에 안장했다. 박 의사 집안에서도 가네코의 존재를 인정한 셈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죽은 일본인이 한국에 묻히게 된 배경에는 조선의 남자를 사랑하고, 일본 제국주의를 반대했던 이력이 있었던 것이다. 가네코씨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은 꾸준히 문경을 방문해 왔고, 특히 3일 문경을 방문한 야마나 현 문인들은 여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박열의사기념관 건립 사업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했다. 일본 입장에서 봤을 때 반역자일 수도 있는 가네코여사를 추모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날 참배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문경시에서는 지난 2000년 박열의사기념사업회를 발족시켜 전시관 건립, 생가복원 등 추모사업을 펼치면서, 팔령에 있던 여사의 묘소를 지난 2003년 11월 박열의사의 생가 뒤편(마성면 오천리 샘골)에 이장했다.남편 박열의사는 23년간 옥고를 치른 후 백범 김구 선생과 더불어 윤봉길, 이봉창 등 열사들의 유해봉안 추진위원장을 맡았으며 신조선건설동맹위원장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가 6·25 사변 3일만에 강제납북, 1974년 북한에서 생을 마감했다.정부는 지난 1989년 박 의사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으며 올해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