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거래 수수방관하는 인터파크와 티켓베이?
소비자의 불평, 불만 폭발 일보직전에도 외면
KBO 대책 내놓았지만 실효성은 "글쌔"
티켓베이 "첫 판매처 잘못···비난 여론 억울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암표 입장권(티켓)이 성행하고 있다. 이는 차익을 노린 암표상, 방관하는 티켓 거래사이트, 규제 마련에 소극적인 정부 등의 탓이다. 이에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며 야구팬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3년째 한국시리즈 단독판매권을 가진 ‘인터파크티켓’과 개인 티켓 거래 중계사이트 ‘티켓베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파크가 서버 증설 및 암표 문제에 대처가 미흡하다”며 “티켓베이 역시 수수방관하고 있어 암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티켓을 통해 수익 창출을 하는 대표적인 두 업체가 문제 방관으로 오히려 온라인 암표시장을 양산한다는 주장이다. 일요서울은 암표상의 티켓 구입, 판매 방법 등을 통해 두 업체가 어떤 식으로 암표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 22일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예매가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 높은 관심 탓인지 한 번에 많은 접속자가 모이면서 사이트는 곧 접속 불능 상태가 됐다.
반면 인터넷 티켓 거래사이트에 ‘한국시리즈 티켓 판매’ 게시물이 쏟아져 나왔다. 적게는 1장부터 많게는 100여 자리를 판매하는 글들이었다. 한국시리즈를 관람하기 위해 기다렸던 야구팬들은 눈물을 머금고 웃돈을 주고 거래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는 후기 글이 올라왔다.
인터넷 중계사이트 ‘티켓베이’를 통해 한국시리즈 티켓 구입을 시도했다는 A씨는 “암표상들이 무더기 구입을 한 티켓을 웃돈을 주고 구입할 수밖에 없다”며 “22일 예매 시작만을 기다렸지만 열리지도 않은 인터파크티켓 사이트 때문에 돈과 시간만 허비했다”고 했다.
한 보안업계관계자는 이번 ‘한국시리즈 티켓 대란’에 대해 곳곳에 위치한 허점들이 이번 문제를 야기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암표상들이 ‘티켓예매 프로그램’을 통해 무더기 구입한 후 판매하는 식 때문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암표상들은 인터파크티켓에서 무통장입금을 통해 티켓을 구입 후 티켓베이에 해당 표를 판매한다고 올려 판매가 이뤄지면 시세 차익을 얻고, 판매가 불발되면 불이익 없이 거래가 종료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통장 입금이란 말 그대로 무통장 즉, 통장 없이 타인의 계좌나 임시계좌로 입금하는 것을 의미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거래가 자동 취소된다.
여러 갈래로 나뉜 여론의 비난
‘암표’를 둘러싼 여론의 비난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첫 째 “두 업체의 암표상 방관으로 인한 문제의 확장”, 둘째 “두 업체의 문제가 아닌 암표상의 무차별적 판매”, 셋째 “정부의 법과 규제의 미흡” 등이다. 인터파크티켓이 몇 년째 독점 판매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평·불만사항에 대처가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한 서버관리 관계자는 “인터파크티켓은 서버 증설을 안 했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며 “서버 증설을 하면 만 명 단위에서 최대 억 단위까지 수용 인원을 늘릴 수 있지만, 높은 서버 증설 비용으로 인터파크 티켓은 서버 증설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서버 증설을 위해서는 IBM 등 서버 판매업체를 통해 서버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서버 증설에 드는 비용은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비용이 든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이템 거래사이트인 아이템베이가 지난 2015년 론칭한 티켓베이는 불법으로 거래되는 암표상과 차별화를 둬 개인적인 사정으로 현장에 갈 수 없는 팬과 티켓을 원하는 팬이 티켓을 ‘양도’하는데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티켓거래 사이트다. 그러나 ‘양도’가 아닌 ‘암표 시장’으로 사이트의 본 목적이 퇴색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티켓베이 측 관계자는 “서비스의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번 암표 논란에 자신들이 거론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인터파크티켓에서 첫 판매를 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암표상을 걸러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티켓베이에 암표상들이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도 알지만 그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기에 따로 제재는 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불법 암거래’ 청원글 등장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급기야 지난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불법 암거래 사이트’ 청원글이 등장했다. 해당 글은 26일 기준 100여 명의 청원참여자와 댓글을 통해 동의 입장을 밝히는 등 관심이 높다.
해당 글을 살펴보면 “경범죄 처벌법 제 3조에 의거해 (암표매매)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에게 6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현재 ‘티켓베이’라는 사이트뿐만 아니라 각종 SNS를 통해 불법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해당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적정가격에 관람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인기 있는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가 매진되지 않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암거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장 근처에서만 판매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현실과의 괴리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대체 방안을 마련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에서 일시적으로 암표 판매 근절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암표’에 관한 법규나 규제 마련이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 티켓 거래의 경우 확실한 제도조차 없는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독점 판매권을 지닌 인터파크티켓과 거래중계사이트 티켓베이, KBO, 규제 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정부까지 암표시장의 방관이 소비자들의 피해만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암표’ 논란은 확실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여론의 지적이 이어지자 최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가 티켓 재판매의 공정성·안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KBO RESALE(리세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며 암표 근절에 나섰다. 지난 2일 KBO에 따르면 프로야구 티켓 리세일 앱이 출시했다. 앱을 이용해 티켓을 판매하려면 최초 구매자가 ‘팝니다’ 코너에 표를 등록해야 한다. 판매가는 정상가의 최대 130% 이내로 제한된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KBO가 암표 거래를 조장한다며 황당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