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자' 문성근 검찰 출석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

2017-09-18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한명인 배우 문성근 씨가 18일 오전 10시 40분경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19일에는 방송인 김미화씨도 출석할 예정이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여론을 주도하는 문화·예술계 내 특정인물·단체의 퇴출 및 반대 등 압박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박근혜 정권과 비슷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것이다.
 
당시 국정원은 문화계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배우 문성근·명계남·김민선, 영화감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방송인 김미화·김제동·김구라, 가수 윤도현·신해철·김장훈 등 5개 분야 82명을 대상으로 퇴출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 14일 국정원으로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비판 활동과 블랙리스트 운영 등에 대해 수사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문 씨는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국정원이 음란물을 제작 배포했다는데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며 "이명박 정권의 수준이 일베 수준과 같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배우 김민선이 최대 피해자라고 본다"며 "가수는 방송 출연이 안 되면 콘서트를 열면 되지만, 배우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배우로서 연기력도 키우고 할 꽃다운 나이를 다 날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추산한 80여명보다 블랙리스트 관련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블랙리스트 운영과 관련해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 원장과 김주성 전 기조실장이 수사의뢰 돼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검찰이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를 한 것은 문씨가 처음이다. 문씨는 이명박정부 블랙리스트 관련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에는 최근 변호사로 개업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민변 김용민 변호사 등이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