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웬 노래소리?
2004-09-13 고도현 객원
노래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문경탄광의 부흥기와 폐광의 아픔을 동시에 겪은 현지 할머니들. 지난해 7월 가은도서관으로 발령받은 신진섭(41)관장이 읍단위지역이면서도 복지회관 하나 없어 노인들이 저녁시간 읍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건강(댄스)교실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평생교육원인 도서관에서 노인들을 위해 보람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그 첫 프로그램이 음악선생님을 초빙한 노래교실이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넉넉지 못한 살림 때문에, 자식들 뒷바라지에, 딸이라는 이유 등으로 음악을 배우지 못해 가족들 앞에서도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한 설움이 이들을 노래교실로 이끌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곳을 거쳐간 학생들(?)이 300여명이 넘고 있다. 가은의 웬만한 할머니들은 거의 노래교실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신관장은 학생(?)수가 늘자 노래 교실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서예교실을 개강해 노래교실 못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이달 2일부터 문을 연 수지침교실은 현재 35명이 등록을 마친 상태다. 또 10월 5일부터는 컴퓨터 초급과정과 중급과정을 실시할 계획으로 할머니들의 컴맹탈출은 물론 인터넷의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다 줄 생각에 신 관장은 들떠 있다.이런 신관장의 노력으로 가은 도서관은 지역 노인들이 나눔과 봉사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워가는 ‘평생교육원’으로 자리 잡았다.
노래교실 강사인 우은정(34)씨 역시 활달한 성격과 유머감각으로 할머니들에게 자주 웃음을 선사해 신관장과 더불어 인기 짱이다. 이직 미혼인 우씨의 결혼성사를 위해 할머니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해 주기도 했다.신관장은 “문화시설이 열악한 농촌마을이지만 어머니 같이 모시는 노인들이 기뻐하시니까 이 보다 더한 보람은 없다”고 말했다.하영진(56) 문경교육청 학무과장은 “가은의 노인인구는 날로 늘고 있으나 석탄산업 부흥시절 나라와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친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너무 없어 안타깝다”며 “노인들을 위한 복지회관이 설립될 때까지 가은도서관이 폐광지역 노인들의 말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광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은 도서관은 부지 650여평에 지은 2층건물로 1층 독서실은 좌석 200석을 갖추고 있으며 2층 별관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주변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눈길을 끌고 있으며 소장도서는 시청각자료를 포함해 4만 5천여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