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수… 이젠 ‘옛말’

2004-08-19      
경제난으로 알뜰피서족 늘어 상가울상지난해 비해 피서 인파 60~70% 줄어극심한 경제난으로 올 여름 피서지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피서철이 절정을 맞았는데도 충남 태안반도 해수욕장을 비롯해 대천, 무창포, 서천 춘장대 해수욕장 등이 경제한파로 피서객이 줄어 한산한 모습이며 그나마 찾은 피서객들의 알뜰피서로 여름특수를 노리던 상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또 충북지역의 속리산·월악산·소백산국립공원 계곡에도 피서인파가 지난해에 비해 60∼70%가량 줄었으며 계곡에 몰린 인파에 비해 주변 상가는 한산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태안반도 최대 해수욕장인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1?태안군 안면읍)는 “올 여름은 10년만에 무더위가 찾아온다 해서 큰 기대를 걸었는데 해수욕장 경기가 이렇게 썰렁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초 1500만원을 들여 상가를 임대해 횟집을 차렸는데 요즘 하루평균 매출이 30만원에 불과하다”며 한숨을 쉬었다.또 몽산포해수욕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정모씨(태안군 남면)는 “집에서 음식은 물론 식수까지 준비해오는 알뜰피서객이 대부분으로 장사가 안돼 큰일”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이처럼 서해안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피서객이 줄어들자 해수욕장 번영회 중심으로 이색 축제를 개최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예년에 비해 피서인파가 60%이상 줄어들었으며 그나마 찾아온 관광객들고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 올해 해수욕장 경기는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서해안 지역 해수욕장 음식점 및 상점들은 속칭 ‘삐끼’를 동원, 해수욕장을 찾은 차량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다 몸싸움을 벌이는 등 관광객 모시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숙박업소도 찬바람을 맞기는 마찬가지로 지난해 경우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웠던 콘도나 펜션이 올해는 전망이 좋은 곳을 제외하고는 썰렁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대천해수욕장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이모씨(49)는 “피서철이 절정기인데도 당일치기 피서를 오거나 야영을 하는 피서객이 많은 탓에 12개의 방 중 3∼4개 정도는 빈방으로 남는다며 가격인하를 해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피서철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해수욕장 상인들은 “이렇게 손님이 없는 피서철은 처음”이라며 “여름 바캉스 성수기가 이렇다면 올해 장사는 망쳤다”고 한숨이다.서천군 춘장대 해수욕장 상인 김모씨(46)는 “예년 이맘때 피서 절정기에는 자리를 찾지 못한 피서객들이 집 앞까지 몰려와 주차를 하는 등 북새통을 이뤘지만 올해는 한산한 편”이라며 그나마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마저 “극심한 경기침체로 컵라면 등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만 먹거나 천막에서 자장면을 시켜먹고 잠을 자는 등 알뜰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 피서족이 크게 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해수욕장이나 유원지 곳곳에는 알뜰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남은 음식물과 쓰레기가 잔뜩 남아있어 공원관리소 등이 쓰레기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돈 몇 푼 아끼려다보니 식수대에서 샤워를 하고 세탁까지 하는 등 몰상식한 피서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화장실은 ‘간이 탈의실’로 변하는 등 경제한파가 몰고온 올여름 해수욕장은 새로운 풍속이 자리잡고 있다. <동양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