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 시장, ‘사전선거운동 의혹’ 대두

2017-08-25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지방선거가 9개월 남은 시점에 대구에선 벌써부터 ‘사전선거운동 의혹’이 대두됐다. 대구시 산하 일부 공기업이 ‘권영진 재선 도우미’를 자처하며 노조원을 상대로 자유한국당 입당원서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내 대구 시장 후보 경쟁자로 꼽히는 이재만 최고위원의 광폭 행보로 인한 권 시장 측의 ‘불안감’이 이 같은 ‘무리수’로 표출됐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권영진 입당 원서 노조 배포사건’이 노조 집행부의 자발적 행동이 아닌 권 시장의 정치적 동반자로 알려진 A씨가 기획한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 “노조 집행부 ‘자발적 행동’ 아닌 시장 최측근 A씨의 ‘기획 작품’?”
- 現 대구시 산하 공사 감사로 재직... 지척에서 물밑 보좌


대구광역시 산하 일부 공사 등이 권영진 대구시장의 재선을 돕기 위해 노조원을 대상으로 자유한국당 입당원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남일보>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당초 대구도시공사, 시설공단, 환경공단, 도시철도공사, 대구의료원 등 대구시 산하 5개 공사·공단 노조로 구성된 ‘대구시투자기관노동조합협의회’에 소속된 각 기관 노조위원장들이 공동으로 입당원서를 받기로 했지만 일부의 반대로 몇몇 기관에서만 입당원서를 받았다고 한다.
 
<영남일보>에 따르면 대구의료원 노조 집행부는 지난 8일 임시총회를 열고 “권 시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권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돕자”고 말하고 조합원들에게 입당을 권유했다고 한다.
 
‘특정’ 후보 언급...
선거법 위반 가능성 커
 

당시 임시총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에 따르면 400여 명의 조합원 중 100여 명이 참석했고 조합장 등이 “매달 1000 원씩 내고 한국당에 입당해 내년 2~3월 후보가 확정되면 탈당해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년 대구시장 경선에) 전화 설문이 오면 누가 좋다. 그것 때문에 하는 거다. 당원으로서 권 시장을 지지한다고 해야 한다. 모 후보는 이미 1만 표를 확보했다. (한국당 입당원서를 받는 것은) 권 시장을 재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한 술 더 떠 노조 집행부는 이 자리에서 “밖에 나가서 강요를 하더라 이렇게 말하진 마라.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입단속을 시켰다고 한다. 자신들의 행위가 부정(不正)한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해당 행위가 노조 설립 목적에 위배됨은 물론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시대에 역행하는 전형적인 옛 자유당식의 정당 구태라고 지적한다. 공사·공단 노조가 조합원을 상대로 단순히 정당 가입을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특정 후보를 위한 당내 경선 참여를 목적으로 했다면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당원 가입을 권유하면 사전선거 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21일 “지난 8일 대구의료원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 100여 명에게 자유한국당 입당을 권유하며 원서를 받은 것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발언 분위기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집행부 관계자는 “상위기관에서 지시가 내려와 협의회 소속 위원장들이 모여 입당원서를 받자고 이야기 한 적은 있지만,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했다”며 “대구의료원의 경우 권 시장이 의료원과 노동계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 당원 가입을 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급히 해명에 나섰다.
 
대구시 관계자도 “권 시장이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니까 공기업 노조 집행부 관계자들이 모여 ‘(권 시장의) 재선을 돕자’는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지만, 노조 집행부의 자발적인 행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權 국회의원 시절
같은 지역에서 의정활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일각에선 이번 ‘권영진 입당 원서 노조 배포사건’을 기획한 인물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그 주인공으로 권 시장의 정치적 동반자로 알려진 A씨를 지목하고 있다. A씨가 권 시장의 재선이 불확실해지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A씨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노원을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2008년~2012년 당시 같은 지역에서 의정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당시 이 두 사람은 정책 현안이 있을 때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돈독한 관계였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이후에도 권 시장은 A씨의 출판기념회장에 모습을 비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나갔고 권 시장이 대구시장으로 재직 중인 현재 A씨는 대구광역시 산하 공사 감사로 재직 중이다.

일각에서 A씨의 사전선거운동 기획설을 제기하는 근거도 바로 이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과 A씨가 권 시장이 대구시장에 당선되자마자 대구에서 감사직을 맡기 시작했다는 점 등이다.
 
이번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권 시장의 재선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정치권은 진단한다. 그렇지 않아도 권 시장은 현재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일단 당내 경선에서조차 이재만 한국당 최고위원에 밀릴 것이라는 기류가 팽배하다.

설상가상으로 당내 경선에 승리한다 할지라도 만에 하나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이 민주당 대구 시장 후보로 전격 나선다면 ‘보수의 심장’에서 민주당에 시장 자리를 내준 첫 보수당 후보라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떠안을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구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만 한국당 최고위원이 내년 대구시장선거에서 권 시장의 유력 경선 경쟁자로 나서자 지지세력을 최대한 끌어 모아야 하는 권 시장이 대구의료원장 징계 감경과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