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대물림 싫어서 …”

2003-12-08      
“평생 장애아로 살게 할 수 없었습니다”25일 오전 10시께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자신들의 장애를 대물림하지 않게 하기 위해 생후 80일 된 아들의 생명끈인 산소호흡기를 떼어내 숨지게 한 장애인 부부가 얼굴을 떨군 채 조사를 받고 있었다.정신지체 2급인 조모씨 부부는 4년전 결혼해 3살짜리 딸아이에 이어 석달전 그토록 기대하던 아들을 얻는 기쁨을 누렸다.그러나 기쁨도 잠시. 둘째 아이가 생후 한달째부터 심한 구토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은 결과 `뇌세포가 ‘죽어가고 있다’는 천정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3년전에 낳은 딸아이의 선천성 정신지체 진단에 이어 둘째까지 장애 진단을 받게 된 것.

정부지원과 부모의 도움으로 간신히 생활하던 이들 부부는 수백만원의 빚을 내 지난 10월 서울 S병원에서 자신들의 희망이나 다름없는 아들을 치료하다 퇴원했다.그러나 지난 23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다시 전남대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이미 뇌세포가 25% 가량 죽어있어 수술을 해도 장애아로 살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조씨 부부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도 걱정이었지만 평생 자신들이 장애아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장애인의 설움’을 대물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조씨 부부와 조씨의 부모는 24일 오전 `자신들의 희망인 둘째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산소호흡기를 떼고 하늘나라로 보냈다. 경찰은 의료기관 및 의사의 소견을 다시 들은 뒤 이들의 신병을 처리할 방침이다.<전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