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현정권에 대한 심경 토로
2003-05-28 김은숙
최근 한자교육 특강서 전임 대통령으로서의 우려감 표명일각서 제기된 노대통령과의 연대설 사전 차단책 분석도
이날 한자교육 특강차 나선 김영삼 전대통령의 표정은 다소 무거워 보였다.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연 첫머리에서 YS는 자신의 최근 심경을 얼핏 드러냈다. 한마디로 전임대통령으로서 후임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참으로 걱정스럽다는 것.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한총련 시위, 공무원 노조, 화물연대 파업, 한미정상회담 등)에 대해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과 (현정부 정책에 대해)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오늘은 한자교육 특강 자리여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이에 <일요서울> 은 상도동 최측근을 통해 ‘노무현 정부에 대한 YS의 평가’라는 주제의 질의서를 보내, 특강서 전하지 못한 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 상도동 최측근은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전해 왔다. “YS에게 질의서를 보여 드리긴 했는데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때가 아니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측근 인사는 현정부에 대한 YS의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해 전해 왔다.이 측근인사는 “특강 초반에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YS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너무 많이 염려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처럼 YS 역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정부의 국정운영 자체에 대단히 걱정하고 있다”며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해 왔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상황을 지켜 본 후 조만간 참여정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그때는 전직대통령으로서 후임대통령에게 하는 충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도동측 입장은 최근 정치권 안팎의 시각과는 다소 빗나간 측면이 적지 않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부산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YS와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상도동측은 노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만을 드러내고 있다. 강연초반 “충분한 얘기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YS발언이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었던 YS가 노정부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털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불안하다”는 말로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사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대통령이 DJ를 버리고 YS를 선택할 것’이라는 추측이 꽤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총선을 겨냥, 부산민심을 얻기 위해 노대통령이 YS와 ‘정치적 딜’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권 일각의 관측과는 달리 ‘YS가 먼저 노대통령의 ‘러브콜’을 거절하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도 상도동측은 노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노정부에 대한 지지도에 대해 YS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YS계로 분류되는 정치권 한 중진인사는 “노대통령이 현직에 있다고 해서 YS가 그와 함께 갈 것이라는 판단은 오산이다”라며 “정치 9단이라고 불릴 만큼 정치적으로 고단수인 YS가 급락하고 있는 노정부와 손을 잡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내년 총선 직전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로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상도동측도 “아직 정치적으로 뭔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노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관계설정 등에 대한 일체의 구체적 답변을 꺼려 했다. “부산을 내려갈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YS측은 “최근 한번 다녀왔는데, 그 이후론 아직 구체적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씨의 총선출마에 대해서는“마흔을 넘은 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수 있겠냐”며 “(현철씨)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현철씨의 총선출마 결심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한편 YS의 최근 건강상태에 대해 상도동측은 “매일 아침 6시에 1시간 반쯤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며 “아주 건강한 상태”라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6월초 와세다대학 특강차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S특강 현역의원은 단 한명 참석
“그 많고 많던 사람들 어디로 갔나”
일반인 천여명이 모인 YS의 한자교육 특강에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현역의원은 단 한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만이 뒤늦게 특강장소를 찾았다. 이를 의식한 듯 YS의 표정도 굳어 보였다. 퇴임후에도 YS가 공식행사에 나설때면 적어도 7~8명의 의원들이 인사차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그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경호는 여전히 철저했지만, 정치권 인사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원홍 의원은 “의원들이 개인적 일정 때문에 아마 못 온 것 같다”는 말로 대신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소 이해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날 참석한 상도동측 한 관계자도 “이미 언론을 통해 특강소식이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치권 인사들이 이렇게 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며 “권력무상이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유일하게 행사장을 찾은 박의원은 참석이유에 대해 “그동안 국회에서 한자교육 증진운동을 해왔기 때문이다”며 “한자교육 특강이라서 참석하게 된 것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