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로 두딸잃은 안타까운 ‘산사태’ 참변

2003-09-26      
대구지하철 참사로 두 딸을 잃은 40대 주부가 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사찰에서 기도를 하던 중 태풍 ‘매미’로 발생한 산사태에 묻혀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지난 12일 밤 9시쯤 경남 창녕군 창녕읍 송현리 도성암 요사채에서 김춘현(49·여·대구시 동구 불로동)씨와 신현숙(63·여·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씨 등 2명이 숨졌다.이들은 시간당 90㎜가 넘는 기습 폭우가 쏟아진 이날 창녕 화왕산 기슭 도성암에서 불공을 마치고 사찰내 요사채에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산사태로 흙더미가 요사채를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특히 김씨는 두 딸을 지난 2월18일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모두 잃었고, 이날 추석을 맞아 창녕 도성암에서 두 딸의 영혼을 달래주는 불공을 드리기 위해 찾았던 것. 결국 김씨도 이번 태풍에 목숨을 잃으면서 불과 7개월새 모녀 3명이 어이없는 참변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또 이날 유실된 요사채 옆방에서 잠들었던 혜공스님(43)은 덮고 자던 이불 속에 말린 상태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수마에 휩쓸려 150m를 떠내려가다 간신히 나무뿌리를 움켜잡고 급류를 탈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기도 했다.<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