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면 연안운송 실패 재현할 수도”
2007-02-07 김승현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승기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인가. 이 전시장이 지난해부터 공론화하기 시작한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놓고 찬반양론이 한창이다.
박근해 전대표, 손학규 전경기지사 등 당내 주자들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이를 겨냥한 후속작업이 한창이다. 이와는 별도로 환경단체 등에서는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며 벌써부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전시장 측에서도 이를 방어하기 위한 논리 개발이 한창이다. 본지는 지난 주 한국항공대학교 김종복 교수(항공우주법학과)를 만나 ‘대운하구상’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항공우주법 분야 전문가인 김 교수는 전공 분야가 운송관련 법률분야인데다 물류분야에서도 활동해와 물류, 운송 계통에도 정통하다. 요즈음은 우주로 가는 수송시스템에 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김 교수는 이 전시장측이 보완해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을 가감 없이 전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잘만 수행된다면 우리나라 물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단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바라보는 김 교수의 판단은 긍정적이다. 지난 2004년 한 해에만 소요된 국가물류비용만 해도 무려 90조 5,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가경쟁력면에서 큰부담이다”는 게 김 교수의 말. 그에 따르면 기업매출액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은 7.5%, 일본은 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9.9%로 경쟁국의1.5배 내지 2배에 이른다.
때문에 한반도 대운하가 건설될 수만 있다면 상당한 물류비용이 절감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선결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반대론자가 아닌 찬성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대운하 구상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 한반도 대운하를 연구하게 된 동기는
▲ 지난해 연말 ‘한반도 대운하와 국가경쟁력’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 지정 토론자로 참석하게 되면서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됐다.
- 대운하 구상에 찬성하는 이유는.
▲ 현재 우리나라 도로의 수송분담률이 88.4%로 너무 높은데다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있다. 물류비용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경쟁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렇게 해서는 경쟁이 힘들다. ‘한반도 대운하’는 있는 그대로의 하천을 개발하는 것으로서 기존의 도로와 철도를 보완할 수 있는 친환경적 수송수단이라고 본다. 또한 충북과 영호남 내륙지방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관광산업으로도 상당한 효과와 일자리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현재까지 나온 대운하 구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 수송시간을 좀 더 단축해야만 한다. 물류에 있어서는 시간도 돈이다. 이 전시장의 안국포럼이 제시하고 있는 40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선형에 대한 연구를 하고 강과 바다를 동시에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을 개발해야 한다. 조선기술이 발전한 만큼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전시장측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40시간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선착장에서 최종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이 계산되어 있지 않다. 차로 가면 목적지까지 바로 가지만 운하를 이용할 때는 선착장에 도착해서 목적지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수출화물의 경우 배에서 배로 화물을 옮기는 것이 안국포럼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간단치 않다. 대량으로 이동하는 것이면 몰라도 목적지별로 분류하거나 해야 한다면 이중, 삼중의 일이 될 수 있다.
그 다음은 수송물량 문제인데 안국포럼의 전망은 약간 낙관적이고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유류를 수송대상화물로 들고 있는데 현재 경부간 유류수송은 파이프라인으로 수송되고 있다.
- 연안운송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대운하 구상이 성공할 수 있을까.
▲ 34~35시간 소요됐던 연안운송은 시간적인 면에서는 적게 걸리지만 현재로서는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사업에 참여한 대한통운에 이어 한진도 지난해 철수했다. 이는 고객의 요구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운하구상은 정시성과 안정성 면에서 연안운송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운송 시간을 줄이고 정시성과 저렴한 운임등 기업의 요구와 운송업자의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정책적인 유인 조치가 추가되면 수송물량 문제도 해결되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 환경단체 등 환경 훼손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환경 문제는 전문분야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친환경적 개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럽도 그랬다.
- 소요예산이 15조~20조 원으로 추산되는데 과연 그만한 효과가 있다고 보나.
▲ 찬성하는 이들은 생산증대 효과를 연간 3조400억원, 부가가치 효과를 연간 1조2,332억원으로 예상한다. 수출 증가 효과도 연간 1조8,58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만 있다면 5년 이내에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본다.
-추가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관광분야에 대한 좀 더 깊은 연구가 있었으면 한다. 관광은 굴뚝 없는 공장이고 고용창출효과도 지속적이고 크다. 또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운하와 한려수도를 연결하면 더없는 크루즈 관광코스가 될 것으로 본다.
#◐ 김종복 교수 약력 ◑
○ 법학박사 ○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학과 교수
○ 대한항공 법무실장 ○ 외교통상부 통상자문위원
○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법률위원회 위원 ○ 한진물류연구원 자문위원
○ H&L Partners 법률사무소 고문 ○ 한국항공우주법학회 상임이사
○ 한국물류학회 회원 ○ 저서 <신 국제항공우주법>
○ 조선일보·동아일보 등에 우주 및 물류·항공 관련 칼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