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사업 감사] ‘한국 록히드마틴’ 방산업체 한화-LIG넥스원 '주목'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감사원이 FX(차세대 전투기)사업에 대해 감사 중이다. FX사업은 국내 최대 무기 도입 사업으로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사업이다. 2025년까지 각각 7조(FX), 18조(K-FX, 한국형 차세대전투기 도입사업) 국방 예산을 들여 공군 전투기 도입 사업으로 총25조가 소요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선 전부터 방산비리는 ‘이적죄’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벌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차세대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국내 방산업체 1, 2위를 달리는 한화와 LIG넥스원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방산비리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FX사업, 이를 둘러싼 국방부와 방산업체 그리고 수출업체인 미국 록히드 마틴의 3각 관계를 알아봤다.
- FX, K-FX사업 2025년까지 총 25조 초대형 무기사업
- 록히드 독점, ‘AESA 기술이전’ 방산업체 1,2위 ‘충돌’
감사원 감사의 핵심은 ‘FX사업 절충교역 추진 실태’다. 절충교역이란 무기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이전이나 추가 장비 제공 등을 약속하는 교역 방식이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를 들여오면서 군사통신위성을 받기로 했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1년 반이나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또한 록히드 마틴은 KFX 사업 관련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25개 기술이전, 부품 수출 등을 보장하기로 했으나 핵심장비인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기술을 이전받지 못해 ‘굴욕외교’논란도 있었다.
FX사업보다 KFX사업
‘절충교역’이 핵심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FX사업은 2014년 9월24일 방위사업청이 FX(차세대전투기)로 미국 록히드 마틴사와 협상을 통해 F-35 전투기 40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총 구매액은 7조3418억 원이며 대당 구입 가격만 1830억 원이 넘는다.
FX사업은 노무현 정부 당시 막대한 예산, 미개발 상태 등의 이유로 보류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FX 도입 사업을 빨리 추진할 것을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총 8조 원 규모의 이사업은 미국 보잉사의 F-15SE,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그리고 미 록히드마틴의 F-35가 당시 경쟁에 나섰다. 보잉사는 기존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와의 호환성을, EADS는 파격적인 기술이전과 한국형 전투기사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록히드마틴은 기술의 일부 이전을 내세웠다.
보잉사는 1차 FX 도입사업 파트너였고 2차에서도 단독으로 F-15K가 선정돼 각각 40대와 21대가 국내에 배치됐다. 감사원이 감사하는 FX사업은 정확히 3차에 해당된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방사청은 2013년 8월 총사업비 8조3천억원에 전투기 60대의 구매를 조건으로 한 최종입찰에서 EADS와 보잉이 총사업비 내의 가격을 제출함으로써 록히드마틴사는 최종 탈락했다. 유력 후보였던 EADS는 서류 결함으로 제외돼 보잉사가 결정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탈락했던 두 사가 불복하고 공군참모총장 15명이 스텔스기능을 갖춘 F-35 구입을 요구하면서 군 수뇌부는 회의를 열어 록히드마틴의 F-35를 차세대 전투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높은 F-35의 가격 때문에 당초 60대에서 40대로 수를 줄여야 했다. 또한 록히드마틴사는 군사통신위성을 주기로 했으나 비용문제를 들어 지체하고 있다. 감사원이 감사하는 대상이다.
FX와 함께 KFX사업 역시 감사원 ‘절충교역’ 감사 대상이다. FX사업의 경우 우선협상 선정과정에 권력 실세와 군 수뇌부 개입 의혹을 파헤치지는 게 목적일 뿐 그들이 감사 대상은 아니다. 군사위성을 받기로 한 것은 미 의회 비준사안으로 정확히 보면 록히드 마틴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KFX사업의 ‘절충교역’이 핵심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KFX사업은 2014년 3월30일 방사청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선정하고 사업추진을 본격화됐다. 개발비만 8조5000억 원에 이르고 양산비용 9조6000억 원을 합치면 총 18조 원을 넘는 국방비가 소요된다.
당초 유럽의 최대 방산업체인 에어버스D&S와 제휴한 대한항공이 함께 경쟁했으나 F-35의 제작업체이기도 한 록히드 마틴과 손잡은 KAI에게 사업권이 넘어갔다.
문제는 록히드 마틴이 선정되면서 ‘절충교역’ 명목으로 내세운 KFX 기종의 눈에 해당되는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핵심기술 이전 및 도면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국방부는 이에 국내개발로 전환하면서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국내 방산업체 중 레이더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LIG넥스원과 2006년부터 ASEA 레이더 체계를 공동개발했다.
LIG넥스원은 2013년까지 응용연구 1,2단계, 마무리는 2019년까지 시험개발 1단계를 진행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에 투자된 예산만 총630억원으로 그중 정부투자가 490억원, 140억원은 넥스원 투자금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국방부 역시 공공연히 넥스원의 AESA 레이더 개발 경험을 직간접으로 언급하며 국내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2016년 4월 KFX-AESA 개발 사업자로 한화탈레스(현 한화시스템)를 선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한화텔레스가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에 들어가는 레이더개발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레이더가 AESA레이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지 최종적인 선정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선정과정에 권력핵심과 군부 간 검은 뒷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AESA 레이더의 4대 구성품 가운데 안테나와 파워 서플라이 2개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국방연구소는 아직까지 개발이 안 된 나머지 2개의 구성품은 우선 이스라엘 엘타사의 기존 제품을 개조해 테스트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AESA 레이더를 완성해도 품질을 실험할 항공기가 국내에 없는 실정이다.
감사원이 주목하는 것은 록히드 마틴의 기술이전 지체가 미 의회의 고의적인 지연 전략인지 아니면 국방부와 국내 방산업체의 ‘굴욕적인 협상’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방산업체가 ASEA 레이더 사업을 두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한화와 LIG넥스원, 그리고 록히드 마틴이다.
AESA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의 경우 모태는 ‘한국화약’이다. 축적된 화약 기술을 바탕으로 1974년 방위산업에 진출해 최근까지 방산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4년 방산 부문 자산은 5조4583억원에 불과했지만 2년새 12조7000억 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매출액도 1조4000억 원에서 2016년 매출이 4조 원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FX사업 1차전 네스원에 한화 승리 2차전은…
특히 한화는 2014년 12월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이 비주력사업 정리 발표를 하자 2015년 7월 방산기업인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한화시스템)를 인수했다. 2016년 네스원과 AESA 수주사업에서 승리한 이후 역시 방산계열인 두산DTX(한화 디펜스)를 인수해 명실상부한 방산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실상 삼성을 떠난 한화방산4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한 셈이다.
특히 김승연 한화 회장은 ‘한국의 록히드 마틴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편이다. 이에 최근에는 KFX 도입 관련 록히드 마틴과 손잡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KAI 인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방산업체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반면 LIG넥스원은 정밀타격무기체계를 비롯해 감시정찰무기체계, 지휘통신무기체계, 전자전체계, 항공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대한민국 방위산업 매출 1위를 차지했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육해공 전 분야의 무기체계에 대한 통합 솔류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기체계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을 비롯해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등이 있다.
특히 핵과 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비대칭 전력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에서 천궁의 역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원 역시 최근 북핵,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가 긴장이 고조되면서 매출은 최근 10년사이 6배나 성장했다. 2004년 3463억원을 기록한 넥스원은 2016년에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화시스템과 넥스원이 KFX 레이더의 소트프웨어 수주를 놓고 1년2개월 만에 재격돌하고 있다. 1차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패한 넥스원과 한화의 2차전인 셈이다. 방사청은 KFX 레이더의 각종 정보를 통합하는 SW를 개발하는 ‘시험개발Ⅱ사업'의 협력사를 6월 중순께 결정할 예정이다. 레이더 기술에서 앞선 넥스원과 1차 우선협상 대상자로 이점을 갖고 있는 한화 간 수중전이 치열하다.
또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 ‘패트리엇 미사일’ 개발을 놓고 넥스원과 한화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5분 안에 이를 추적해 요격할 수 있는 무기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이다.
국방부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킬체인’(도발 징후 시 선제타격)과 KAMD에 16조~18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올해는 1조6000억원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한화시스템을 통해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레이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방산 비리…
전 정권 정조준
한편 FX사업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무기 수출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최대의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사는 1912년 설립된 항공기 제작업체인 록히드와 마시일 제조업체로 유명했던 마틴 마리에타가 1995년 합병함으로써 탄생한 회사다. 전 세계 주요국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가 13만5000여 명에 이르고, 매출은 454억 달러 즉 한화로 50조원을 넘고 있는 초대형 다국적 방산업체다.
특히 록히드 마틴사는 군산복합체의 전형으로 미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차세대전투기 F-35의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은 미국 50개주 중 46개주에 부품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18개주에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경제효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록히드 마틴은 거액의 정치자금을 이용해 주정부와 연방정부에 막강한 로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을 중심으로 협력사가 미국 내 의원들에게 제공한 선거후원금만 1100만(2011~2013) 달러에 이를 정도다.
실제 F-35 생산 공장이 있는 지역의 의원들은 모임을 구성해 F-35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정책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모임에는 미 전역 15개주에 지역구를 둔 39명의 하원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외 방산 업체의 둘러싼 상황이 이렇다보니 군납비리와 무기 도입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3차 FX사업관련 우선협상 대상자의 변경과 KFX의 기술 이전 거부 및 레이더 개발 업체 선정 과정에 군부 핵심과 전 정권 최측근 인사들의 이름이 나오는 배경이다.